대통령 선거 전부터 대한민국 전체를 후끈 달궜던 이명박 관련 의혹들이 드디어 긴 수사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월 21일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BBK, 도곡동, (주)다스, DMC 의혹 등 모두 ‘무혐의’ 라는 결과 발표를 했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특검까지 두 차례에 걸친 가혹한 검증의 문을 통과해 확실한 면죄부를 받게 됐다. 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 민노당, 자유선진당에서는 “검찰보다 못한 특검, 진실규명 실패”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했다”며 정치특검의 한계를 신랄히 비판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예상된 결과이며 대통합민주신당은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강력히 주장했다.
BBK 명함, 광운대 동영상 발언 등은 직접적 증거 못돼
자금추적 등 물적 증거 위주로 진행해 왔던 작년 수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이번 특검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BBK 운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재확인됐다. 대선전 야당으로부터 집중적으로 공격받아왔던 ‘본류’인 BBK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BBK투자자문의 지분을 갖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김경준 측과 첨예한 대립구도를 그리며 진위여부의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이면 계약서’에 대해 검찰은 이를 김경준이 위조한 것으로 확인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은 미국 연방검찰이 몰수해 놓은 김경준의 LA 저택과 스위스 은행의 1,700만 달러 예금이 옵셔널벤처스 횡령금 및 주가조작 이득금이라는 점은 물론 옵셔널벤처스의 경영권 인수 및 횡령에 사용된 페이퍼컴퍼니의 계좌 인출권자가 모두 김경준 씨와 에리카 김이라는 사실도 새로 밝혀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자’라며 핵심 증거라 주장되어 온 ‘BBK 명함’과 ‘광운대 동영상 발언’이 김경준 씨의 ‘검찰 회유 협박’ 주장과 맞물려 의혹이 더욱 확대됐지만, 결국 이 의혹도 명함과 동영상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법인자금 횡령에 이 당선인이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특검에서는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삼청동에서 있었던 수사에서 “이 전 대사가 명함을 받았다는 2001년 5월 30일 당시에는 김경준 씨와 결별한 이후로 명함을 사용하지 않았고, 제휴업체인 BBK를 운영하는 김 씨를 홍보해 주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동영상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세간의 도덕적 비난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도 그리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곡동 땅, 다스, DMC 의혹 등도 모두 ‘무혐의’
“이상은 씨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작년 8월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상황에서 이번 특검에서는 “이상은 씨 지분 명의는 이상은 씨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해 최종 결론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작년 8월 도곡동 땅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도곡동 땅의 이상은 씨 몫은 본인이 정확한 자금운용 내역조차 모른다는 점에서 그의 소유가 아닌 제3자의 차명재산이라는 결론을 내놨었다. 하지만 이번 특검에서는 ‘도곡동 땅 매각대금 관리인’ 이병모, 이영배 씨가 조사에 응했으며, 이상은, 김재정 씨도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등 공격적적인 방어에 나서는 상황 변화로 인해 검찰과 다른 판단이 나왔을 것이란 평이다. 도곡동 땅 판매금과 관련한 ‘이상한’ 현금 인출에 대해서는 이상은 씨가 평소에도 현금 선호도가 높았다며 개인적 성향에서 해답을 도출했다. 아울러 포스코개발과 김만제 전 포철 회장을 소환해 당시 포스코가 도곡동 땅을 시세보다 싸게 샀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 대통령의 부탁으로 비싸게 삼으로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제3자의 것’이라며 발표한 수사결과에 대해, 오히려 검찰이 대선 전에 의혹만 부풀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스와 관련된 의혹 역시 특검은 “설립과 운영에 이 당선인이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혀 이 대통령의 무관함을 밝혔다.
사업실적도 없고 재무구조가 부실한 (주)한독에 상암DMC 용지 특혜 분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이 대통령의 개입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결론지었다. 이 의혹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오히려 “땅 장사나 하려는 업체는 가려내고, KDU의 공동사업 참여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라”고 직접 말하며 사업의 정확한 진행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검팀은 서울시가 (주)한독산학에 외국기업 입주 용지인 E1 필지를 분양한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외국 입주기업에 한정 임대되어야 할 KGIT센터를 일반분양하도록 한 것은 실무자 선의 과실로 판단했다. 하지만 윤여덕 대표 등 한독산학 임원들이 57억 원 가량을 개인 용도로 사용해 횡령한 정황과 서울시로부터 허가를 받기도 전에 이미 사실상 오피스텔로 설계를 마치고 시공한 사실이 확인돼 이 혐의 사실을 원래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서부지검에 통보했다.
예상된 결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예상된 결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검찰의 ‘회유 협박’을 강력히 주장해 온 김경준 씨 주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김씨의 주장은 그 자체로도 믿기 어렵고, 관련 증거로도 수사 검사의 회유나 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특검팀은 “김경준 씨가 우리 형사법체계에 대해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거나, 자신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진정성 여부를 추궁하는 검사의 태도를 허위 과장해 진술한 것”이라며 관련 검사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수사 및 조사 전문가 90여 명으로 구성된 특검팀은 38일 동안, 이 당선인을 방문 조사한 것을 비롯해 참고인 139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25개소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지난 12월 5일 발표한 검찰 수사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었다. 단지 ‘도곡동 땅 일부가 이상은 씨 것이라는 사실’만 전과 달라진 것뿐이다. 수사결과를 지켜 본 일부 국민들은 “대통령 취임을 앞 둔 시점에서 미리 예측할 수 있었던 당연한 결과 아니겠느냐”며 “완벽한 의혹 해소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것”이라고 수사결과에 대해 조소했다. 또 일부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 수사”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번 ‘무혐의’ 수사결과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불필요한 의혹제기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게 돼 이번 특검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는 분석 평도 있다.
‘무혐의’ 발표 가운데 허위사실 유포 관련자 책임론 대두
이번 수사결과 발표 가운데 지난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의혹과 관련해 1급 소방수 역할을 해 온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허위 의혹을 제기했던 야당 관련자들의 법적 정치적 책임론을 강하게 피력했다. 홍 의원은 한 방송 프로에서 “한국사회가 이 문제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다시는 소위 이런 네거티브 문제로 한국사회 전체가 에너지를 소모하고 국력을 낭비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특검 결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검찰에서 지금 조사 중에 있을 것인데 이번 선거를 소위 음해대선, 공작대선, 추악한 네거티브전으로 몰고 간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며 “사실 허위사실 유포죄로 걸리면 정치를 계속 할 수 가 없도록 법이 돼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 소환요구를 받고 있는 정동영 전 후보에 대해서는 “정동영 후보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을 했다고는 믿지 않는다”며 “문제가 되면 조사받는 것은 야당 탄압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가 돼 가지고 한 일인데 직접적으로 책임질 일을 했겠냐”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표면상으로 “특검수사의 한계”라며 무혐의 수사결과에 강력히 반론을 제기한 민주당이지만, 결과에 대한 부분들의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그 역풍에 타격을 입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소, 고발한 민주당 인사들은 이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 강금실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정치 보복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치 보복’ ‘야당 탄압’ 등을 외치며 여론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서슬 퍼런 공세에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진 3시간여의 ‘꼬리곰탕 특검’ 비난여론
이번 특검에 있어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에 응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특검 초기부터 각 언론사들은 방문조사 사실을 확인한 뒤 어디서, 어떻게 진행됐는지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었다. 지난 1월 17일 삼청각의 별채인 ‘취한당’에서 의혹 ‘조사대상 최후의 1인’인 이명박 대통령을 조사했다. 이번 특검에서는 이 대통령의 경호와 예우를 감안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제3의 장소에서 이뤄졌다. 조사 시작 시간에 임박해서야 장소를 결정한 것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각 언론들을 따돌리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극비리에 ‘회의’를 진행할 장소로 삼청각을 예약하고, 7시 정각에 모습을 드러낸 당선인 경호팀과 특검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 내용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한당 곳곳에 설치된 모든 CCTV의 작동을 직접 멈추고 주변을 수색하는 등 경호에 만전을 기했다. 이후 도착한 이 대통령은 특검보 3명과 함께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11평 규모의 방으로 들어가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 자리에는 이 대통령 수행원과 특검팀 조사관 등 4명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가량 조사를 마친 특검팀과 이 대통령이 한 자리에서 꼬리곰탕으로 식사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명박 대통령 조사를 두고 ‘꼬리곰탕 특검’이라는 비난의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름난 고급 요정이었던 삼청각은 비록 문턱이 낮아진 복합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급스런 이미지의 장소에서 밥을 먹어가며 조사를 했다는 사실은 일반 국민에게 ‘특검 조사’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식사시간 30분을 제외하고서라도 기껏해야 1시간 30분 정도밖에 조사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는 부분과, 음식점 종업원들조차도 조사를 받는 것인지 모를 정도의 분위기였다면 특검팀 조사는 증거만 남기기 위한 요식 절차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시내 호텔에서 당선자를 조사하려고 했다가 계획이 언론에 알려지는 바람에 장소를 급히 바꿨다. 그러다 보니 식사 때가 돼 함께 밥을 먹고 밥값은 따로 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3시간 남짓한 조사로 이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이 다 규명됐겠냐는 회의적인 시각과 촉박한 일정 속에서 재조사가 현실성이 떨어진 부분이라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38일 간에 진행된 특검수사,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들
이번 특검 수사결과가 모두 ‘무혐의’로 처분되어지며 수사가 종결됐지만, 의혹의 중심에 있는 참고인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는 등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에도 여론이 몰리고 있다. 특검팀은 BBK에 50억 원을 투자했다가 30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2001년 이 대통령과 김경준 씨를 횡령혐의로 고소했던 심텍의 전세호 사장을 조사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을 믿고 투자했다고 주장하면서 투자금 반환소송까지 벌였던 전 사장은 BBK 투자금 유치에 이 대통령이 관여되어있다는 의혹과 관련된 핵심 관련인물로 지목돼 왔었다. 특검팀은 “BBK에 들어간 총 712억 원의 투자금 중 7억 원은 당선인이 투자를 권유했지만, 누가 투자를 유치했는지는 의혹의 본류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50억 원을 투자했던 심텍의 경우는 전 사장과 직원 김영구 씨 등이 해왜에 체류하고 있어 그 경위를 조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김만제 전 포철 회장 진술과 김 전 회장 지시로 땅을 매입했다는 임직원의 진술이 엇갈리는데도 특검팀은 대질신문을 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지난해 검찰 조사에는 응하지 않다가 대선을 치른 후 특검 조사에 출석했다는 점도 진술의 신빙성을 더욱 흐리게 했다.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문제를 풀어줄 참고인 전모 씨를 끝내 소환하지 못한 점도 이번 특검의 한계로 남아있다. BBK가 LKe뱅크의 자회사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같은 내용이 실린 품의서에 서명한 김승유 당시 하나은행장이나 임원급도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이명박으로부터 명함을 받았다고 주장한 이장춘 대사는 특검팀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국에서 거짓말을 추방하여 한국이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로 자유사회(a free society)를 지향하는 데 국가목표의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선진세계의 문턱에 올라 설 수 없고 문명사회의 일원이 될 자격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 위한 처음도 참(眞)민주화이고 끝도 참(眞)민주화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1985년 도곡동 땅을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에게 팔았던 전 씨는 매매가 성립될 당시 실소유주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 매매 대금의 출처를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진술할 수 있는 인물로 지목돼 왔었다. 하지만 전 씨의 가족들조차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아무리 이상은 씨가 현금 사용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매달 3천만 원씩 현금을 인출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한 이해를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사상 최대의 ‘이명박 특검’이 검찰 수사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하나마나 한 특검’에 혈세 10억 원을 쏟아 부었다는 것에 비아냥대는 여론도 만만찮다. 결국 검찰 수사 결과를 확인해 주는 수준에서 끝나버린 특검에 대해, 정략적으로 시작된 특검의 ‘예정된 실패’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새로운 권력을 의식해 정치권에 지나치게 약한 정·권 유착의 모습을 보였다는 세간의 비판도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진실은 언제고 규명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번 특검에서 적용됐는지 언제고 역사가 다시 판단해 줄 일이다. ‘사필귀정’이라는 말과 ‘권력에 대한 한계’라는 상반된 의견들이 팽팽한 가운데 이후로 이어질 ‘이명박 특검’에 대한 역풍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