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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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 철거
  • 글/이수인 기자
  • 승인 2008.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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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동대문운동장, 부지개발 가속화
한국 스포츠의 산실 동대문운동장, 디자인?패션산업의 메카로 거듭
동대문운동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1926년 일제에 의해 경성운동장이라는 명칭으로 건립되어 중요한 국가적 행사를 비롯하여 근대 스포츠 대회가 열렸던 문화유산이다.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1984년 동대문운동장으로 명칭이 변경되며 종합운동장으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스포츠계의 산실 동대문운동장이 81년의 역사를 마치고 사라지게 되었다. 서울시는 2월까지 동대문야구장을, 동대문축구장은 4월 말까지 철거를 완료할 계획이다. 동대문운동장 부지에는 2010년까지 ‘디자인플라자, 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오는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동대문운동장은 역사적으로 국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많은 의미를 남겼다. 임시정부 환국 봉영회와 백범 장례식이 거행되기도 하였고 손기정과 이영민, 김용식 등 각 스포츠계 인사들을 배출시켰다. 또한 아마추어 스포츠의 산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설이 노후해지고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목적으로 설립된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경기장 등이 들어서면서 기능을 잃게 되었다. 축구장은 이미 4년 전에 폐쇄됐고 고교, 대학 야구는 1년에 60여 경기정도 열리는 실정이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던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는 순간에도 노점상단체와 문화계, 체육계 등을 비롯하여 각계에서는 반발을 일으켰다. 국민들의 응원과 환호로 울려 퍼지던 함성소리 대신 동대문운동장에는 현재 철거하는 소음만이 들리고 있다.


꿈과 함께 허물어진 동대문운동장
대선을 하루 앞둔 작년 12월 18일 서울시는 본격적으로 동대문운동장 철거작업을 시행하였다. 이에 각계 단체는 집회를 열어 긴급대책을 열었다. 기습철거에 대해 서울시는 사전에 축구장 내 풍물시장 상인들과 이주하기로 협의가 끝났다며 상황을 일축하려 하였다. 하지만 노점상인들은 이와 같은 방침에 자신들의 생계문제에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서울시에 더욱 분개하였다.
생존권을 잃게 된 노점상인들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막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온몸으로 싸우겠다”며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동대문운동장 안에 입점해 있던 900여개 노점상들은 서울시의 철거 발표이후 수백 차례 접근요청 끝에 동대문구 신설동 옛 숭인여자중학교 내에 풍물시장이 조성됨에 따라 이전하게 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원문에는 ‘지난 1년간 계속되어온 일선 야구인들을 비롯한 체육인들과 문화계 인사들의 거듭된 대화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백년 한국야구의 산 증인이며 한국근대사를 나타내는 몇 안 되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한 마디 통보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부숴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라며 ‘전임시장은 역사를 복원한 것을 자랑하고 새로운 시장은 역사를 매몰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니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혼선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대체 구장 하나 없이 진행되고 있는 철거와 서울시의 반복되는 위선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는 무슨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지난 10월에는 박찬숙, 장재근, 김호 등 스포츠 100인이 동대문운동장 보존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국내 최초의 근대체육 시설로 각종 경기가 열렸던 스포츠 발전의 산실이자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포츠영웅들이 거쳐 간 곳이라며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노점상인, 야구계와의 양해각서 한 장으로 무마하려 하고 대체 구장을 짓는 다는 취지 아래 문화재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스포츠 시설을 지으려는 점은 서울시가 스포츠인을 깔보는 행위이다”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우리 스포츠인 100인은 스포츠에 무지한 행정가에 의해 실추된 스포츠계의 위상과 스포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고 대한민국 스포츠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동대문운동장이 온전히 보전되어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인정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라고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시민단체 역시 “13일 작업은 철거가 아닌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 야구장 내부의 잔디 제거와 관중석 의자 제거, 석면 제거 등에 필요한 공사 차량의 진출입을 위한 최소한의 작업 통로 확보 작업이었다”는 서울시의 해명에 대해 울분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동대문야구장의 철거 작업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허위사실을 증명하려 하였다.
천영세 국회의원은 “약속한 전시관 계획 전무와 보존 계획없이 철거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라며 반대 입장을 주장하였다. 천 의원은 동대문운동장을 역사성과 장소성을 근거로 근대문화재 등록을 요구해왔고 문화재 가지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결국 철거가 진행되자 서울시와 문화재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다.
각계에서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 작업에 대해 입장을 호소하였지만 갈등만 고조된 채, 마지막 바람은 동대문운동장과 허물어져 버렸다.


끝나지 않은 동대문운동장 철거 문제
동대문 철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시설물 처리문제 역시 가시화 되며 야구장과 축구장을 포함한 좌석 3600개는 목동야구장에서 재활용함으로써 서울시는 4억 8,500만 원의 예산을 절감하였다. 전광판은 동대문야구장 대체 구장으로 설립중인 구의야구장과 신원야구장에서, 조명탑 램프 550개는 목동운동장과 잠실운동장, 효창운동장의 예비 램프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 외 축구장 조명탑 2기와 성화대는 현지에 보존 및 디자인파크 내 알맞은 장소를 물색하여 이전하기로 문화계의 요구에 따르기로 하였다. 또한 유명 체육인들의 핸드프린팅 제작설치 및 사진자료와 기록물들을 전시해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기로 협조하였다.
일각에서는 환경 문제를 거론중이다.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건축물 쓰레기와 소음공해 등에 대해 개발에만 집중해서 생태와 환경 오염문제는 뒷전이라는 비난을 막지 못하고 있다.
고교야구 역시 동대문운동장에서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4개 주요대회인 대통령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대기가 올해부터 구의 정수장에서 유치되는데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은 “구의 정수장에 야구장이 완공된다고 해도 지하철 역에서 도보로 20분이나 거리인데 최악의 교통편이라서 차가 있는 사람만 오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거기에다 주차시설까지 미흡한 상황이다. 당초 계획한 2만석 규모도 아닐뿐더러 400석 규모의 소규모 야구장이 될 예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아마야구가 더 위축되게 생겼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래형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동대문디자인파크
2006년 취임 후부터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적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승격시키기 위해 심의를 기울이고 있다. 오 시장은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 이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한 스페인의 빌바오를 토대로 동대문디자인 플라자와 공원의 건립으로 인해 창출될 엄청난 효과에 대해 기대감을 표출했다. 오세훈 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2008년을 창의 문화도시로 새롭게 태어나는 해로 삼고자 한다”며 동대문디자인파크 조성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자하 하디드의 작품 ‘환유의 풍경’이 선정되어 ‘디자인플라자&파크’(가칭)가 설립될 예정으로 ‘상상 그 이상의 건축’이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자하 하디드는 이라크 출신으로 여성 최초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건축계의 거장이다. 건물은 지하1층, 지상2층으로 이루어지고 각종 디자인 전시관과 전시 컨벤션홀, 디자인정보교육센터 등 디자인과 패션 산업을 이끌어 갈 시설들이 들어설 계획이다. 성곽복원 문제는 현 동대문축구장의 부지 중앙을 가로지르도록 하며 공원 통행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세 부분으로 나누는 방침으로 협의했다.
서울시는 2008년 동대문 디자인파크 건립에 925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었고,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총 3,758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동대문구 신설동 청계천변에 위치한 풍물시장이 오는 3월 1일 개장을 앞두고 있으며, 5056m³ 부지에 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세계적인 명소로 개발하기로 밝혀 동대문디자인파크 사업과 함께 추진 과정이 진화되고 있다. 풍물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동대문축구장 내에 입점해있던 900여개 상인들을 비롯해 입점 대상자들을 상대로 사전교육을 지원할 방침이다.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을 꾀하는 서울시는 다방면으로 사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수도이긴 하지만 각박함이 묻어나는 도시의 이면과 시민들을 위해 동대문디자인파크는 휴식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 총회에서 ‘2010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 디자인산업 매출액의 증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균형발전본부는 디자인산업 진흥효과로 서울의 유일한 디자인산업 전문 종합 지원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현 80%수준에서 90% 수준으로 제고할 것이며, 국내 디자인산업 매출액을 현 7조원에서 15조원으로 증대하여 세계 디자인산업 중심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세계 5대 패션도시 진입에 기여하고 패션산업 매출액을 현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증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경제 전반의 활력 창출을 꾀하여 건설 및 건설 후 1년간 운영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로 생산유발효과 1조 1,700억 원, 고용유발효과 1만 명 이상을 예상하였다.
2010년 완공이 예정인 디자인플라자&파크가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에 일조하여 디자인, 패션의 메카로 서울시를 새로 거듭나게 할지에 대해 벌써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특별시 균형발전본부 도심활성화기획관 유진아 담당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사업추진배경
동대문운동장은 1926년 일제에 의하여 서울성곽을 허물고 건립된 공설운동장이며 1959년 현재 규모의 야구장이 건설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시설이 노후되고 그 중 축구장은 청계천 상인들의 풍물시장으로 변모하여 종합운동장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었으며, 주변은 노점상이 밀집해 있어 주정차 혼잡과 무질서로 슬럼화되어 있고, 동대문주변지역 유동인구의 수용 및 활동을 위한 공연, 전시, 휴식공간 등 오픈 스페이스가 부족하여 수준 높은 쇼핑공간으로서 필수적인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동대문운동장 주변지역은 1960년대 이후 자생적 의류패션 제조 및 유통 클러스터로서 24시간 살아 숨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의류, 패션상권이자 서울 의류, 패션산업의 중심지이며,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의 절반인 연간 210만 명이 매년 들르는 서울의 중요한 관광거점으로 성장해왔으나, 최근 수년 사이에 점포공급의 과잉으로 상가 공실률이 20%에 육박하고, 군소업체간 과당경쟁, 중국산 저가 봉제 상품의 공급과잉, 주력 바이어인 중국 바이어 구매력 감소(활황시기 대비 약 45%감소) 등에 따라 디자인 정체성의 상실은 물론 상권 전체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특별시에서는 동대문운동장의 기능대체를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한 결과 공원화로 방향을 설정하고 휴식, 녹지, 문화 복합공간으로서의 동대문디자인파크를 조성하되, 동대문상권의 부활을 위해 높은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가진 디자인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립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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