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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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특사
  • 글_이준호 기자
  • 승인 2008.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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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당선자 연초부터 강행군, 글로벌 외교 강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미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에 특사 파견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월 중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에 특사를 파견한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에 특사 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정몽준, 일본 이상득, 중국 박근혜, 러시아 이재오 의원으로 구성되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강과 우호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샌드위치를 당할 위치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이들 4강과 우호관계를 유지키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특사단장에 정몽준 의원, 일본 특사단장에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러시아 특사단장엔 이재오 의원, 그리고 중국 특사단장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임명되었다. 특히 당내 갈등으로 특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박 전 대표는 외교적인 차원의 협력을 위해 특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특사단장 정몽준 의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2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4강 외교’ 특사 자격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그의 특사 방문길에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한승주 전 외무장관이 동행했다. 한 전 외무장관은 정 의원이 2002년 대선에 나섰을 당시 ‘학계 지원 인사’로 분류될 정도로 서로 가까운 사이다. 정 의원은 우선 워싱턴에서 특사 활동을 시작한다. 해외출장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대신해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을 접견하고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로버트 게이츠 국무장관,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을 잇따라 면담한다. 또 척 헤이글 상원의원,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 등 한국 관련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한 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간담회도 할 예정이다. 특사단의 한 관계자는 “정 의원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면담을 추진 중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중동 순방 후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 특사가 미국 측에 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고 확고한 한·미 동맹 발전 의지를 전하는 한편 새 정부의 대미 외교 추진방향을 설명했다”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공조와 동맹관계 강화, 조속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한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정 의원은 방미 기간 동안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 초 미국 방문 일정과 미 의회 연설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율할 계획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정 의원은 워싱턴 특사 외교가 끝나는 24일엔 뉴욕으로 건너가 월스트리트 금융계 인사, 미국 언론사 간부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뒤 27일 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나빠진 한·미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고 미래지향적인 한·미 관계 설정을 위해 미국인들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특사단에는 국회 국방위 소속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김우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등이 동행했다.


일본 특사단장 이상득 국회부의장
일본 특사단장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17일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 대표들과 일본 경단련(經團連)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경제 챙기기’에 집중했다. 이상득 특사는 이날 오전 도쿄(東京) 오쿠라호텔에서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 소속 기업인들과 만나 한일 경제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기업인들은 “그동안 한일관계가 순조롭지 못해 일본 내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이 많았다”며 “문화나 관광 등에 눈을 돌리면 양국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또 일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시 부가세 면제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특사는 이어 일본 경단련 관계자들과 만나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대한(對韓) 투자를 요청했다.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경단련 회장은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새 정권에 많은 변화를 기대한다. 투자 등 경제협력을 잘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미타라이 회장은 또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3박 4일 동안 일본 방문을 마치고 18일 귀국한 이 부의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에서 방일활동 보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이 당선인은 “재일한국인 참정권 문제는 재일동포의 숙원사업”이라며 적극 관심을 기울여 나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21일 “재일한국인 참정권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부여하겠다고 했고, 민주당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개인적으로 찬성 의견을 보이며 간사단에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일본 특사단장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으로부터 결과보고를 받고 “일본 정부가 전향적 자세로 나오는 것으로 봐야겠다”고 평했다. 이상득 특사단장은 “후쿠다 총리는 ‘미일협력을 협력해 대북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일본인 납치문제는 비핵화 및 미사일문제 해결과 병행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그 사람들 좀 진전 했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단장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인식은 양국이 공유하되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자’고 이야기 했다”고 전했고, 이 당선인은 “정리가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단장은 일본 측과 나눈 경제이야기에 대해 “무역역조 해소를 위해 일본 정부의 지원을 부탁하면서 우리나라에 무엇을 해달라고 하면 여건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고 보고했고, 이 당선자는 “그 사람들도 아마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답했다.

러시아 특사단장 이재오 의원
이재오 의원을 특사단장으로 하는 대러 특사단은 다소 초라했다. 미ㆍ중ㆍ일 등 3강국 특사단이 받은 예우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대접을 받은 것이다. 러시아 특사단은 21일 이 당선인의 친서를 푸틴 대통령이 아닌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대통령 외교정책보좌관에게 전달했다. 외교보좌관은 장관급도 아닌 차관급 자리다. 상대국 정상의 친서를 전달받을 수준의 직급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선인 측도 러시아가 보여준 특사단에 대한 예우에 섭섭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5박 6일의 러시아 특사일정을 마친 이재오 단장은 이번 특사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감회를 밝혔다. 이재오 특사는 이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대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까지 역대 정권에서 여러번의 특사가 있었지만 짧은 기간 내에 한국 특사가 러시아 정부의 전 장관급을 다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이명박 정부의 동북아 개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경제협력 의지"라고 해석했다. 이 특사는 이번 러시아 방문 기간 동안 13명의 장관급 인사들과 면담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러 정책에 대해 피력하고 향후 발전적 관계 구축에 초석을 다지는 데 전력했다. 이번 특사단에 대해 러시아 정부에서는 이명박 당선인이 취임 이후 조속한 시일 내 러시아를 방문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또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식에 러시아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를 단장으로 한 대규모 취임축하사절단을 파견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 특사는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낀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동북아 개발 뿐 아니라 러시아 전역에 필요로 하는 정보통신, 우주산업, 기초과학을 비롯해 동부시베리아의 석유, 가스, 철도, 도로, 항만, 조선과 특히 2012는 APEC 정상회담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한국 정부의 참여를 희망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동부시베리아와 연해주 일대에 이르는 동북아 지역을 새로운 평화와 경제가 함께 번영하는 지역으로 발전시키는데 러시아 정부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상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전적으로 공감했다”면서“한국과 러시아의 동북아 구상에 대한 공동위원회 설치하고 위원장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맡게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특사는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아쉬운 점으로 역시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에 그쳤다는 점을 꼽았다. 이 특사는 “러시아가 현재 대통령 선거운동기간이라 푸틴과 부총리 후보가 거의 러시아 전역에서 선거운동을 다니는 중이라 접견이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면서도 “프리호드코 보좌관 등이 한국 이명박 정부의 특사가 와서 이야기 한 여러가지 의견들을 가감 없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하고 신임 당선자가 선출되면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메시지 전한다고 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특사단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특사단장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박근혜 전 대표는 3박4일간의 방중일정을 마무리하고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근혜 중국 특사단장은 “후진타오 주석 이외에 중국 외교부장, 대외 연락부장, 탕좌쉬엔 국무위원 등을 만났고, 그 분 중 탕좌쉬엔 국무위원은 이명박 당선인 대통령 취임식 때 특사자격으로 한국으로 오기로 했다”면서 “한중 관계가 잘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는 또 “한중 협력관계가 강화되기를 바라는 이 당선인의 뜻과 의지를 잘 전해드렸고, 후 주석은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키도록 하자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중국 특사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이 당선인이 중국을 방문해 달라’는 후진타오 주석의 초청의사를 전달한 것에 대해 ‘취임 이후 이른 시일 내에 방중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달했다”면서 “양국 정상이 왕래하는 셔틀외교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었고 여기에 중국 측도 호의적으로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보도를 보셨겠지만 새로운 것은 없다. 중국에서 여러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했다”"면서 “후진타오 주석이 갈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애를 많이 써서 핵 문제가 진전된 것에 사의를 표했고 지속적인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서 “그분들도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원만히 잘 해결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공항 입국장에 나온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은 “언론에 매일 보도되는 것에 대해 이명박 당선인이 궁금해 하며 자꾸 물어봐서 보고 드렸다”면서 “당선인이 오늘 박 전 대표를 뵙고 ‘수고 많으셨다’고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려 달라. 나중에 뵙겠다”고 답했다. 얼마 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결과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가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는 게 국내 텔레비전에 잘 나왔다”며 “내가 일부러 봤다. (특사 파견이)성공적으로 되어 중국이 안심했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명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박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가깝게 악수합시다. 그래야...세상에 흉을 봐 사서”라고 말하는 등 친근함을 표시하려고 애썼다.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이 “후진타오 주석이 박근혜 전 대표를 특사로 파견한 것에 대해 중국을 우선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했다”고 말하자 “내가 그걸 노린 것이다”라며 “박 대표가 가셔서 우리가 중국을 중요시 한다는 것이 다 받아들여졌고 우리 목표가 달성됐다”고 박 전 대표를 추어올렸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중국 주재 한국 기업의 애로 사항에 대해 고위 인사들을 만날 때 마다 말씀 드렸다”며 “후 주석께서 앞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활동하는데 좋은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환경도 바뀌고 신(新)노동법 등 새로운 법이 발효되어 중소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며 “(중소기업들의) 애로점과 요구사항들을 다 적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그 동안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했고, (중국도)앞으로 그렇게 해나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공천 흥정설’ 뒤숭숭한 한나라, 李·朴 면담에 ‘촉각’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회동할 예정이어서 양 진영의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되었다. 두 사람의 회동을 하루 앞둔 22일 한나라당 주변에선 박 전 대표 쪽이 이 당선인 쪽에 ‘공천 희망 명부’를 건넸다는 설까지 나돌면서 하루종일 술렁였다. 박 전 대표 쪽은 이 당선인을 만나는 공식적인 이유로, 중국 특사 활동을 보고를 내세웠지만, 실제 이유는 공천 문제를 담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지난 19일 박 전 대표가 귀국했을 때만 해도 양쪽은 모두 특사활동 결과를 면담 대신 서면으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직접 담판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초점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공천 관련한 논의가 어느 정도까지 진전될 수 있느냐에 모아졌다. 박 전 대표는 평소 ‘짧고 굵게’ 결론만 말하는 스타일이지만, 탈당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안건을 놓고 입씨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박 전 대표 쪽은 이날도 ‘분당 카드’을 내비치며 압박을 계속했다. 평소 과격한 발언을 삼가온 김재원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는) 벼랑 끝 전술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만약에 극한 상황에 처한다면 벼랑에서 뛰어내려서 몸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그런 각오가 없이 그냥 겁만 주다가는 오히려 웃음거리만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모든 가능성은 전부 상정하고 있다”며 분당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에서 ‘공천 흥정’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박 전 대표 쪽 중진 의원이 자파 공천 보장 희망자 85∼90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이 당선인 쪽에 전달했고, 강재섭 대표도 이와 별도로 이 당선인 쪽에 공천 희망자 명단 30명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다. 내가 명단을 받아야지 누구한테 주냐”며 강력 부인했고, 박 전 대표 쪽 인사들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방중 특사단 보고를 명분으로 회동을 가진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는 이날 20여 분간의 단독 면담에서 공천과 관련해 두 가지 접점을 찾았다는 평가다. 하나는 당내 공천 잡음에 대한 조기 봉합하기 위해 두 사람은 ‘공천은 당에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공정하게 한다’는데 합의했다. 제안은 이 당선인이 먼저 했고 박 전 대표가 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이뤄졌다. 이 당선인이 제안한 ‘원칙과 기준에 따른 공천’은 박 전 대표가 꾸준히 주장해 온 모토여서 구체적인 ‘원칙과 기준’이 마련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공천갈등은 당분간 잠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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