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에 무너지는 국내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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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악재에 무너지는 국내증시
  • 글_이준호 기자
  • 승인 2008.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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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장밋빛’ 지수 전망 줄줄이 낮춰
2008년 주식시장은 2001년 9.11 사태 이후 최악의 급락을 보였다.
국내 주요 14개 증권사는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글로벌 증시의 패닉 여파로 한때 1,580선까지 급락하기도 하면서 올해의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2007년 연말만 해도 2,500포인트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모습이었으나, 미국경제의 추락과 원자재,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 증시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1,850포인트로 시작한 국내증시는 무려 200포인트나 떨어진 1,600선을 오가고 있다.


국내증권사들의 2008년 코스피 지수 전망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던 현대증권은 당초 연간 코스피 지수 전망치인 1,870~2,460을 6개월 전망치인 1,600~1,980으로 대체했다. 한동욱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착륙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던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데다 서브 프라임 관련 선진국 투자은행들의 손실 규모가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투자금융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신흥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하향 조정 이유를 밝혔다.
대우증권도 세계경제 환경 변화로 상장사들이 이익 추정치가 낮아지고 있다면서 주가이익배율(PER) 기준 지수 전망을 종전 1,800~2,400에서 1,700~2,300으로 낮췄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수 전망을 1,760~2,370에서 1,640~2,370으로 낮췄고 한화증권도 1.4분기 지수 전망으로 1,650~1,980선을 제시하면서 당초 2,550선까지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수정을 가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공식적인 지수 전망치 1,715~2,100선을 유지하면서도 과매도 국면에서 1,54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발 스태그플레이션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지수가 1,54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며 “그러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코스피지수의 적정 하단은 여전히 1,715”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세에 추락하는 국내증시
국내 증시가 큰 낙폭을 보이며 떨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연초부터 9일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코스피 지수가 1,580선까지 밀려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 들어서만 6조 7,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지수 급락에 영향을 주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불거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선영 미래에셋 연구원은 “기업실적 불안에 따른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으로 인해 위험자산의 유동성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미국에서 주식형 펀드에서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출이 심화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 글로벌 주식시장 중에선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국 증시가 외국인 매도의 주요 타깃이 됐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주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환매가 많이 이루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한국은 유동성이 풍부해 매매가 손쉽다는 장점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FRB의 깜짝 선물, 적극적인 비중확대 제안
세계 증시의 패닉현상을 주도했던 미국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기준금리를 지난 24일 75bp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 깜짝 선물을 내놓은 것이다. 이것은 FRB의 경기안정 의지가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정책과 맞물려 미국 가계소비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을 둘러싼 핵심 쟁점인 금융부분의 부실이 미국가계와 기업부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며, 전 세계 주식시장은 그 동안의 폭락국면에서 벗어나 안도랠리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기도 한다. 따라서 투자심리가 혼란스러운 현재 상황을 이용해서 주식 비중을 확대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FRB 금리인하의 세가지 효과
FRB는 성명서를 통해 물가보다 경기회복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 행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FRB가 경기회복을 위해서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지속할 의지가 있고, 더불어 미국 정책당국간의 공조체제가 확립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금리인하 효과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투자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미국 유동성 회복과 부동산가격 하락압력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경기부양정책(가처분 소득증가)과 금리인하(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 감소)가 동시에 실행됨으로써 가계소비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 소득 증가와 이자부담 감소효과를 모두 고려할 경우 미국 가계에 가처분 소득은 2.7% 정도의 추가 가용자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정책효과가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이 큰 상황이지만 가계가 추가로 확보한 가용자금을 소비로 사용하건 부채를 갚는데 사용하건 가계의 재무구조개선과 소비여력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뉴스이다. 한편, 미국 정책당국이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전망간의 디커플링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투자심리 위축이 완화될 경우 미국금융과 제조업의 디커플링 현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 제조업은 금융부문과 달리 2005~2006년도에 출하감소, 재고감소 등 경기둔화 과정을 거친 후 지난해부터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 금융부분과 제조업의 디커플링은 기업실적부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는 금융부분 부실로 인해서 제조업 부분도 펀더멘털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큰 상황이지만 투자심리가 회복될 경우 제조업의 긍정적인 펀더멘털이 재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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