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미래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유학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이 생계와 비전이라는 부담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장인들은 답답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세계로의 이탈을 시도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일이 넘쳐나고, 구조조정이라는 흉흉한 소문 등 불안한 현실 속에서 직장인들은 일탈을 꿈꾸고 있다.
불확실한 직장인들의 미래, 자기계발을 꿈꾼다
외환위기 이후 연공서열과 종신 고용이 무너지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고용 불안정 시대로 접어들었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한 설문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정규직 직장인 중 45.2%가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실력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직장인들이 자신의 상품성을 업그레이드하는 경력 관리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능력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제가 직장인에게 자기 계발을 위한 동기 부여를 촉진시키고 회사에는 최대한의 성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직장인의 ‘자기 브랜드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사비를 들여 퇴근과 주말을 이용해 각종 자격증을 따기 또는 어학ㆍ프로그램개발 등 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사내 공부모임과 온라인 스터디그룹도 적극 결성하고 있다. 아예 체계적인 미래 준비를 위해 경영대학원 진학에 눈을 돌리는 젊은 직장인들도 많다. 아직까지 MBA학위 취득을 위한 해외 유학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국내 MBA 시장도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외국 MBA에 비해 매우 저렴한 학비, 국내 네트워크 구축, 시간 절약, 지리적 이점 등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양적으로 토종MBA 스쿨이 증가함은 물론이고 질적으로도 다양한 과정이 도입되고 있다. 2년 전일제 과정(Full time) 외에도 주중, 주말을 이용해 다닐 수 있는 파트타임 과정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단순히 유명 해외 과정과의 연계프로그램에서 나아가 국내에서 직장을 다니며 유럽의 1년제 MBA 학위를 딸 수 있는 과정도 있다. 금융, IT 등 전공별로 특화된 MBA 프로그램도 경력전환이 아닌, 경력 업그레이드용으로 인기가 높다. 이처럼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일단 MBA 학위취득을 고려하는 직장인이라면 가장 먼저 자신의 장단기 커리어 플랜(Career Plan)을 세우고 과연 이 과정이 내 플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자신의 현재 경제상황과 MBA 취득의 목적, 휴직가능 여부, 졸업 후 취업률 등은 기본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불안한 현실이 원인, 인생 전반 살피는 지혜 필요
직장인들의 대부분이 연말과 연초에 고민에 싸이게 된다.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와 같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불황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생의 후반을 준비할 수 있는 확실한 자기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서는 공통적인 심리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은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한계에 봉착했을 때, 혹은 처한 환경에 적응이 어려우면 예전에 자기가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행동으로 되돌아가 난국을 타개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본능적 반응이다. 고시나 유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꽤 좋은 대학을 나왔거나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얘기는 자기가 잘 할 줄 알고, 한번 성공해서 경쟁력이 있다고 확인된 바 있는 ‘공부’와 ‘시험’을 통해 현재의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을 해결하려는 심리가 발동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생각만 해볼 뿐 과감히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설사 막상 뛰어든 사람 중에서도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 그 이유는 “내가 이것만은 잘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의 표출이었지만, 그 내면에는 힘든 오늘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백일몽을 꾸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 전반을 살피는 진지한 고민을 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모한 도전인가 인생역전의 기회인가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려는 30, 40대가 많다. 유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30대 직장인 중 유학길에 오른 사람들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들이 왜 ‘모험’과도 같은 늦은 유학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결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도전으로 이를 설명한다. 직장인들은 월급을 ‘뽕’이라고 한다. 자신의 위치에 불만이 생기고 일에 회의가 들 때쯤 월급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그냥저냥 다시 한 달을 살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불만이 생기고 회의가 들고, 또 뽕을 맞는다. 이를 반복하면서 일상에 안주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되면 그렇게 살기에는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용기를 얻게 된다. 대부분의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좋은 학벌과 해외유학은 필수 코스처럼 보여 진다. 또 기업에서도 학위 유무에 따라 대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 대부분은 유학을 통해 학위도 따고, 아이들의 어학공부도 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선택인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인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월급쟁이로 아이 둘 키우면서 저축을 하기란 사실상 어려워요. 요즘 직장인들의 근무 연한이 평균 10~20년 아닙니까. 그럴 바에야 지금 이쯤에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령 이 도전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해도 아무것도 안 하고 주저앉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어느 직장인은 말한다.
모두가 떠나는 유학보다는 희소가치를 따져라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확실하게 ‘어디’라고 답을 내지 못한다면 분위기에 휩쓸려 갈 필 요는 없다. 유학이라면 대부분이 미국유학을 떠올린다. 직장인이 선호하는 MBA 과정만이 아니다. 정치, 사회학 등 대부분 학문에서 미국 선호도는 절대 적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2001년 전체 유학생 15만 명 가운데 6만 명 가까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희 교육부 국제협력과 사무관은 “같은 북미에 속하는 캐나다(2만명)까지 합치면 50%가 훌쩍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미국은 고등교육에서 가장 앞섰다. 대학 수,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이 그렇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미국대학 유학생은 그만큼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된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자. 먼저 중국이 눈에 띈다. 2001년 공식통계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이 1만6000명뿐이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2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증가추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몇 년 전만해도 중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하면 ‘왜 그런 짓을 하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적극적으로 중국유학을 직장인들도 많이 늘어나 추세이다. 중국이 유학지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마디로 중국경제발전에 거는 기대에 있다.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중국을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 현지 취업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미국 내 기업에 취업할 때도 중국어는 필수가 됐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 가운데 중국어를 미리 공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MBA과정도 서서히 부각된다. 상하이에 위치한 비즈니스스쿨 씨브스(C EIBS). 상하이시와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세운 학교다. 이 학교는 2001년 세계 100위권에 들어서더니 지난해는 50위권(파이낸셜타임즈 기준)에 진입했다. 존 헐프키 입학담당 교수는 “중국과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라면 굳이 미국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헤드헌팅업체 얘기를 들어봐도 중국전문가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매경휴스닥 서미영 팀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중국전문가를 찾는 경우 가 많다”며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인력을 요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떨까. 유럽은 아직 선호도가 떨어진다. 2001년 유학생이 99 년보다 못하다. 서유럽 내에서 가장 유학생이 많은 프랑스도 6600명 에 불과하다. 유럽을 통틀어 봐도 2만명 수준. 미국의 3분의 1 정도 다. 그러나 유럽유학은 다른 기대를 해볼 수 있다. 희소성이다. 한국에서 미국보다 선호도가 떨어져도 유학생이 많지 않은 탓에 지역전문가로 클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탈리아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종원 수원 대 교수는 이탈리아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유럽의 작은 나라를 택하면 한국과 그 나라를 연결하는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역규모가 커질수록 한국에서의 가치는 높아진다는 얘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유럽전문가 채용도 꾸준하다. LG CNS도 최근 MBA, 석박사를 대상으로 유럽전문가를 뽑았다. 국내 최대 유럽MBA 사이트인 ‘유로MBA클럽’에는 구인문의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성공사례도 많다. 김주한 크리스찬디올 면세점과 항공사 기내영업 총 책임자(32)는 유럽에서 공부해 덕을 본 대표적인 케이스. 고대 스페인어과를 나온 그는 프랑스 인시아드에서 MBA를 이수했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인시아드 졸업생인 김씨에게 유럽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밀려들었다. 또한 유학기간이 짧다는 것도 장점이다. MBA를 예로 들어보면 김주한씨가 나온 프랑스 인시아드만 해도 1년제 과정. 미국 대학은 2년제를 고집하고 있지만 유럽은 1년제, 1년 6개월제 등 다양하다. 백수생활이 부담스러운 직장인에게는 권할만 하다. 비용도 2년제보다 상대적으로 싸다. 독일과 스페인 유학을 취급하는 유로어학원 허영미씨는 “유럽에서는 공짜로 공부할 수 있는 대학도 많다”고 강조한다. 독일학술교류처 이효경씨도 “유럽이 학생을 유 치하면서 내세우는 점도 저렴한 학비”라고 말한다.
유학비용 마련과 귀국 후의 생활에도 신경써야
유학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에게 첫 번째 다가오는 걸림돌이 비용이다. 비용이 얼마나 들고, 어떻게 마련할지, 갔다 와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가 최고 관심사다. 직장인들이 유학을 생각한다면 비용문제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유학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아니 라면 최소한 2∼3년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하라고 충고한다. 자금이 준비돼 있다면 관리 쪽에, 그렇지 않다면 목돈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성엽 하나은행 차장은 “목돈 마련이므로 안정적인 상품에 가입해 야 한다”고 권한다. 김 차장은 유학 자금 마련을 목표로 한다면 만기가 6개월에서 3년인 상호부금이 현재로선 가장 적절한 상품이라고 추천했다. 신귀현 산업은행 PB는 “3년 정도 기간이라면 근로자 우대저축 같은 비과세 상품이 최적이지만 없어진 상태”라며 “이미 가입했다면 최대한 불입하고, 아니면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적립식 신탁 상품 정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학을 갈 때에도 퇴직할 것인지의 여부도 미리 결정해야 한다. 퇴직할 생각이라면 유학 자금 마련에 장기주택마련저축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원래 7년 이상이지만, 퇴직을 하면 기간에 관계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퇴직 후 유학을 갈사람 이라면 장기주택마련저축에 가입해 두는 게 좋다. 급하게 학비를 마련해야 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금융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3000만원에서 최고 5000만 원정도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과거 금융기관에서 유학관련 전문 상품을 일부 내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기유학 보험 상품을 제외하면 유명무실해진 상태이다. 따라서 일반 신용대출이나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에도 한꺼번에 많은 대출보다는 첫 학기 학비 정도만 준비하라고 권한다. 이와 관련, 정병찬 JCMBA 사장은 MBA “유 학 비용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흔히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미국 내 톱 10스쿨에 입학할 경우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에 대해 보증 서주는 방식 . 학교 신인도가 배경이 된다. 이자 6∼8% 선, 상환기간 20년 정도로 국내 대출보다 조건이 유리하다. 따라서 재학 기간동안에는 학비와 생활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립대학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학비와 생활비가 적게 들고, 학교별로 다양한 학비 보조 프로그램이 있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 내의 인턴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명 MBA 재학생들 의 경우 방학기간 중 인턴으로 3만 달러가량 소득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기가 좋지 않아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주요 대학 학생들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유학 준비와 송금비용도 절약 대상이다. 유학원을 통한 준비에는 최소 150만원에서 최고 400만 원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예산이 빠듯한 유학 준비생이라면 직접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송금비용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개인이 이런 부분까지 챙기기는 힘들다. 이 경우 각 은행에서 제공하는 유학이나 이민센터를 이용하면 좋다. 은행들은 대형 유학원들과 제휴, 수수료 할인 혜택도 주고 있다. 각종 카드와 포인트 활용 방안도 찾아야 한다. SK는 OK캐시백 회원을 대상으로 항공권, 환전수수료, 국제전화 등에 캐시백 포인트를 이용하는 서비스를 한다. 비용에 민감한 유학 준비생이라면 미국 지역, MBA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일례로 유럽 유수 MBA나 각종 교육기관의 학비나 생활비는 미국 대도시 지역과 큰 차이가 없지만, 대체로 교육 기간이 짧아 자연스럽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유럽 MBA는 1년 과정이 많다. 평균 7000만 원정도로 학비와 생활비, 각종 부대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IT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관련 분야 일반 석사 과정을 먼저 검토해 보아야 하겠다. 유학비용은 국가나 학교, 학과, 생활 형태에 따라 천양지차다. 미국 동부 지역의 사립대학 MBA의 경우, 가족과 함께 간다면 1년에 1억 원이상이 필요하다. 반면 같은 MBA라도 중소도시 주립대학에 혼자 갔 다 온다면 연간 5000만 원이하로 묶을 수 있다. 가족 유학이 아닌 1인 유학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생활 스타일에 따라서도 천양지차. 미국 MBA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평 균 7000만 원선. 생활 스타일도 중요하다. MBA는 부대비용이 의외로 많이 들어간다. 현지에서 골프를 치거나 각종 세미나, 행사 등에 참여한다면 부대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네트워크 형성보다 학업에만 목적을 세우고 학교와 기숙사만을 오간다면 학비, 숙식비로도 가능하다. 미국 커뮤니티칼리지도 석사 과정에 연간 2만 달러 정도 비용이 필요하다. 유럽지역 1년짜리 유명 MBA는 평균 7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