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ㆍ채무 불이행 비율 두 자릿수 증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커다란 악제로 휘청거렸던 미국경제가 업친데 덥친 격으로 ‘신용카드 대란’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캐피털 원 등 주요 신용카드업체 17곳의 지난 2007년 10월 자료를 집계한 결과 30일 이상 연체된 신용카드 대금이 2006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26%나 늘어난 173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견하는 증거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실업률이 5%를 넘어서며 2년여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 주택 거래도 1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가시화 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 저널은 고용시장 악화의 징후로 근무 시간을 줄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예로 엘라베마주 소재 현대차 공장을 지적하며 향후 3개월간 3.300명의 근로자를 해고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감축했다고 전했다. 저널은 또 미 노동부의 집계를 인용해 경기 악화로 인해 미국의 일용직 근로자가 지난해 이미 280만 명으로 작년에 비해 9%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도했다. 한편 비즈니스 위축으로 사무실 공실률도 지난해 4/4분기 12.6%를 기록해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빈사무실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은 2003년 16.9%를 기록한후 16분기 동안 꾸준히 감소되어 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의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의 데니스 록하트 총재는 애틀란타 로터리클럽 연설에서 “주택과 금융시장이 앞으로 전체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냐가 관건”이라면서 “부정적 경기지표들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고”말했다. 이 발언은 올해 처음 소집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동에서 연방기금 금리가 0.5%포인트 추가 인하되어 3.75%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또 월가의 가장 영향력이 있는 투자자중 하나인 짐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미국이 침체로 가고 있다”며 “이것이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가장 심각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통화에 대한 압박이 심화되면서 인플레가 가중돼 세계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경기 사이클을 분석하는 권위 있는 민간경제기구인 전미경제조사국(NBER) 의장인 마틴 펠트슈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미국이 침체에 빠질 확률은 50% 정도로 판단되고 있는데 이제는 더 높여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성장이 올해 더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월가의 저명한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도 블룸버그에 게재된 기명 칼럼에서 “일본이 지난 90년대에 경험한 ‘거품’시대를 미국이 되풀이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2008년 미국 경제 2% 성장 예상
올해 미국의 경제전망은 예상하는 경제전문가들은 긍정이나 희망적인 예상조차 언급 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올해의 미국경제는 암울한 상황이다. 침체에 빠지지 않고 둔화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분위기이다. 서브프라임 모지기 부실로 인한 손실은 예상 보다 심각했다. 그 파장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파생되는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주택시장 침체, 고유가, 만성적인 무역적자 등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악재들만 쌓여 가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신용경색 위기가 신용카드 대란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는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지탱하고 있다. 신용사회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은 신용카드를 통해 대부분의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신용카드가 막히면 소비가 막히고 이는 곧 미국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때문에 미 경제 주간지 포천은 미국인들이 주머니에 미국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폭탄(신용카드)를 지니고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당시 포천은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가 사상 최대에 달하며,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채 규모보다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美 신용카드 부채 ‘제2의 모기지 폭탄’ 되나
미국의 카드사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채무 불이행 판정을 받은 카드 사용 금액은 9610억 달러로 2006년 10월에 비해 18% 증가했다. 일부 카드사에서는 90일 이상 연체된 카드 대금 증가율이 50%를 웃돌기도 했다. 30일 이상 연체된 계좌 수 또한 2006년 11월에 비해 2만5,716개가 증가했으며, 1개월 동안 늘어난 30일 이상 연체계좌 수 역시 6,000개에 이르렀다. 캐피털 원의 경우 지난달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경영 설명회에서 2008년도 신용카드 대금 상각 비용으로 49억 달러를 적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의 신용카드 대란을 암시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부채를 감당할 수 없으면서도 무턱대고 소비에 나서는 미국의 소비문화가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신용 시장이 위축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카드빚에 허덕이는 미국인들을 구제해 줄 만한 제도적 여지조차 줄어들고 있어 카드 채무 불이행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은 농후해 졌다고 경고했다. 특히 2005년부터 평균 이상의 소득을 얻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채무를 완전히 탕감 받지 못하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되었기 때문에 이미 연체자 혹은 채무불이행자 신분으로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신용카드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미국인의 신용카드 부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이은 ‘제 2의 모기지 폭탄’이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경고한바 있다. 앨런 그린스펀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절 저금리 정책의 폐해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뿐아니라 신용카드 부문에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포춘지는 현재 미국 신용카드 부채규모는 9,150억 달러로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연관된 부채 규모 9,000억 달러와 비슷한 액수로 추산하고 있다. 이것은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인 캐피털 원, 워싱턴 뮤추얼, 씨티그룹, JP 모건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의 지난 3분기 카드 연체율이 전분기 대비 평균 13% 증가한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씨티그룹의 경우를 보면 수익이 57% 줄어든 가운데 소비자 신용부담이 증가한 점 등을 감안해 대출 상각금으로 22억4,000만 달러를 떼어 놓았다. 씨티그룹의 게리 크리텐든 재무책임자(CFO)는 처음으로 씨티카드 고객의 미상환잔고가 증가하고 현금 인출도 늘어났다면서 이는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카 익스프레스도 “상황 악화 조짐이 보인다”면서 핵심사업부분인 미국 카드사업 부문의 대손 충당금을 44%로 늘렸다. 캐피털 원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그리고 워싱턴 뮤추얼도 카드사업 부문의 상황 악화를 감안해 중단기 손실 상각금을 20% 혹은 그 이상으로 늘린 상태이다. 그러나 포춘지는 신용카드 부채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간의 다소 차이는 있다며 신용카드 부채 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일순간에 터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메르츠방크은행의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그나마 담보가 있었으나 신용카드 부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모두가 손실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10년간 저금리를 바탕으로 과잉소비라는 축제를 벌인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이어 신용카드 부실이라는 지뢰를 밟게 될 것인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 이후 미국 부동산 시장의 차압물량이 늘어만 가고 있고, 침체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주식시장은 다우지수가 1만4,000선까지 올랐다가 1만2400선까지 폭락한 뒤 현재는 1만3,0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유가격은 사상최고치를 연일 갱신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다시 금리 인하를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부동산 경제 전망에 있어 가장 낙관적 입장을 보였던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조차 깊은 하락세을 예고하고 있다. 협회는 올해 3분기 기존주택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것은 이전의 하락 전망치 2.2%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4분기에도 이 전망치(1.0% 하락)를 상회하는 1.3%의 하락세를 전망했다. 협회에 따르면 올 한해 기준으로도 이전 하락전망치(1.2%)를 크게 웃도는 1.7% 하락세를 예상하고 있지만 신규주택 가격도 올해 2.2% 하락하며 올해 1분기에는 작년 1분기 보다 3%까지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우지수가 사상최고치를 돌파하면서 혹시 불마켓(강세장)이 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던 주식시장도 부동산 시장의 여파가 언제 폭탄을 터트릴지 모른다는 우려에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이에 따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금융시장을 혼란시키는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폴슨 장관은 주요 모기지 대출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에 내몰리지 않게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미국의 경제사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가의 고공행진은 계속 되고 있다. 올해 초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중동산 원유의 기준유가인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유가 폭등세는 국제 곡물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끌어올렸다. 콩 가격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인플레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백악관, 마침내 경기 심각성 ‘시인’
2008년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하면서 조지부시 대통령은 “경기지표가 갈수록 엇갈리고 있다”며 미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상황을 시인하였다. 이에 백악관이 얼마나 적극적인 대응책을 취할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시카고의 일리노이주 상공회의소에서의 연설에서 “많은 미국인이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이런 현상이 처음은 아니며 어려울 때마다 충격을 흡수 했다”고 강조했다. 부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영구 감세가 필요하다”고 거듭 역설하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조속히 조취를 취할 것을 촉구 했다. 또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대기업 소송이 남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더 많은 불확실성에 휩싸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장관인 헨리 폴슨도 경제상황에 대한 난색을 표명했다. 뉴욕의 증시애널리스트협회 회동에 참석해 “가까운 장래에 성장이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모기지 위기로 초래된 신용경색의 타격을 단번에 해결한 묘책은 없다”고 시인했다. 또 그는 백악관이 위기 타개를 위한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나 “성급하게 실행하지 않고 신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부시와 폴슨의 발언에 백악관 대변인은 “최종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좀 더 시간을 두고 더 많은 정보와 경기지표를 종합해 분석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말 모기지 위기 타개책으로 서민층을 위해 5년간 변동부 모기지 금리를 동결하는 조취를 취한바 있다. 하지만 AP통신은 백악관의 경기불안 시인에 대해 신용경색에도 불구하고 ‘경제 펜더멘털이 여전히 건실하다’는 그간 보여줬던 입장이 먹혀들지 않을 정도로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고 시간을 벌기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부시의 영구 감세안에 거부감을 보여 왔던 것을 ‘모기지 위기 카드’를 활용해 공격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시의 발언이 나온 직후 미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산층을 보호하고 성장과 고용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제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부시의 감세안에 대해 가뜩이나 심각한 재정적자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회의 반대 세력이 많은 만큼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침체, 고용악화로 이어져
지난해 12월 미국의 월별 신규 취업자 증가 수치가 4년여 만에 최저치를 보이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도 당분간은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2007년 12월 비농업 부문의 취업자가 1만8,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2003년 8월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실업률도 작년 11월 4.7%에서 5.0%로 급등하면서 2005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애초 신규 취업자 증가수를 5만 명, 실업률은 4.8%로 내다 봤지만 예상보다 훨씬 악화되었다. 특히 신규 취업자는 주로 공공부문에서 늘었으며, 민간부문에서는 오히려 1만3,000명이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미국 주택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도 그나마 미국의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탄탄한 고용과 소비 덕분이었다. 하지만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마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가 그동안 견고했던 개인 소득을 갉아먹기 시작함에 따라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도 이날 “미국 경제가 침체의 가장자리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고용 지표가 악화되면서 미국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2% 가까이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도 4% 가까이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난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나쁜 실적이다. 거기에 신용 경색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국제 유가마저 급등하면서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고유가, 주택경기 침체, 신용위축 등이 미국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는 요인이며, 다만 기업들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택경기가 상당히 조정이 된 점, 신용위축이 주택 외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는 분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은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져 있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고용지표가 앞으로도 계속 악화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용경색 완화 정도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추이, 향후 미국 소비지표 둔화의 정도 등을 확인해야 할 변수로 꼽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