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입양만큼이나 아이의 삶을 짓밟는 파양도 늘고 있다.
가족체계의 붕괴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입양되었던 아이들이 다시 보호시설로 돌려보내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입양으로 새 가족 구성원이 생긴 것에 대하여 가족균형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입양아와 양부모의 부적응, 입양아와 친자와의 부적응, 결혼관계에 미치는 스트레스로 가족 전체의 불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입양에 대한 확대가족의 반대, 경제적 파산, 배우자 사망, 가출 등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지면서 입양된 아이들은 두 번이나 버려지는 아픔을 겪고 있다.
파양은 양친자 관계를 말소하는 것으로, 입양아가 다시 보호기관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파양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육체적인 학대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파양된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입양되지 못하거나 외국으로 다시 입양되지 못하면 영구적인 가정을 가질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집단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된다. 한번 가족에서 분리된 아이들이 또 다시 그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사회적인 보호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며, 입양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과제인 것이다.
입양은 가슴으로 낳는 사랑이다
입양에 대한 편견은 벌써 반세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에 전쟁고아와 혼혈아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입양문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동안 입양을 통해 가정의 보살핌을 받게 된 아동들은 2006년 말 총 22만8.000명으로 이중 15만9.000명(69.8%)은 국외로, 6만9.000명(30.2%)은 국내가정으로 입양되었다. 최근 들어 국외입양이 다소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2.000여 명에 이르는 아동이 국외로 입양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입양은 ‘01년 1.770명, ‘03년 1.564명, ‘06년 1.332명으로 국외입양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실정이다. 또 입양아동의 성별은 국내ㆍ외입양의 편차가 심하다. 2006년 국내입양 중 63.6%(847명)가 여아이고 36.4%(485명)가 남아이며, 국외입양은 그와 정반대로 34%(646명)만이 여아이고 66%(1.254명)이 남아이다. 국내 입양은 여아 양육을 선호하는 반면, 국외 입양은 남아 양육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같은 국내입양의 현황은 유교문화로 인해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혈통주의, 가계계승 등의 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세계 10위권의 국가경제력, 월드컵 개최 등의 국가위상에 걸맞지 않게 빈약한 입양현황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혼, 사망, 실직, 미아, 기아, 아동학대 등 가정해체로 인해 발생하는 요보호 아동들이 증가해 이들의 수가 연간 1만여 명에 이르는 현실 속에서, 국외입양으로 인한 국제적 비난을 사면서도 국내입양은 변함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도리어 입양 후 다시 보호시설로 파양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입양아 파양, 해외 파양의 10배 넘어
최근 네덜란드 외교관 부부의 한국인 입양아 파양이 국제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입양아의 파양 숫자가 해외 입양아의 10배가 넘고 있어 충격이다. 특히 국내 입양의 경우 합법적 파양이 가능하고, 비밀입양이 많기 때문에 입양된 아이가 다시 미인가 보호시설에 버려지는 제도적 허점 등 그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도 뒤늦게 해외 입양아의 인권문제와 해외파양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국내 입양기관과 국회, 학계에서는 국내파양의 부작용을 줄일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관계기관들은 파양된 입양아들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전국 24개 입양기관을 조사한 결과 국내 입양 후 파양된 아이는 2004~2006년 매년 9~10명 수준이었으나, 2007년 7월 현재 9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했다. 이것은 해외에서 파양된 국내 입양아가 2004~2005년 각 1명과 2006년 4명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로 해외입양이 국내입양보다 1.4배 정도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국내파양의 이러한 수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파양이 이렇게 증가한 이유는 손쉬운 파양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파양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입양 후 가정의 불화나 경제사정의 악화 등을 이유로 합법적인 파양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더구나 비밀입양이 많은 국내 사정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파양된 아이들의 숫자는 보고 된 것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입양기관측은 추정하고 있다.
입양된 아이들은 물건이 아니다
아이들의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는 파양을 막기 위해서는 법원이 양부모의 요건을 심사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며, 파양을 허가하는 ‘입ㆍ파양 허가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입ㆍ파양 허가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권고하는 사안으로 단순히 입ㆍ파양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격과 인권이 보호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국내에서의 입양률 저하를 우려해 국외 입양에 한해서만 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정자 원장은 “부모를 위한 입양이 아니라 자녀를 위한 입양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입양을 간절히 원하는 부모가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국가가 양육비를 지원하는 조건에서 입양을 허가하고, 파양하려는 부모에 대해서도 새 부모가 나타날 때까지 성실히 보살피도록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또 이를 감독하는 사회적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후서비스의 결여 문제도 지적했다. 입양아와 양부모의 부적응 문제나 입양아의 문제행동으로 인해 파양을 결정하게 된 입양가정은 입양기관에서의 상담이나 다른 치료서비스의 의뢰가 필요하였으나 사후서비스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토로하고 있다. 입양을 준비함에 있어 불충분한 준비도 파양에 많은 영향을 준다. 입양으로 인해 현재가족들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경우와 입양아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거나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행동, 특성, 취약성들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을 경우, 입양가정의 이혼이나 경제적 파산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등 입양아의 양육에 대한 확대가족의 도움이 부재하였거나 입양아의 양육 포기를 권유하는 부정적 영향은 파양에 큰 영향을 준다.
초 고령화시대 건강한 가정의 초석이 되는 입양
최근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진입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입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입양 활성화 정책이 제시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어 입양에 관한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지 초반부터 회의적이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정부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번째로 입양수수료 지원 정책을 보면, 그동안은 기관의 아동을 입양할 경우 약 70만원에서 220만원의 입양수수료를 입양기관에 지불해야 했다. 이 때문에 입양부모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치 아동을 매매하는 것 같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고, 입양가정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정부에서 입양수수료를 지원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올해부터 입양부모는 입양수수료 부담 없이 아동을 입양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입양아동 양육수당 지원이다. 13세 미만의 입양아동에 대해 입양가정에는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이 지원되며, 향후 18세 미만의 전체 입양아에게 확대될 계획이다. 그동안 양육비로 인해 입양을 주저하고 있는 예비입양부모들에게 어느 정도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 된다. 세 번째로 독신가정이 현대사회 가정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 가는 현실을 반영하여 반드시 혼인 중이어야 입양이 가능했던 기존의 규정 대신, 독신자라도 아동을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입양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또, 평균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사회적으로 안정된 중·노년층의 입양 요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입양부모의 연령에 관한 규정이 기존의 ‘입양자녀와의 연령차이가 50세 미만’에서, ‘60세 미만’으로 완화되었다. 이런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일반인들의 인식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나라의 입양은 결코 희망적이지 못할 것이다. 편견과 차별 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입양은 가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보호를 필요로 하는 많은 입양아들이 국내의 행복한 가정 속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어야 하며, 이는 무엇보다 사회구성원들의 깊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입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정부와 관련 단체는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