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er의 입소문을 이기는 판매 기법은 없다'
발 문: 소비자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단계를 넘어 직·간접적으로 제품의 생산에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한지 이미 오래 전. 이제 프로슈머에서 더 한층 업그레이드된 ‘크리슈머(Cresumer)’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크리슈머란 창조(Creative)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직접 제품에 대한 구상과 도안, 제작까지 해내는 ‘창조적 소비자’를 뜻한다. 한마디로 창조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들이다.
크리슈머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생산에 참여하거나 아이디어를 상품화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디지털 카메라를 개조해 사용하기도 하고, 직접 디자인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며, 노트북과 PDA를 결합해 업그레이드된 내비게이션을 만들기도 한다. 기업은 고객의 아이디어를 채용해 제품 개발이나 광고에 활용하거나 공모전을 개최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날로 진화하는 소비자의 아이디어가 경제를 움직인다
소비자는 단순한 프로슈머를 넘어 역할과 분야에 맞게 세분화한다. 그리고 마담슈머, 트라이슈머, 크리슈머 등 다양한 슈머에 맞춰 기업의 마케팅 전략 역시 함께 진화하고 있다.
마담슈머=마담슈머(Madamsumer=Madam+Consumer)는 구매결정력을 지닌 주부 프로슈머를 뜻한다. 한국의 주부는 ‘아줌마’를 넘어 지적 능력, 경제력, 사회활동 경험 등을 바탕으로 ‘마담’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많은 기업이 제품 개발, 생산, 평가에 이르기까지 마담슈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트라이슈머(Trysumer)=신세대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산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구매에 있어 더 중요하다. 트라이슈머(Try+Consumer)는 간접적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서비스, 제품, 맛 등을 직접 경험하길 원하는 체험적 소비자를 뜻한다.
크리슈머(Cresumer)=‘나는 창조한다. 고로 존재한다.’ 창조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가진 창조적 소비자인 크리슈머(Creative+Consumer)는 프로슈머가 업그레이드된 형태. 이들은 주로 음악, 미술, 문학 등의 창작 분야를 활용해 생산에 참여하거나 아이디어를 상품화한다. 기업이 앞 다퉈 공모전에 적극 나서고, 패션과 미술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s.협업)이 활발한 요즘 트렌드에 미친 크리슈머의 활약은 눈부시다.
메타슈머(Metasumer)=메타슈머(Meta+Consumer)는 평범한 제품에 변화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진화시키려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그 밖에 ▲스포츠 관전 및 참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를 뜻하는 스포슈머(Sposumer) ▲뷰티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에 있어서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보떼슈머(Beautysumer)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를 참조해 동일한 기호 및 성향 등을 중시해 상품을 구입하는 트윈슈머(Twinsumer) ▲웰빙-로하스(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열풍에 걸맞게 유기농 식품과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그린슈머(Greensumer) 등도 프로슈머의 진화로 볼 수 있다.
프로슈머 마케팅이 기업의 성공 포인트
소비자들을 생간의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욕구, 자신에게 만족도 높은 기능을 가진 제품 소유에 대한 의미도 있지만, 참여 그 자체이서 오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다.
LG화학은 지난 2006년 1월 ‘고객 맞춤형 인터리어 디자인 센터’를 개설하였다. 리모델링 시 고객이 인테리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자재 선택까지도 할 수 있도록 토탈 서비스를 제공 하였다. 개설 이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디자인 센터를 찾았고, 상담이 실질적으로 리모델링 공사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2010년까지 사업 매출을 5,000억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패밀리레스토랑 VIPS는 2002년부터 고객이 제안한 메뉴를 판매하는 ‘고객제안메뉴’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채택된 메뉴는 수익금의 1%를 메뉴 제안자에게 돌려준다. 참여자는 고객이 직접 메뉴를 만들어 회사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2005년 NF소나타 LPG차량 1만 6,000대를 리콜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NF소나타 LPG동호회가 연료공급장치 불량 사례를 끊임없이 제기해 발생한 결과다.
IT시장을 누비는 ‘창조적 소비자’를 잡아야
기술변화 속도와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크리슈머들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하고 고객의 요구와 트렌드를 파악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소비자가 만든 광고 ‘부부싸움 완전정복’과 ‘시험기간 완전정복’을 선보이고 있다. ‘부부싸움 완전정복’은 SK텔레콤 T브랜드의 ‘나만의 완전정복 UCC공모전’(www.24hourst.com)에 출품한 유홍근씨(31·회사원)의 아이디어를 소재로 한 광고다. 소비자가 만든 첫 번째 완전정복 캠페인 광고인 셈이다.
또 다른 신규 광고인 ‘시험기간 완전정복’도 ‘나만의 완전정복 UCC공모전’에 출품한 방혜진(21), 이혜순(21), 이가람(20)씨의 ‘시험기간’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기획한 작품이다. 시험기간 도중 밤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자는 척하는 등 친구와의 묘한 경쟁심리를 잘 묘사해 누구나 한 번씩 겪었을 법한 학창 시절을 재치있게 그려내고 있다.
한국HP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감각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모하기 위해 ‘Take Action. Make Art’라는 주제로 노트북 PC 외장 디자인 경진 대회를 최근 개최했다. 우수 디자인 작품은 오는 3월 신제품의 외장으로 적용돼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상을 탄 작품들도 노트북 외장으로 사용된다.
LG전자도 고객의 참여를 통해 2008년형 휘센 액자형 에어컨에 적용할 명화를 선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휘센 홈페이지를 통해 고흐, 클림트, 드가 등의 명화 중 고객이 원하는 작품을 골라 응모하도록 했다.
레인콤은 MP4플레이어 ‘클릭스’에 사용되는 배경 화면(스킨) 공모전을 열었다. 고객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스킨을 디자인해 사용하고 서로 공유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업체에서 좋은 스킨을 확산시키기 위해 공모전을 연 것이다.
인기광고 뒤에 ‘애드슈머’ 있었네
요즘 최고의 인기광고는 누구 머리에서 나올까. 유명한 광고기획사? 아니다. 바로 광고의 타깃인 소비자들이다. 지난 1월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은 광고의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제안하는 소위 ‘애드슈머’(Advertising+Consumer)로 거듭나고 있다. 일방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활용되는 광고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에게는 광고도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이자 표현 수단이다.
최근 아빠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아기의 모습이 화제가 됐던 푸르덴셜생명의 광고 ‘아빠는 푸르덴셜’ 역시 애드슈머가 제작했다. 일반인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기획사의 연출을 보태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결말을 소비자에게 묻는 쌍방향 광고도 선보였다. 기말고사에서 5개나 틀리고도 느긋한 훈이, 또 축구 하느라 학원을 빼먹은 훈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삼성전자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이 바로 그것.
소비자가 온라인사이트(www.gohoon.com)에 의견을 올리면 약 한달 보름 후 그 의견을 반영해 완결된 형태로 광고를 제작한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아빠의 재치’ 편은 한달 보름 만에 5,300건의 소비자 의견이 접수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SK텔레콤의 임성식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광고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소비자들이 최근 능동적인 창조자로 거듭나고 있다”며 “특히 애드슈머들은 고객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잡아냄으로써 기업 광고 활동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에게 귀 기울이고 나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이런 시대엔 소비자를 파악하고 제품을 이해해 소비자와 기업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마케팅’에 제품의 성패(成敗)가 달렸다.
똑똑한 독립형 프로슈머들의 힘
소비자단체나 외부 기관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조직을 꾸려 기업에 대항하는 ‘독립형 프로슈머’의 힘 앞에 르노삼성이 무릎을 꿇었다. 지난 1월 2일 건설교통부는 르노삼성자동차에서 판매하는 SM5LPLi 5만9,160대와 임프레션 8,877대에 제작결함이 생겨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기아차의 소렌토가 17만 여대 리콜된 이후 최대 규모의 리콜이다. 그런데 ‘이 리콜’조치가 이뤄진 배경에는 똑똑한 독립형 프로슈머들의 힘이 숨어 있었다.
피해사례수집에서 집단 민원까지, 철두철미한 프로슈머들
이번 리콜의 주축이 된 것은 인터넷의 ‘르노삼성 자동차 동호회’와 지난해 10월말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SM5 임프 리콜(cafe.daum.net/SM5RECALL)’카페. SM5LPLi 차량을 구입한 뒤 수시로 시동이 꺼지는 등 이상한 결함들이 발견됐으나 구입한 지점 측에서 무시하는 반응을 보이자 화가 난 소비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동호회와 카페에서 서로의 불만을 나눈 게 시발점이었다.
리콜 카페를 개설한 주인공 지모(29)씨 역시 SM5 승용차를 구입했다가 피해를 본 소비자. 지 씨는 지난해 여름 르노삼성 승용차 SM5 새 기종 뉴 임프레션을 구입했으나 보름만에 엔진에서 소음이 나고 운전대와 의자가 떨리는 등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점에 수리를 요구했으나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고 화가 난 지 씨는 르노삼성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가 똑같은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을 만나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 게시판은 “주행 중 시동이 꺼져요(아이디 윤똘)” “연료통에도 결함이 발견됐어요(아이디 조한길)” “처음 세차 후 도색발견(아이디 권형준)”등 금세 피해 글들로 도배가 됐다. 시작 당시 5명도 안된 회원 수는 2개월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회원들은 정비사와 자동차과 교수 등을 찾아 검사를 의뢰, 엔진을 떠받치는 지지대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회원들은 접수된 여러 문제점들을 모아 카이스트(KAIST) 진동·소음 제어 연구센터에 정밀 분석을 맡겼다. 11월 초에는 카페에 “건교부 사이트에 신고 부탁드립니다(카페지기 지완수)” “소비자 보호원에도 신고하러갑시다(아이디 진영아빠)”라고 공지됐다. 회원들은 똘똘 뭉쳐 한국소비자원에 집단 민원을 올리고 건설교통부 자동차팀에 리콜을 원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소비자원은 수백 건의 항의가 밀려들자 정식으로 건교부에 정밀조사를 건의했다.
노력의 결실 리콜, 끝나지 않은 싸움
지난 1월 2일 드디어 이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건교부가 SM5 승용차 6만8,307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린 것. 연료 공급 장치와 연료 유량계 불량으로 시동 꺼짐 현상이 일어나므로 이를 고쳐주라는 내용. 10월부터 개별적으로 르노삼성에 항의를 했을 때만 해도 르노삼성 측은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리콜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그러다 건교부의 명령이 떨어지자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이들의 싸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리콜에는 차량 떨림 현상에 대한 개선안이 없었기 때문. 르노삼성은 건교부가 결정한 사안 외에 다른 것들은 소비자들의 지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3일 오전 카페 게시판에는 “이제 부터가 진짜 리콜 싸움의 시작이다(아이디 두부)” “진동은 리콜 안해주나?(아이디 잉글리쉬맨)” 등의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미 후속작업에 돌입한 것. 이들 독립형 프로슈머의 향후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주목된다. 한편 르노삼성측은 “현재 차량 떨림 현상에 관한 건에 대해서는 여론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객 불만 의견을 수렴한 후에 나중에 논의 하겠다. 현재로서는 세부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