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체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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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체제’ 강화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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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친노색채’ 털고 변화와 쇄신을 꿈꾸다
‘참여정부와 각 세우기’ 본격화, 후속 당직인선 마무리로 총선 돌입

대통합민주신당이 총선에서의 기사회생을 위해 ‘손학규 체제’를 선택한 이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우선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가 민주개혁 진영의 신당을 이끌게 되면서 이념과 노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진보’ 또는 ‘제 3의 길’이라고 표현하며 민생행보를 계속하고 있지만 보수화한 국민 성향에 부응하기 위해 중도, 실용,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총선국면에 앞서 한나라당에게 완패를 면하기 위해서는 ‘친노색채’를 털고 호남표를 끌어 모아야 할 상황이지만 최근 정가에서는 친노신당 창당설, 충청의원들의 대거 탈당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회자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변수가 또 생겨날지도 관심사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손학규 대표가 당을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의 단결과 화합은 아직도 요원한 분위기다. 우선 이념과 노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거두기 위해서는 변화와 쇄신이 우선이다. 이에 손 대표는 “이념을 버렸다”며 중도실용 노선을 강조, 지난 1월 24일 정강정책 방송연설을 통해 “지난 5년 뜬구름 잡는 얘기로 허송세월을 보냈다”며 민생을 최우선하는 유연한 신진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손학규 체제, ‘친노색채’ 털기 본격화
지난 17대 대선 패배이후 ‘손학규 체제’를 선택한 대통합민주신당이 본격적인 총선국면에 앞서 당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참여정부와 각 세우기’를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손 대표는 지난 1월 23일 ‘유능한 진보’를 기치로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를 분명히 하기 시작했다. 이날 손 대표는 노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거부권 시사에 대해 반발한 데 이어 신당에서 노무현 색깔 빼기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손 대표는 지난 1월 23일 서울 당산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청와대가 정부조직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것은 적절치 못한 자세”라며 “물러가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손 대표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치 지도자의 자세까지 거론하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그러자 우상호 신당 대변인은 기다렸다는 듯 “마치 손 대표가 한나라당의 개편안을 찬성한 것처럼 정체성까지 문제 삼은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왜곡”이라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전략적인 고려도 엿보인다. 신당 역시 현재의 정부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에 동조했다가는 한 묶음으로 ‘발목잡기 세력’이라는 여론의 눈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손 대표는 1월 24일 KBS TV를 통해 방송된 18대 총선 첫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 “구시대의 부패한 세력에 대항해 깨끗한 정치를 확립하고, 이념 지향의 무능한 세력을 대체할 깨끗하고 유능한 진보의 길이 우리가 지향할 새로운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선에서 보았듯 국민은 이념을 버렸고 이념 논쟁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며 “대신 국민의 손에 떡 한 조각이라도, 옷가지 하나라도 제대로 쥐어 주는 정치,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고 학원비 한 푼이라도 줄여 주는 정부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거부권 시사 발언처럼 지난 5년 동안 노 대통령의 튀는 발언 때문에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결국 당이 뒷수습만 해야 했던 경험 때문에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취임 후 새로운 진보 노선을 앞세우면서 ‘손학규식 신당’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손 대표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과의 대립이 차별화 측면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평이다.
이와 함께 신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이명박 당선자에 비해 ‘반타작’ 수준의 표를 얻는데 그친 것을 두고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당 안팎의 적지 않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친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탈당 등 심판 당사자들이 모습을 감춘 것은 손학규 체제가 안정적으로 본궤도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낳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손학규 체제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신당 내분은 가라앉지 않고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며 이에 따라 탈당 행렬의 가속화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손학규 체제 강화와 함께 본격적인 총선체제 선언
지난 1월 24일 신당은 후속 당직인선을 마무리하고 당 정비와 함께 본격적인 총선제체를 선언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한 전통적 지지층 복원과 공천혁명을 통한 외부인사 영업을 총선 승부수로 띄었다. 우선 그동안 미뤄왔던 당직인선을 내정, 전략기획위원장에 정봉주 의원, 홍보위원장에 윤호중 의원을 각각 임명하고 총선기획단장에는 신계륜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에는 정세균 의원 등이 유력한 가운데 당내 중진급 의원들도 물망에 오르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봉주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해 신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후보 캠프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고 윤호중 신임 홍보위원장은 이해찬 캠프의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낸 친노성향의 인사다. 신당은 통합논의와 독자적인 총선 로드맵 수행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자간담회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독립적 공천심사위를 구성하기 위해 사회적 신망과 존경을 받는 외부인사들이 참여하게 하겠다”고 밝혀 독자적인 총선 일정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민주당 자체가 갖고 있는 호남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부심한 모습인데다 수도권이나 비호남권 등에서 ‘통합 공천’을 해봤자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의 기대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호남권을 제외한 수도권과 비호남권에서 당세가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통합논의는 오히려 민주당의 호남 지분만을 인정해 주는 ‘고도의 정치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인 셈.
이와 관련, 1월 24일 김대중 도서관을 찾은 손 대표는 김 전 대통령과의 첫 면담에서 총선을 앞두고 신당 비대위에 힘을 실어줄 것과 협상이 진행 중인 민주당과의 통합문제 등에 관한 조언을 청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손 대표에게 “강력한 야당의 존립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되지만, 정당한 반대는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판이 두려워서 정당한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야당으로서 본연의 자세를 당부했다.
또 “국회의원 선거까지 대패하면 이제 야당의 존재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감동과 믿음을 주는 것이 선결조건이며 그것을 준다면 국민들이 전통 있는 양당체제를 다시 복원시켜 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1955년 민주당을 창당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번같이 크게 진적은 없다. 나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 어느 선거이든 이기고 지고하면서 양당체제를 유지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많이 졌다”고 말했다.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과 관련해 손 대표는 “세력통합을 위해 진지하고 조용하게 노력하고 있다”며 “386 정치인들이 개혁의 원동력이자 유능한 진보 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당에서 잘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입을 통해 민주당과의 통합작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인 호남권 공천문제를 정리하겠다는 의중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박지원 전 통일부 장관도 18대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신당에 입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김 전 대통령이 손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범여권 ‘제3지대 신당창당’ 움직임, 손학규 제체에 영향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간 통합논의가 공식화된 가운데 범여권 진영의 ‘제3지대 신당창당’그룹도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재선그룹, 창조한국당, 옛 민주당 출신의 전·현직 의원들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기치로 자체 모임을 구성하고 민주개혁진영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범여권이 대선에서 참패한 뒤 제3지대 신당창당론을 들고 나왔으나 신당과 민주당이 통합협상에 착수하면서 활동공간이 협소해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단 양당 통합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밑접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현역의원의 경우 4월 총선을 전후해 추가 탈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범여권 세력의 ‘재편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당 송영길·이종걸 의원과 창조한국당 정범구 최고위원, 장성민·김성호·박인상 전 의원 등은 지난 1월 23일 오후 회동을 갖고 민주개혁세력의 재건을 기치로 제3지대 창당을 목표로 한 가칭 ‘새물결’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옛 민주당 개혁모임이었던 ‘새벽 21’ 멤버들이다.
김성호 전 의원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신당은 정치 철새들의 집합체로 이미 정당으로서 가치를 상실했다”며 “우선 민주개혁세력의 재건이 목표이며 총선 전 신당 창당이 최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첫 걸음을 뗀 것으로 점차 제3지대 민주개혁세력 통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며 “보수 한나라당에 대항할 민주개혁진영의 재건이 우선 급한 만큼 정기적으로 만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민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파를 떠나 민주개혁진영의 복원을 위해 제3지대에서 지평을 넓혀 나가자는데 공감을 이뤘다”며 “정기적으로 만나 정국현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해 나가기로 했다. 신당 송영길, 정장선, 김태홍 의원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임에서 정범구 최고위원에게 창조한국당을 탈당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신당 의원들에게도 탈당 등을 포함한 입장정리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해찬·유시민 의원 등에 이어 이들 의원까지 추가탈당 대열에 합류할 경우 손학규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신당 측의 당 쇄신작업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외에도 신당 재선그룹의 김태홍·정장선 의원도 모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신당 내 ‘도미노 탈당’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신당 최용규 의원은 이미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이들은 일단 4월 총선에 대비, 총선 전 신당 창당이 어려울 경우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한다는 계획이며 늦어도 총선 이후에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로드맵을 설정했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가까운 일부 인사들도 제3지대론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같은 기류는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정 전 장관 측 일각에서 거론되는 ‘정동영계 배제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 신당 내 일각에서는 손학규 대표 추대에 반대하며 전대 실시론을 폈던 정대철 고문, 김한길, 염동연 의원이 정 전 장관측과 결합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흘러나온다.
이처럼 제3지대론이 다시 무성하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제3지대 그룹의 세력 확보는 여의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3지대 그룹은 신당과 민주당의 원심력이 강화돼야 그 틈을 노려볼 수 있지만 양당 통합협상이 진행되는 현 국면에서는 활동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첩첩산중, 손학규 체제 돌파구는 없는가
현재까지 신당과 손 대표에게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대선 표심이 총선으로 연결된다면 신당은 전멸이다. 현 상황은 호남을 제외한 전국 어느 곳도 의석 확보가 불가능할 정도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월 15일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전화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7.3%가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응답은 6.2%에 불과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11일 실시된 여론조사에 비해 5%p 가량 하락했다.
손 대표 취임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신당 지지도는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당의 잠재적 지지층인 친노-좌파 유권자들의 반발을 초래함으로써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 등 친노인사들이 손 대표 취임에 반기를 들고 탈당, 친노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기에 신당 지지층은 더욱 분열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우파 성향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신당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새로운 진보’를 내세운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햇볕정책 옹호론자이며 국가보안법 폐지론자인 손 대표의 한계 때문이다. 좌-우파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과 무관한 손학규 대표 체제에 대해서도 대다수 국민들이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당 측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활로를 열어보려고 하지만 지난 수년간 범여권에 의해 이뤄진 잦은 합당-분당-탈당에 식상한 유권자들을 만족시킬 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세가 워낙 약해 합당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다. 또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 등이 주도하는 친노신당이 총선 이전에 창당될 경우, 신당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 유권자들이 분산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신당은 당분간 험난한 앞길을 뚫어야 한다. 문제는 국민들이 ‘잃어버린 10년’으로 생각하게 만든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다. 진보진영은 이 지점에 대한 해석을 정확히 해야 제대로 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각종 판세분석대로 신당이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손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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