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의 상품화·국제화로 국제경쟁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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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의 상품화·국제화로 국제경쟁력 강화해야
  • 취재_김영란 차장
  • 승인 2008.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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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진흥을 위한 R&D투자 지원 확대 등 당면과제 해결 절실
산업사회의 발달과 그로 연유된 경제적 여유는 사람들의 먹거리에 대한 기호까지 진화시켰다. 배고프던 시대에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측면이 아니라 이제는 맛과 영양, 건강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염두해야 하는 질적인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시류에 따라 제품의 종류도 각각의 개성과 특성에 따라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특히 변화된 사회환경, 고객환경, 유통환경은 음식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으며,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세계를 들끓게 하고 있는 한국 음식에 대한 호응도만 보더라도 이제 음식은 하나의 생계 수단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잡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식품산업의 진화와 발전
식품산업이란 식품의 가공, 저장, 수송, 판매 등의 모든 단계에 행해지는 제반 경제활동을 총칭하는 말이다. 식품산업에 관련된 종류만 해도 국가 제조업 매출의 10%이상을 상회한다고 하니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부분들인 것이다. 식품산업은 우리의 건강과 생명유지의 시발점이며 국가발전의 기반분야라 할 수 있다. 특히 예전과는 다른 시대환경으로 인하여 식품은 단지 먹거리로서의 성격만 지닌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밀접한 부분이다. 이러한 가치적 인식이 달라짐에 따라 식품의 위생 및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50년대 이전의 식품산업은 곡물도정, 수산물 통조림, 제분, 제당, 양조가 주를 이루었는데, 기술수준도 유치해 원료 농림수산물을 단순 처리하는 수준에 머물렀었다. 6.25전쟁을 기점으로 UN단체의 원조사업에 의한 인적·물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서구식품이 우리 전통 식생활에 유입되면서 1950~1970년대는 식품산업의 태동을 시작했다. 1956년 이후 미국의 잉여 농산물의 도입을 계기로 제분, 제당 산업이 근대적 생산체제를 도입하여 발전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들 식품소재산업을 발판으로 제과, 제빵, 제면, 청량음료제조업 등이 활발히 성장함으로써 국내 식품산업은 서서히 근대적 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갔다. 1960년대에는 경제성장과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소득 향상과 서구식 식문화의 유입으로 전통식생활이 점차 와해되고, 서구식 식품소비패턴의 확대가 이루어져 내수시장 규모가 증대했다. 또한 분식 장려시책으로 제과, 제빵, 제면 산업과 이들 산업의 소재 산업인 제분, 제당, 전분산업이 함께 급성장했다. 1970년대 경제성장에 따른 대규모 자본력의 형성, 운수, 통신,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대, 도시화의 진전, 산업기술인력의 확충 등이 이루어져 식품산업이 근대적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는 여건이 성숙했다. 또한 70년대 후반에 나타난 개방 농정으로 인해 해외 원료농산물의 수입이 보다 용이해졌다.
한국의 식문화가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접어든 1980년대는 맛을 중시하는 한편, 고급화, 다양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소비자의 기호가 변해 갔다. 이에 따라 치즈, 마가린, 소시지, 햄, 통조림 등이 본격적으로 생산·출하되고, 기존 출하되었던 제품도 고급화 다양화되는 등 품질향상이 이뤄졌다. 본격적인 성장기를 거쳐 1990년대 성숙기로 접어든 식품산업은 생리적 효능을 강조하고, 소비자의 관점에서 고급화, 다양화, 편의화되고 안전성과 건강성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 ‘프로슈머’라는 개념은 식품산업의 생산 공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 식품성향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를 증대 시켰을 뿐 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고급화, 다양화, 편의화를 촉진시켜 가공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또한 식품소비성향의 변화는 식품산업의 구조도 변화시켰으며 유가공, 육가공, 수산가공, 식용유지, 알콜 및 비알콜성 음료산업의 성장을 유도해 왔다.

편리, 건강, 간편화된 음식 패턴 선호
갈수록 고도화되어가는 산업사회에서 식품산업 또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고 핵가족이 확산되면서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는 가공식품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외식의 빈도도 높아져 그 횟수와 1회당 지출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여러 가지 변화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맛은 물론 건강을 생각하는 자연식이 선호되고 있는 부분이다. 삶의 질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유기농산물, 무공해식품, 자연식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의식들로 인해 가공식품도 편리함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식을 추구하면서 미국, 유럽 등의 유기농 가공식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소비자들이 함께 추구하는 것이 바로 간편성이다. 같은 밥이나 국을 먹더라도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삼각김밥, 즉석냉동덮밥 등의 형태로 대체되고 있는 시류가 바로 그 예이다. 맞벌이나 바쁜 직장인, 독신자를 위한 메뉴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었으며, 오전에 도시락이나 국, 죽을 배달해 주는 업체들도 인기다. 여러 가지 반찬에 국을 끓여 먹던 한식을 시간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간편화한 부분이다.

한국음식의 상품화·국제화를 위한 노력
한국음식 가운데 상품화의 가능성과 경제성, 과학성 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제품은 ‘김치’와 ‘장류’이다. 농림부장관이 전통식품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위해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가공되고, 예로부터 계승·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품목을 전통식품으로 지정하는 것이 전통식품 품질인증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과류, 김치·절임식품, 조미식품류, 두부류, 다류 등 14개 제품유형에 43개 품목 군이 전통식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러한 관련 연구사업·정책 및 기술지원사업, 대외협력사업을 주 업무로 농어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식품연구원(Korea Food Research Institute)이다. 전통식품에 대한 규격화에 대한 연구,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01년 7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제24차 총회에서 김치가 국제식품규격을 최종 승인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다음 관심 품목인 장류는 이미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인에 의해 한국음식 중 가장 먼저 상품화가 진행된 바 있다. 장류는 식생활의 간편화와 현대화 소비자의 생활양식 변화에 따라 꾸준히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한류의 바람이 불면서 해외 현지에서도 한국음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 생산 공장이나 연구소를 건설하는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992년 이후 해외 투자이민에 대한 투자제한 폭이 확대되면서 대형 한식당의 해외진출이 증가한 것도 그 원인 중에 하나다. 또한 각종 굵직한 국제행사가 늘어나면서 건강식·저열량식으로 동양음식이 소개되어 한국음식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1988년 베를린 박람회 참가를 시작으로 해외 식품박람회를 통해 한국음식을 보급·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수출확대, 신규업체 발굴, 현지 합작공장 등 다수의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이러한 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당면과제
예전까지 우리나라 식품관리업무는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다원화 되어 있어 인적·물적자원의 효율적 운영이 어려웠다. 또한 업무수행에 따른 책임성, 능동성이 결여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은 것이 사실이었다. 지난 11월 22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과 식품산업진흥법 등 식품산업 육성과 관련한 농림부의 국회 제출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안전청 소관으로 ‘안전’ ‘보호’의 대상이었던 식품산업이 정부가 육성해야 할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게 된 셈이다. ‘식품’과 ‘식품산업’의 정의가 명문화 되고, 농산물 가공산업을 포함한 식품산업 진흥 규정도 마련된다. 이와 관련해 농림부 박현출 농업구조정책국장은 “기본법은 식품산업에 대한 중장기 정책의 지표로 활용하기 위한 법률”이라며 “앞으로 식품의 공급 및 식품산업발전에 관한 사항을 추가해 식품산업육성 정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 ‘농림식품부’로 개편되고 농업·식품의 동반발전에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차원의 노력은 식품산업 발전에 있어서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해결해 나갈 과제와 문제점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규제적 관리체계, 불합리한 규정의 잔존, 국제시장을 겨냥한 식품규격의 국제적 조화 노력의 심화, 원가상승에 따른 경쟁력 저하, 중소기업의 낙후된 위생관리수준 개선, 가공식품 표준화제도(KS) 강화, 가공식품의 품질 증대 및 관련 서비스 향상, 엄격한 품질보증관리 등은 지속적으로 풀어 나가야할 식품산업 발전의 당면과제들이다. 또한 식품산업에 대한 전문정보·기술 제공을 통해 식품분야의 유망벤처기업들을 위한 전문창업보육센터도 체계적으로 해나가야 할 부분들이다. 특히 국제적 경쟁력과 식품산업진흥을 위해서는 R&D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식품연구원 등 여러 국책기관을 통한 세계적 일류상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과 신제품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아울러 수출촉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외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전통음식을 가졌다하더라도 창의적 개발과 산업적 마케팅 능력을 등한시 한다면, 그 산업은 곧 몰락하고 말 것이다. 총체적으로 개인과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 우리 음식의 국제화·상품화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가는 식품산업의 발전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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