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주가조작ㆍ은닉재산 혐의 모두 근거 없다’ 밝혀져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의 발목에 오랫동안 달려있던 BBK 족쇄를 풀어줬다. 대선을 불과 14일 앞두고 지난 12월 5일 발표된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는 이 당선자에게 쏠렸던 그간의 의혹을 일거에 해소해줬다. 검찰은 세밀한 자금추적과 관련 서류를 뒤지는 치밀한 수사를 토대로 이 당선자의 주가조작과 은닉재산 혐의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당선자에 쏠린 가장 큰 의혹은 주가조작의 공모 여부였다. 그런데 이 당선자의 주가조작 혐의를 벗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 씨의 진술이었다. 김 씨는 본인의 주가조작 혐의를 완강히 부인할 뿐 아니라 이 당선자 역시 주가조작에 무관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씨의 진술 외에 주변 참고인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자금흐름 추적을 병행했으나 이 당선자의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옵셔널벤처스의 인수 및 주식매매를 담당한 직원들과 BBK 직원들 역시 검찰 조사에서 김 씨의 지시에 따라 유상증자 등을 했으며 이를 매일 김 씨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자금 흐름 역시 김 씨가 BBK를 통해 얻은 투자금을 MAF로 보냈다가 다시 유령회사 명의로 들여온 뒤 옵셔널벤처스의 주식을 사들이는 데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주가조작은 김 씨가 주도했으며 이 당선자는 무관하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BBK 지분 중 이 당선자 것은 없어
BBK가 이 당선자의 차명보유 회사라는 의혹 역시 김 씨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김 씨가 제시한 한글이면계약서가 사후에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송환되기 전에는 BBK 지분을 이 당선자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면계약서의 위조 사실을 밝혀내자 “BBK는 본인이 100%지분을 가진 회사”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씨가 2002년 2월 eBK증권중개를 LKe뱅크의 자회사로 편입하되 BBK는 자신이 지분 100%를 유지한다는 사업구상을 기재한 메모를 입수하고 김 씨를 추궁하기도 했다. 특히 주주관계 조사를 통해 2000년 2월 21일 계약서 작성 당시 BBK의 주식소유상황은 창업투자사인 e캐피탈이 60만주, 김씨가 1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 당선자가 지분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걸 밝혀냈다.
계약서에 쓰인 도장 역시 2000년 6월 금감원에 제출한 이 당선자의 도장과는 다르고, 2000년 9월 김 씨가 회사업무용으로 보관하던 이 당선자의 도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다스 돈 이 당선자에게 간 것 없어
지난 8월 발표당시에도 실소유주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1995년 이 당선자의 형 상은씨 명의로 (주)다스에 7억9.000여원에 유상증자 됐다. 또 2000년에는 10억여 원이 (주)다스의 대표이사 가지급금 명목으로 유입되는 등 이상한 흐름이 보였지만 이 당선자에게로 흘러간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수사팀은 (주)다스의 이익배당 기록과 9년치 회계장부까지 다 들여다봤으나 회사 돈이 이 당선자에게로 건너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문제가 된 BBK에 대한(주)다스의 190억 원 투자는 이 당선자의 처남인 김재정 씨 등 다스 관계자 모두는 회사여력이 좋아 투자대상을 찾다 김 씨의 설명에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 실행됐다고 진술했다.
金씨 주가조작 美영화 모방…공범 노트북 ‘위조서류’ 빼곡
검찰은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수사 과정의 뒷얘기들을 공개했다. 김경준 씨의 기상천외한 ‘거짓 행각’들이 주류다.
▲BBK는 Bank of Bahrain and Kuwait(바레인·쿠웨이트 은행)의 약자?=김 씨는 검찰조사에서 BBK의 연원에 대해 ‘Bank of Bahrain and Kuwait’의 약자라고 주장했다. 건설회사 사장 출신으로 중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가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나라 이름을 따 직접 지은 명칭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사결과 BBK는 김경준 씨와 부인 이보라 씨, 동업자 오영석씨(바비오)의 영문 이니셜을 딴 회사로 밝혀졌다.
▲김 씨 밑에서 일한 이모 씨의 노트북은 위조서류의 ‘저수지’=검찰은 김씨의 사문서위조 공범으로 복역한 이 씨의 노트북을 압수했다. 노트북에는 BBK와 관련된 파일만 1,800여개로 BBK, LKe뱅크, eBK의 각종 회계자료와 영문·한글계약서, 통장거래내역, 회사소개자료, 사업계획서, 이사회 회의록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 씨는 이 노트북에서 원하는 모든 양식의 서류를 뽑아내 손쉽게 가짜 서류를 만들 수 있었다.
▲김씨의 주가조작 교본은 영화 ‘보일러룸’=검찰은 옵셔널벤처스 사무실에 있는 김씨의 책상에서 영화 DVD를 발견했다. 제목은 ‘보일러룸’. 주가조작을 일컫는 은어이기도 한 ‘보일러룸’은 유령회사를 만들어 주가를 조작해 돈을 버는 이야기를 그린 미국 영화다. 김 씨는 영화에 등장하는 회사 이름(Med Patent Technologies)과 주연배우 이름(지오바니 리비시)을 그대로 따와 같은 이름의 유령회사를 만들고 대표이사로 등재해 주가조작에 동원했다.
▲거짓말 위해 친구도 동원=김 씨는 이 당선자가 A.M.파파스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 며칠 전인 2001년 2월19일, A.M.파파스의 담당 이사라며 래리 롱을 이 당선자와 김백준 씨에게 인사시킨다. 래리 롱은 미국의 생명과학 벤처투자회사인 A.M.파파스의 이사. 김 씨와는 와튼스쿨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이다. 하지만 정작 래리 롱은 김 씨로부터 “한국에 놀러오라”는 말을 듣고 놀러와 영문도 모른 채 이 당선자와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李 “진실 밝혀져 다행”, ‘모든 이 포용’정책광고 게재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2월 5일 자신은 ‘BBK 주가조작’ 사건과 무관하고 BBK 및 다스의 실소유 의혹도 근거 없다는 내용의 검찰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된 것과 관련, “늦었지만 진실이 밝혀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이날 수사결과 발표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선대위 회의에서 “저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마음 고생이 심했을 줄로 안다. 늘 미안했고 또 그동안 저를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법이 살아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부터는 우리 선대위원장들과 모든 의원들, 당원 여러분이 힘을 모아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경선 이후 하나가 됐지만 이 일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분들이 계실 줄로 아는데 이제는 정말 털어버리고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한나라당이 이전보다 더 하나가 돼 국민께 정말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섬기는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민께 심려 끼쳐 드린 것을 조금이라도 갚는 진정한 길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 경제를 살리고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애초 다음날인 12월 6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의 뜻을 다시 한 번 밝힐 예정이었으나 정책광고로 대체키로 하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나경원 대변인은 “선대위 회의발언을 통해 이미 이 후보의 입장을 말씀 드렸고, 내일자 신문 정책광고에도 BBK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이 담길 예정”이라면서 “그런 만큼 별도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첫 TV토론회에 집중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12월 6일자 주요 일간지에 실릴 정책광고의 메시지는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늦게나마 다행히 진실은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저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생각하면 그저 죄송한 마음뿐 입니다.공작정치는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합니다. 이제 저는 모든 것을 넘어서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을 포용하겠습니다. 국민 모두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 국민성공시대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경제를 꼭 살리겠습니다’였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 발표 직후 이 당선자와 강재섭 대표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정권교체를 위해 많이 돕겠다”며 사실상 이 당선자 지지의사를 밝혔다.
2007년 12월 19일 국민의 선택은 이명박 당선자였다. 선거 몇 일전 공개됐던 이명박 당선자의 '육성 동영상' 공개 파문과 네거티브 공세 속에서 48.6%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제17대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하지만 18일 통과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남아있다. 당선자의 발목을 붙잡는 최대의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반에 육박하는 국민들의 뜻과 대치되는 국회의 뜻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일문일답
■김 씨가 조사받는 태도나 분위기는.
-김경준 씨는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법정에서 공방해야지 왜 조사하냐는 식이었다. 미국 검찰과 한국 검찰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형량 협상은 김 씨가 처음 귀국할 때부터 요청한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 제도가 없다”고 하니 “왜 없냐”고 묻기도 했다.
인간적인 호소를 듣고 호의로 (검사가) 한 얘기들이 아주 부정직한 사람에 의해 검찰이 공격받는데 사용됐다.
■검찰이 거래를 시도했다는 김경준 씨의 메모에 대해 말해 달라.
-김경준은 한국에 송환돼 공항에 들어오면서부터 자신의 형량에 관심이 많았다. 3년이라는 형량은 검사 입에서 나간 숫자가 아니고,김 씨 누나와 아내는 이미 수배가 돼있다.
미국의 민사소송을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 주겠나. 검찰이 김 씨 사건의 실체를 97% 정도 복원한 상태에서 터무니없는 협상을 제안했다는 것은 웃긴 얘기다."
■김경준이 검찰에 거래를 제안한 것은 한 번인가.
-수시로 형량 협상을 요청했다.
■(이 당선자의 형) 이상은 씨의 도곡동 땅 판매대금 17억여 원이 다스로 들어갔다고 했는데.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7억9,200만 원이 1995년 8월 이상은 씨 명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다스에 들어갔다. 또 2000년 12월에는 10억여 원이 다스 대표이사 가지급금 명목으로 들어갔다.
■지난 8월 도곡동 땅 소유자 검찰 수사에서 이상은 씨 몫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도곡동 땅의 소유자는 땅값을 댄 사람이거나 땅 판 돈을 쓴 사람이다. 땅을 살 때 돈을 낸 사람을 추적하는 것은 계좌추적이 5년밖에 안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김경준 씨는 이 당선자가 한글 계약서에 도장을 직접 찍었다고 하는데.
-2001년 3월께 자신이 직접 보관하고 있던 이 당선자 도장 가지고 “찍어주십시오”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에리카 김은 김 모 변호사의 입회하에 김씨와 이 당선자가 함께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원래 횡령액이 384억 원이었는데 319억 원으로 줄어든 이유는.
-계좌추적을 다시 했더니 이중처리 됐거나 입출금전표가 폐기돼 확정할 수 없는 금액 65억 원이 나왔다. 기소에서 제외했다.
■김 씨 횡령금 중 일부를 BBK 투자자들에게 갚은 이유는.
-금감원에서 BBK 투자자문업 등록이 취소되고 언론에 나오니까 투자자들의 반환 요구가 집중됐다. 일단 일부 변제해서 말이 없도록 해 나가면서 이 사이 해외로 돈을 빼돌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