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258호=박희윤 기자] 사상 초유의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윤석열 검찰총장은 과연 누구의 편인가?
윤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라면서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 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현재 국회와 조 장관이 진행하고자 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검찰도 ‘살아있는 권력’의 부정과 부패에 대해 얼마든지 칼을 댈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듯이 보인다. 검찰의 조 장관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 일지를 정리하면서 검찰의 진정한 의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을 합의한 다음 날인 지난 8월 27일 아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고려대, 단국대 등에 수사관을 보내 당시 조후보자 딸 조 모 씨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조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웅동학원’과 경남도교육청, 가족이 10억5000만 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등도 압수 수색했다. 이날 최소 20여 곳에서 동시다발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찰은 수사 주체도 바꿨다. 앞서 조 후보자 관련 사건은 명예훼손이나 인권침해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권력형 비리 등을 주로 수사하는 특수2부에 사건을 재배당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부산대학교 본부와 부산대 의전원, 부산의료원, 부산시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는데, 부산대에서는 입학과·학사과·학생과 등 3개 부서로부터 학사 자료와 장학금 관련 규정, 회의록 등을 제출받아 9시간 동안 서류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장학생 선발과 장학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양산캠퍼스 부산대 의전원 행정실에서도 의전원 장학생 선발지침과 의전원위원회 희의록 문서, PC 파일 등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의료원을 관리하는 부산시청 재정혁신담당관실과 건강정책과 등 2곳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임명 절차 규정, 임명추천위원회 회의록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공주대와 천안 단국대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는데 공주대에서는 조 씨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A 교수 연구실을 찾아 컴퓨터 자료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국대에서는 조 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의 책임저자인 B 교수 연구실 등을 비롯해 대학본부 교무처 연구팀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B 교수 컴퓨터 자료와 서류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 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관련자 소환 및 압수수색
조 후보자가 지난달 2일 12시간에 가까운 ‘대국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그 다음인 3일 딸 입시·사모펀드 투자·웅동학원 소송 등 조 후보자를 상대로 제기된 ‘3대 의혹’ 관련자들을 전방위로 소환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조 후보자 딸의 ‘의학 논문 1저자’ 등재 관련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씨가 딸 조 씨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십에 개입했다는 의혹 규명을 위해 KIST 센터장과 소속 연구원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 후보자 가족이 거액을 투자한 사모펀드와 연관된 업체 관계자들도 소환했다.
검찰은 이날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PE의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의 이 모 상무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아울러 조 후보자 가족의 ‘위장 소송’ 의혹이 제기된 웅동학원 이사들도 불러 조사했다. 소환 대상에는 과거 웅동학원 행정실장을 지낸 조 후보자 손위처남 정 모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압수수색에 이어 일주일 만에 딸의 입시 의혹과 관련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벌였다.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씨가 교수로 재직 중인 경북 영주 동양대학교 총무팀과 정 교수 연구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 등을 확보했다.
딸 조 씨의 봉사활동 내역 확인을 위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 대한 압수수색과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행정실도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일명 ‘조국펀드’ 관련 압수수색
검찰은 지난달 4일 일명 ‘조국 펀드’의 투자를 받은 업체 대표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5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영등포 PB센터에 수사 인력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은 조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등 가족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차원에서 전개됐다.
정 씨와 자녀들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 뱅커(PB) A 씨의 조언을 받아 현금과 유가증권 등 재산 일부를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 PB센터는 A 씨의 현재 소속 지점으로 검찰은 A 씨의 컴퓨터와 조 후보자 가족 관련 자료들을 중점으로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 당일, 관계자 줄소환 그리고 정 교수 기소
검찰은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달 6일에도 조 후보자 관련 핵심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검찰은 전날 해외로 출국했다가 최근 귀국한 이 모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연이틀 소환 조사를 하면서 조 후보자 가족이 사모펀드에 투자한 경위와 조 후보자가 투자기업의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 묻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3일 정 교수가 근무하는 경북 영주시 동양대 연구실 압수수색에도 정 교수의 컴퓨터 등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학교 내 CCTV를 통해 정 교수가 압수수색 이전 김 씨와 연구실을 찾아 컴퓨터와 자료를 빼낸 정황을 포착했다. 김 씨는 정 교수의 컴퓨터가 검찰에 제출되기 전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학교 업무 및 피고발 사건의 법률 대응을 위해 제 PC 사용이 필요했다”며 “지난 8월 말 사무실 PC를 가져왔으나 PC의 자료를 삭제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조국 후보자 동생의 웅동학원 위장소송 의혹과 관련해 오전엔 주 모 전 감사를, 오후엔 이 모 이사를 소환했다. 이 모 이사는 조 후보자 동생 소송과 관련된 질문에 대부분 ‘모른다’는 취지로 답하고 웅동학원의 채무와 관련해선 “채무 문제를 보고 받은 적 없고, 관련해서 이사회가 소집된 적이 없다”며 “교육청에서 할 문제”라거나 “집행부에서 의논해서”라고 말을 아꼈다.
또 조 후보자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입학 및 대통령 주치의 선정 과정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 역시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잇달아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히 검찰은 조 후보자 청문회가 끝나지도 않은 6일 밤 10시 50분경 부인인 정 교수를 자신의 딸이 받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청문회가 종료된 6일 자정이 지난 직후인 7일 새벽 0시 15분경에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정 교수 사전 소환조사도 없이 전격적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 교수 기소 전까지 서면·유선 조사는 물론,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정 교수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지만, 객관적 증거를 통해 위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이 이처럼 급박하게 기소를 결정한 데에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발급일이 2012년 9월 7일로, 7년으로 되어 있는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6일 자정을 기해 만료되기 때문이었다.
컴퓨터 하드 빼낸 증권사 직원 소환조사
검찰은 지난달 7일 정 교수의 자산을 관리했던 한국투자증권 김 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 씨는 조 후보자의 부인 정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 하기 전, 정 교수와 함께 연구실에 있던 컴퓨터를 외부로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미리 컴퓨터를 빼낸 사실을 확인한 뒤, 정 교수에게 요청해 임의제출 방식으로 컴퓨터를 확보했다. 정 교수가 빼낸 컴퓨터는 김 씨 차량 트렁크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정 교수와 함께 컴퓨터를 빼간 뒤 관련 증거를 인멸했는지, 가져간 컴퓨터를 왜 차량에 보관하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아울러 검찰은 김 씨에게 조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일가의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관련 첫 구속영장 청구
검찰은 지난달 9일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와 투자사 대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8월 27일 30여 곳을 동시 다발로 압수수색하며 조 장관 가족 의혹에 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 구속 수사를 위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었다.
코링크PE 이 모 대표는 금융당국에 투자금액과 관련해 허위신고를 한 혐의 등으로 영장이 청구됐고 코링크PE로부터 13억 원 이상 투자받은 웰스씨앤티 최 모 대표는 5억 원 이상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장관 취임 다음 날 압수수색과 녹취록
검찰은 지난달 10일 조 장관 동생의 전처 조 모 씨 부산 해운대구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조 장관 가족들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투자처인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 모 대표의 자택 등에 수사 인력을 보내 회사 자금 흐름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가 인수한 또 다른 업체 더블유에프엠(WFM)도 압수수색을 했다. 코링크PE 설립 때 초기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익성’의 이 모 대표도 전날 불러 코링크PE와의 관계 등도 조사했다.
한 언론사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조 씨는 “(웰스씨앤티에 들어간 자금 흐름이 알려지면) 정말 조 후보자가 같이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최 대표 등과 말을 맞추려 했다. 또 지난 8월 최 대표와 통화하면서 “지금 (익성) 이 사장 이름이 나가면 다 죽는다. 그럼 전부 검찰 수사 제발 해달라고 얘기하는 거 밖에 안된다. (조 장관) 낙마는 당연할 거”라고 말했다.

‘익성’에 대한 압수수색
검찰은 지난달 20일 조 장관 가족의 자산을 운용한 코링크PE의 투자처인 익성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모펀드 관련자들을 연일 소환 조사하던 검찰이 수사 착수 이후 세 번째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날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익성의 본사와 익성의 자회사인 2차전지 업체 아이에프엠(IFM) 전 대표의 자택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조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코링크PE의 다른 투자처 더블유에프엠(WFM)에 들어간 수백억 원의 자금 출처도 쫓고 있다. 검찰은 WFM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거나 투자하려 한 바네사에이치, 팬덤파트너스, 엣온파트너스 등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조 장관이 기자간담회 등에 제시한 코링크PE 운용보고서가 지난 8월에 급조됐고, 이를 조 장관이 자택에서 직접 건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지난달 23일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소재한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 장관 부부를 직접 겨냥한 강제수사는 처음이었다. 검찰이 지난 8월 27일 조 장관 일가 의혹 관련 첫 강제수사에 나선 이후 조 장관 처남과 동생 전처 등 친인척들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있었지만, 조 장관 자택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압수수색은 조 장관이 법무부 과천청사 출근을 위해 자택을 나선 직후 이뤄졌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으로 자택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인 만큼, 검찰도 혐의 입증에 자신을 갖고 나섰다는 점과 법원에서 주거지 안정 등을 이유로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엄격히 판단하는 만큼, 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검찰이 조 장관 주변 수사에 나선이래 부부와 자녀를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고, 법무부 현직 수장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윤석열의 검찰은 무엇을 원하는가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 이며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라면서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 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25일 조 장관 일가 의혹 수사와 관련해 공개 석상에서는 처음으로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표현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윤 총장은 현재 국회와 조 장관이 진행하고자 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검찰도 ‘살아있는 권력’의 부정과 부패에 대해 얼마든지 칼을 댈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모 국회의원의 우려처럼 그 칼은 똑같이 다른 정치인들에게 정치적인 치명상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국민에게 권력을 받아 국민이 바라고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추구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곳에는 항상 무거운 책임이 있다. 따라서 윤석열의 검찰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 것인가는 검찰이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