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보수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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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보수세력
  • 편집국
  • 승인 2007.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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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보수” 이명박 VS 이회창, 주도권 잡기 경쟁
‘시장형 보수’ VS ‘안보형 보수’ 바탕, 지지율 놓고 분열 중
한국 정치판에 보기 드문 경쟁이 벌어졌다.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현 상황에서 보수세력은 막강한 두 후보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바로 압도적인 지지율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돌아온 이회창 후보가 그들이다. 안보를 우선시했던 원조보수 진영과 실용을 강조하는 실용보수 진영이 주류 주도권을 놓고 마지막 ‘대전’을 펼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보수 진영 내 이념 투쟁, 시대정신 논쟁을 동반하며 등장했다. 이명박 후보의 노선인 이른바 ‘시장형 보수’는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며, 일자리?성장기업?경쟁 등을 중시한다. 이념?명분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형이다. 이명박 후보는 과거 한나라당식 애국, 반김정일 구호에 의존하기보다 소득?고용 증대의 캐치프레이즈로 새로운 유권자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노선은 이명박 후보가 각종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30~40대의 표심을 여전히 붙잡고 있는 핵심적 요인이며 한나라당 후보이면서도 ‘수구 꼴통’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웠던 이유다. 안보나 국가 정체성보다 상대적으로 시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50~60대 이상에선 한나라당을 지지하면서도 이명박 후보가 보수 진영의 적자는 아니라고 보는 유권자가 꽤 있다.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이른바 ‘안보형 보수’그룹이다. 이들은 햇볕정책에 대한 격렬한 반감을 갖고 있고, 엄격한 대북 노선을 선호한다. 이명박 후보에게 보수이념적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할 때 이명박 후보가 “왜 소모적인 이념 싸움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발언을 섭섭해하며 이명박 후보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이회창 후보가 노린 것은 바로 이 틈새다. 이회창 후보는 출마 선언에서 ‘안보형 보수’ 노선을 전면에 들고 나와 이명박 후보와 대립 전선을 만들려 했다. 이회창 캠프에 참여한 한 교수는 “우리가 대북 지원을 하는 이유는 북한을 자유화?민주화로 이끌기 위한 것인데 한나라당이 그런 얘기도 제대로 못 하는 현실을 이회창 후보가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 측은 그 같은 주장이 출마 명분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이명박 캠프 한 인사는 “시장경제를 추진하는 것만큼 더 확실한 안보가 어디 있겠느냐”며 “이회창 후보의 주장은 보수우익그룹을 이명박 후보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한 북한식 통일전선전술과 마찬가지”라고 혹평했다.


보수 주도권 쟁탈전 치열
보수 적자론 경쟁에 이어지는 이슈는 BBK다. BBK사건은 양측 모두에게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이명박 후보가 타격을 입을 경우 보수 대표 후보로서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생존할 경우 이회창 후보는 완주 명분이 사라진다. 그러기에 이명박 후보 측은 ‘범여권 이중대’라고 몰아붙이고 있고, 이회창 후보 측은 ‘범죄자 집단’이라며 후보 사퇴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있다.
대북관을 둘러싼 ‘이념 전쟁’은 더 근본적인 대립점이다. 이명박 후보의 시장주의 보수와 이 회창 후보의 이념주의 보수가 정면충돌 중이다. 이명박 후보는 최근 전술적인 우향우를 하긴 했지만 ‘유연한 상호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 대북 문제도 철저히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수구’와 ‘꼴통’으로 대변되는 한나라당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세력까지 아우르겠다는 전략에서다. 이명박 후보 측은 지난 11월 18일 “이 전 총재의 대북관 공격은 출마 명분용”이라고 격하했다.
이회창 후보에게 있어 ‘이념’은 출마의 처음이자 끝에 해당한다. 이명박 후보의 대북관을 문제 삼고 나왔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계속 진군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후보는 철저한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북핵 문제는 우리 국가의 존폐에 관한 문제이기에 핵 폐기 완료 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회창 후보는 대북 정책을 “햇볕정책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전통 보수 지지층을 대변한 시각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이념적 도발을 시장주의적 경제우위론으로 누르려 하고 있다. 시대정신은 ‘경제’라는 관점에서다. ‘우향우’만을 강조할 경우 자칫 중도 진영 지지세의 이탈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념 논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후보는 성과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철저한 실용주의 우선이다. 이회창 후보는 법과 원칙의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후보 측은 이회창 후보 측을 향해 “경제 마인드가 전혀 없다”고 공격하고, 이회창 후보 측은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장주의 보수와 이념주의 보수는 지역별로도 갈리는 형국이다. 시장주의 보수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전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지만, 이념주의 보수는 영남권과 충청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보수를 지향하는 수도권과 과거 영광을 재현하려는 영남·충청권간 신지역주의 대결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구도는 시장주의 보수가 이념주의 보수를 앞서고 있다. 한 여론조사 결과 이념논쟁이 이번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61.7%로 ‘영향을 줄 것’(17.4%)을 압도했다. 보수 내전이 대선을 넘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각종 요인들로 인해 팽팽해지거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도 진검승부가 벌어질 수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이번 이념 전쟁은 한국 보수진영의 주류교체여부가 달려 있다”며 “이회창 후보가 내년 총선을 목표로 계속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수 진영의 이념 경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로
두 후보 모두 상대를 겨냥해 ‘먼저 후보를 그만두는 게 마땅하다’는 후보 사퇴론의 비수가 마음에 숨어 있다. 최근 두 후보는 “이 전 총재가 한두 가지 이유를 갖고 출마했기 때문에 그 이유가 없어지면 출마의 변도 없어지는 것”(이명박 후보), “후보 한 사람 잘못으로 한나라당이 후보의 인질이 됐다”(이회창 후보) 등 뼈있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이명박 후보의 한 측근은 이날 “이회창 후보를 향해 ‘항상 문이 열려있다’는 이명박 후보의 발언은 이회창 후보에게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오라, 그러면 당에서 끌어안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 측근은 “현 시점에서 최대 고민은 이회창 후보가 후보등록(25∼26일) 전에 드롭(사퇴)하느냐 여부다. 등록한 뒤 선거일 직전에 드롭하면 10% 정도는 사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후보는 전날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회창 후보는 (출마의 이유가 없어지는 것과 관련해) 그만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높은 지식을 갖춘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회창 후보의 생각과 반응도 똑같은 식이다. 이회창 후보는 연대 가능성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이명박 후보에 대해 “그것은 그분의 생각”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회창 캠프의 이혜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이 열려 있다고 해도 그 문으로 들어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가 도덕성 흠집, BBK·도곡동땅 의혹 등 국가지도자의 자질이 없다고 판단해 명예나 주변의 (부정)평가에도 불구하고 희생차원에서 출마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회창 후보 진영은 검찰의 BBK 사건 수사발표에 ‘큰 기대’를 숨기지 않으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왜 후보 한 사람 때문에 한나라당이 욕을 먹고 곤욕을 치르나”라는 이회창 후보의 신경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보수진영 분열책임론과 관련해서도 논쟁을 이어갔다.
이명박 후보 측 정두언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가 나오면서 분열된 것”이라고 강조했고, 이회창 후보 측 이 대변인은 “보수세력이 왜 분열이냐, 이회창 후보로 모으면 되는 것 아니냐. 분열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여전히 “한나라당 출신 후보에게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압박했고, 이회창 후보 측은 “보수 적자가 누군지, 누가 깨끗한 보수인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회창,이명박 불가론 이유는?
이회창 후보는 지난 20일 “지금의 한나라당 리더십으로는 절대로 새 시대를 열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구국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불가론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서울 남대문로 캠프 기자실에서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과 관련해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것에 대한 대답은 제가 안 드려도, 그동안 밝힌 결단과 신념에 대답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이 후보의 연대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후보는 “(나의 출마로) 보수 세력이 분열되고, 정권교체가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들었다”면서 “여러분이 이회창에게 지지를 보내주면 그게 바로 확실한 정권교체가 되고, 보수세력 분열도 전혀 걱정없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동안 보수분열 책임론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던 것과 달리 정통 보수를 통한 완벽한 정권교체론으로 현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정체기에 들어가고, BBK 의혹 등이 증폭되자 이회창 후보가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측근은 “평소 점잖게 이야기를 하는 분이 어제 오늘 직접적으로 이명박 후보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이 생기고, 여론이 흔들리는 걸 보면서 사실상 어떤 판단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이회창 후보 본인은 물론 캠프 전체가 이명박 후보를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이회창 후보는 “위장전입이나 자녀의 위장취업, 탈세 사건이 BBK 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며 “정직성, 신뢰성과 직결된 문제라 가볍게 볼 수 있는 게 아닌데도 BBK라는 큰 구름에 가려서 마치 별 것 아니고 세금만 내면 되는 것처럼 됐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회창 후보는 “오직 건설회사 사장을 오래한 CEO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이 후보가 생각하지 않으리라 믿지만, 그런 식으로 선전이 된다면 참으로 큰일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한나라당 경선 당시 ‘지독한 경선’이라는 표현으로 네거티브에 빠진 것을 경계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당시 박근혜 후보 쪽에서 이 후보 의혹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이 좀 이해가 간다”고도 했다. 이혜연 캠프 대변인과 조용남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후보의 부도덕 시리즈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우리는 깨끗한 후보, 법과 도덕성 면에 있어 당당한 지도자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나라, “이회창은 범여권 제2중대”
한편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제 이회창 씨는 양자 간에 결정을 해야 한다”며 “정권 교체를 이룰 유일한 선택인 이명박 후보를 돕든지, 아니면 정권 연장 세력인 ‘범여권의 제2중대’임을 스스로 인정하든지, 국민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여권 후보에 대해서도 “위조 전문가이자 고도의 지능범인 국제 사기꾼 김경준의 입만 쳐다보고 ‘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도 모든 군소 후보들의 공통점”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그런다고 해서 이명박 후보와 타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를 굳혀 줌으로써 이명박 후보의 대세를 확인시켜 줄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에 대해 한나라당은 경제 살리기로 돌리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경제 지도자를 선호하는 국민들이 많은 데다, 이명박 후보에 필적할 만한 명분과 능력을 갖춘 대안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토리들의 2위 싸움과 이합집산만이 이번 대선의 관심거리이다”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된 후보의 낙마를 기원하며 새치기로 보수 진영의 대표 자리를 강탈하려는 이회창 후보는 타후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박형준 대변인은 또 “이회창 후보는 지난 2002년의 대선자금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신세”라며,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 깨끗한 척 하는 위선을 언제까지 참고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심대평 “지금은 보수진영이 대동단결할 때”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통령후보는 지난 11월 19일 “국민적 열망은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고, 더 이상 무능한 진보에 의해 국정이 농락당하고 국민에게 절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보수진영의 대동단결을 위해 힘을 함께 모아야 할 때”라며 ‘보수대연합’을 재차 강조했다.
심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힌 뒤 “깨끗하고 능력있는 국정경험세력과 함께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다른 분도 많지만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이명박 후보는 보수세력의 대표적인 분들”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특히 “이회창 후보와 회동한 적은 없지만, 내 뜻이 서로 통해서 회동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할 수 있는 그런 길을 함께 찾는 데 같이 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의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심 후보는 이회창 후보측이 밝힌 ‘외연확대’와 관련, “아직 합의된 게 없다. 외연확대는 우리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심 후보 측은 “심 후보가 ‘4자 연대’ 등을 통해 이미 (회동 성사의) 공을 이회창 후보에게 넘긴 상황이고, 아직까진 이 후보측에서 공을 다시 던져주는 등의 메시지는 없다”며 “아마도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 등 복잡한 내부관계가 있어 검찰의 ‘BBK 사건’ 수사를 지켜보지 않겠느냐. 대선 후보 등록 이후라도 연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또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에 대해서도 “검증과정에 있는 만큼 검증이 끝나면 당연히 보수대연합의 한 축으로 함께 갈 수 있다”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BBK 사건 등의 검증을 통해 이명박 후보의 ‘깨끗함’이 확인된다면 이 후보와도 연대할 수 있다”는 게 심 후보 측의 얘기다. 그는 그러나 “특정인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하고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등의 억측이 없길 바란다. 독자 출마해서 독자적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여러 번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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