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온라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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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온라인 현장
  • 16개 인터넷언론사와 언론단체들이 선거운동기간(11월
  • 승인 2007.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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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정치풍자의 계절, 온라인 대선전속으로
UCC, 패러디 등 인기, 선관위 과도한 단속으로 2002년보다 시들
지난 2002년 대선은 ‘네티즌 정치’의 원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인구의 증가와 함께 기존 대선의 대규모 거리유세 대신 각종 게시판이 정치토론과 여론 형성의 장으로 변신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서 정치 댓글로 공방을 벌이고 사진 또는 동영상,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정치 패러디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동영상도 큰 몫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기타 치는 모습과 눈물 흘리는 장면 등을 편집했던 UCC는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서민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대선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사이버 논객’들의 힘도 컸다. 후보자 홈페이지와 언론사 홈페이지, 정치웹진의 게시판을 통해 이들 논객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 선동과 분석을 인터넷 바다에 쏟아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투표 운동도 인터넷으로 확산됐다.


다시 5년이 지나 2007년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터넷 텍스트가 지배하던 2002년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동영상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당시 조악했던 UCC(사용자제작 컨텐츠, User Created Contents)는 그저 보여주는데 그쳤던데 비해 이번에는 초고속인터넷망을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동영상 UCC 포털 업체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카메라로 찍은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라는 셀프 인터뷰 코너를 마련했고, 2007 대선 UCC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플래시를 넘어선 3차원 동영상 패러디도 흥미롭다. 대선주자가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10대 소녀 그룹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를 추고, 유력 후보들끼리 서로 격투기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꼼TV’라는 이름의 대선 관련 패러디 뉴스를 직접 제작했다. 아울러 뉴스 중간광고로 ‘MB의 애간장을 태우는 바삭바삭한 그 맛, BBK 치킨. 미국에서 온 요리사 김경준. 그 맛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라며 이 후보의 BBK 의혹과 관련해 치킨 광고까지 패러디해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포스터 패러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문.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를 둘러싸고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영화 ‘바르게 살자’ 포스터 패러디를 올렸다. 제목은 ‘예측불허 대선 강도극’. 가운데 선 이 전 총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다급한 표정으로 “대선 안 나오신다더니 왜 나오시나”고 외친다.
16대 대선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활발한 투표 참여 운동도 시작됐다. 2030 유권자네트워크는 당시 유행하던 광고 카피를 패러디해 “현정아 투표해”라는 문구를 만들었고, 인터넷 포탈사이트 다음은 메신저나 이메일을 사용하거나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릴 때 투표 표시를 다는 운동을 전개해 네티즌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그러나 올해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에 비해 인터넷서비스의 속도와 용량이 개선된 것은 물론, 각종 포털과 동영상 UCC 사이트에 카메라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손쉽게 동영상을 제작하고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무료로 제공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공유가 가능하도록 올려놓은 동영상은 클릭만하면 개인 홈페이지로 퍼 나를 수 있고 휴대전화로도 전송이 가능하다.


컨텐츠는 오히려 줄어
그러나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지난 대선과 같은 온라인상의 열띤 참여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대선 주자가 한꺼번에 참석하는 TV 토론회는 아직까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이뤄지는 건 맞장토론이 아닌, 특정 후보 1명을 상대로 한 홍보성 대담에 그친다. 엄청난 파괴력이 예상됐던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중 대선 관련 내용은 찾으려면 한참을 검색해야 한다. 네티즌은 대선 관련 댓글을 주저한다. ‘미디어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다.
대선이 온라인상에서 이슈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는 간접적인 이유로 TV토론의 실종을 들 수 있다. TV 토론은 나라의 주인인 유권자가 집에서 각 후보의 정견과 의혹 공방을 입체적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발달된 국민-후보자 간 소통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995년 선거법에 명시된 TV 토론회가 실종되면서 과거로 회귀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선거 실종의 가장의 큰 원인은 제도적 허점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상 각 방송사는 물론, 선관위의 공식 대선 후보 토론회에도 후보가 반드시 참석할 의무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방송토론위원회는 공식 선거 기간인 11월 27일부터 12월 17일까지 20일 동안 3회 이상의 대담 및 토론회를 열 수 있지만 특정 후보가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송 토론을 기피하는 후보를 비판하는 기류가 우리 사회에 형성되지 못한 것도 미디어선거가 죽어가는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디어선거의 실종 원인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독주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지지율이 엇비슷할 때 후보 간 TV 토론회는 정책공방으로 주도권을 잡는 데 최적의 도구이지만 지지율이 크게 앞서나가다 보니,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정두언 의원은 “때가 되면 TV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그동안 “정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면 그때 토론회를 받아주겠다”고 미뤄온 게 사실이다.
TV토론으로 후보 간 경쟁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일반시민들은 그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게 마련이고 이러한 영향은 인터넷이나 UCC에도 작용한 것. 특히 지난 4월 선관위의 지나친 규제로 인터넷이나 UCC를 활용한 미디어선거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김종석 대통합민주신당 전략기획팀장은 “UCC를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할 때 걸림돌도 많은 데다 구조적인 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며, 인터넷 논객도 사실 차단돼 있어 미디어선거 전략을 짜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정치 평론가는 “강한 규제가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의 급성장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감동 없는 선거가 감각적인 미디어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도 대선 관심 밖
인터넷 관문을 자처하는 포털들은 17대 대선전의 화두는 ‘인터넷’이라며 대선 특집 섹션을 기획하는 등 총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포털들의 장담과는 달리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다.
네이버는 지난 10월부터 ‘대선 공식 홈페이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당신의 선택! 2007대선’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장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대선토론장에 올라온 게시글은 100여 건이 전부다. 조회수도 글 당 1,000건을 넘지 않는다. 기사 하나에 수천 건의 댓글이 달리는 네이버답지 않은 초라한 성적이다.
7월부터 대선전에 뛰어든 다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선 특집 섹션을 통해 손수제작물(UCC) 공모전, 생활공약 모으기 등을 통해 누리꾼들의 관심 끌기를 시도했지만 상금까지 걸린 공모전에 지난 한 달 동안 출품된 UCC는 70건에 불과하다. 3월부터 대선 서비스를 시작한 야후는 후보 지지율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까지 실시했지만 투표인단의 규모와 대표성이 문제로 지적돼 신뢰성에 상처만 입었다. 웹분석사이트 랭키닷컴에 따르면 네이버의 대선 섹션 주간 방문자(11월 첫째 주 기준)는 13만 명 선이다. 일주일 평균 2,200만 명에 이르는 네이버 방문자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다음의 대선 섹션 역시 주간 방문자가 8만8,408명으로 다음을 찾는 전체 이용자 1,800만 명의 0.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대선 특수 실종의 원인을 현실 정치에서 찾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전반적으로 대선에 대한 관심이 2002년보다 훨씬 줄었다”며 “16대와 17대 대선주자들의 홈페이지 트래픽을 비교해 보면 냉담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의 팬클럽 ‘노사모’에는 하루 평균(11월 첫째 주 기준) 3만2,723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올해 같은 시기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 후보의 팬클럽 ‘명박사랑’에는 9,935명이 들렀을 뿐이다. 이회창 후보의 ‘창사랑’과 문국현 후보의 ‘희망문’도 1만1,604명과 6,587명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졌다.
강화된 선거법으로 5년 전과 같은 정치적 ‘선동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 것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02년의 경우 선동꾼들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각종 유언비어로 인터넷을 점령하며 과열 분위기를 형성해 전체 대선판을 왜곡했지만 선거법 개정으로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원천 봉쇄됐다. 2004년에 개정된 선거법 93조는 선거 180일 전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에 대해 게시 및 상영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정치 환경의 패러다임도 크게 변화했다. 2002년에는 대선주자 팬클럽과 인터넷 미디어, 그리고 정치 논객이 인터넷의 3대 축으로 정치 담론을 주도했지만 올해에는 담론을 주도하는 주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선거 시기 실명제 반대”
16개 인터넷언론사와 언론단체들이 선거운동기간(11월 27일~12월 18일) 동안 ‘인터넷 실명제’가 의무화된 데 대해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노동넷 방송국,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은 지난 11월 19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시기 인터넷실명제는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만큼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선거실명제 폐지 공동대책위원회 2007'을 결성하고, 실명제 거부와 관련 각 인터넷언론사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선관위는 대통령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 페이지 게시판·대화방 등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글을 게재할 수 있게 하려면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고 ▲실명인증의 표시가 없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나 반대 글은 지체 없이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거법상 실명제가 의무화되는 곳은 문화부에 등록된 인터넷 신문 외에도 정치·시사분야를 다루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포함된다. 뉴스를 매개하는 포털이나 인터넷방송, 동영상 사이트들도 인터넷언론사에 포함되는 것. 선거실명제를 따르지 않으면 최고 1천만 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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