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구속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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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표 구속수감
  • <편집국>
  • 승인 2007.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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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현직 구속 전군표 국세청장, 의혹제기서 구속수감까지
사상 초유의 사태에 국세청 ‘충격’, 검찰 김상진 로비 수사에 박차
지난 10월 23일 한 언론을 통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6,000만 원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전군표 청장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며, 10월 26일에는 정상곤 전 청장에게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막말까지 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 검사는 “실수한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양대 권력 기관인 검찰과 국세청의 힘겨루기 속에 전군표 청장의 거취 표명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전 청장은 “사퇴하지 않겠다”며 버텼다. 부산지검은 결국 언론보도 9일 만인 지난 11월 1일 전군표 국세청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했다. 현직 국세청장에 대한 소환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검찰은 전 청장을 상대로 14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한 뒤 돌려보냈으나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예우 차원에서 신변 정리를 할 시간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나흘만인 5일 검찰은 현직 국세청장인 전 청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1월 6일 전군표 청장은 국세청 개청 이후 40여 년 만에 현직 청장으로는 처음으로 비리 혐의로 구속돼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


취임식날도 돈 받아
현직 국세청장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전군표 국세청장.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전 청장에게 처음으로 1,000만 원을 전달한 날은 전 청장 취임식 행사가 있던 지난해 7월 18일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청장은 당시 자신의 인사를 잘 봐달라는 청탁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14층 국세청장 집무실에서 서류봉투에 1,000만 원을 넣어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전 청장은 소환 조사 때 “어떻게 취임식 날 돈을 받을 수가 있느냐”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정 전 청장의 일관된 진술을 강조했고 법원도 검찰의 소명을 받아들였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정 전 부산청장은 전 청장 취임식뿐만 아니라 전국세무관서장 회의, 국정감사 준비, 조세공무원 연찬회 등 행사 참석 때마다 청장실을 방문했다. 현금 1,000만~2,000만 원을 서류봉투와 4각형 플라스틱 파일에 담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올 1월에는 “해외출장 잘 다녀오시라”며 1만 달러를 봉투에 담아 건넸다.
검찰은 ‘국세청장으로서 국세청 공무원에 대한 인사 업무 등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고 적시, 포괄적인 직무관련성을 들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전 청장은 영장 발부 30분 만인 6일 저녁 8시20분 검찰청사를 나와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
한편, 국세청 직원들은 전군표 국세청장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가 현실로 나타나자 국세청 직원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할 말을 잊었다. 국세청 직원들은 "끝까지 전 청장에게 신뢰를 보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돼 안타까운 심정"이라는 말 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1966년 설립돼 41년 동안 국세청장 16명을 배출했지만 현직 청장이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직 청장 구속으로 국세청은 향후 대대적인 조직 쇄신 등 후폭풍을 맞이해야 할 운명이다. 한 국세청 직원은 “그동안 투명하고 따뜻한 세정을 기치로 납세자 호응에 힘입어 올해 세수도 목표보다 더 걷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국세청에 대한 납세자 신뢰도가 엉망이 될 것”이라며 침울해 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어떤 인물인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강원 삼척 출신이다. 행정고시(20회) 출신으로는 드물게 사무관 시절부터 조사국에서 근무하면서 조사통으로 잔뼈가 굵었다.
춘천 세무서장과 서울청 국제조세2과장, 중부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3국장,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국세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업무 능력뿐 아니라 대인관계도 원만했다. 지난해 1월 국세청장 취임 전에 중앙인사위원회가 실시한 정부 부처 실·국장급 다면평가에서 상사와 동료, 후배로부터 모두 1위를 받았다. 사무관 시절 변칙 증여에 대한 과세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재벌기업의 불균등 감자와 관련한 변칙 증여에 외국인 사례를 원용하면서 500여 억 원을 추징한 것이다.
청장 취임 이후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와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등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했다.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조기결정 신청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세금 바로 알기 운동 등 세금 징수를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순탄한 길만 걸지는 못했다. 지난해 10월 청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세청 직원이 국회의원 보좌관들에게 현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파문이 발생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재산 문제 조사 등으로 검찰에 수사의뢰 되기도 했다.

전군표 구속 이어 ‘김상진 로비’ 본격수사
한동안 전군표 국세청장의 구속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여론의 관심 밖이었던 ‘부산지역 토착비리 사건’이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로 전모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정치권은 물론 금융계, 정ㆍ관계 등이 뇌물 비리에 휘말리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 씨(구속 기소)를 둘러싼 토착 비리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지난 11월 9일 김 씨의 민락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 돈을 받고 대출 편의를 봐준 혐의로 부산은행 투자금융부 부부장 노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씨는 지난 7월 김 씨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 재개발사업과 관련, 가짜 용역계약서를 제출하고 27억 5,000만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김 씨의 부탁을 받고 대출 승인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1,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노 씨가 지난 5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김 씨의 민락동 재개발사업에 685억원을 대출해주는 과정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부산은행에서 압수한 임원실 메모와 대출 관련 서류 등을 정밀 분석한 후 다음 주 은행 임원들을 소환, 금품 로비의 실체를 밝힐 계획이다. 검찰은 또 부산시 고위 간부와 구청 관계자 등이 김 씨로 부터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전 부산관광개발 대표 남종섭씨와 고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친척인 김영일 씨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김 씨가 남ㆍ김씨와 ‘50억 원 로비 약정’을 맺고, 해당 간부와 직원에게 직접 금품 로비를 했는지 등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 씨가 검찰조사에서 “돈 준 사람이 정 전 비서관과 이위준 연제구청장 외 10여 명이 더 있다”며 구체적으로 실명을 거론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의 마지막 사정 칼날은 정치권을 겨냥할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김 씨와 김 씨의 형이 2000년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3명을 만나 민원을 제기하는 등 친노 그룹에 적극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밝혀져 정윤재 전 비서관 외 또 다른 친노 인사가 검찰의 수사망에 포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정가에서는 전ㆍ현직 국회의원 3~4명과 전ㆍ현직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2~3명이 김 씨 형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김상진 씨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된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은 이날 부산지법 제5형사부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위해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청와대 “개인 비리일 뿐”
한편, 청와대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 구속 사건에 대해 “권력형 비리가 아닌 개인의 일탈로 본다”고 평가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권력형 비리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지위에 수반해서 가진 권력을 뛰어넘는 차원의 일이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로 보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에게서 비롯된 만큼 권력형 비리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모든 공직에 있는 사람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해서 권력형 비리냐”면서 “그렇다면 구청의 계장이나 과장의 개인적 일탈도 권력형 비리냐”고 반문했다.
그는 전 전 청장이 정 전 비서관 사건을 본보 보도(8월 28일) 이전인 8월 초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병대 부산국세청장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8월 9일 전후에 정 전 비서관 사건을 검찰로부터 들었다”며 “민정수석실에도 확인이 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민정·인사라인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일일이 보고받지 않으며,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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