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운전기사 기상, 06:30 사장 본사 로비 도착, 비서실장 영접
07:30 비서실 직원 등 출근 / 새벽 운동, 남쪽 선호 등 “갑질” 말썽

[시사매거진/전북=김영호 기자] 2019 기해년은 “황금 돼지 해”라며 국민들은 기뻐했다.
연초 소원도 ‘황금 돼지 해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꽃길만 걷는 해가 되게 해주십시요'가 비교적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터저 나오기 시작한 양진호 갑질, 대한항공 갑질 등 가진 자들의 갑질 행태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온 국민의 관심사가 갑질에 매몰되어 갈 즈음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공무원 행동 강령에 갑질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공공분야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어서 26개 정부 부처에서는 99건의 갑질 우발 법령을 발굴하여 26건을 개정하고 「갑질 금지법」을 제정하여 올해 7.16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기류와는 무관하게 시대를 역행하는 전북혁신도시 내 LX공사(公社)의 풍경을 보자.
▷ 공사 임원의 차를 몰아야 하는 운전기사, 새벽 5시 30분쯤 기상해서 주차시켜 놓았던 관용차에 무거운 몸을 싣고 6시 20분까지는 관사에 도착, 본사에는 6시 30분까지 높은 분을 모신다.
일주일에 적어도 3∼4회 정도 사장이 본사에 근무하는 날은 새벽에 일어나 본사 헬스장까지 안전히 모셔야 하기 때문이다. 6시 30분경 도착하면 비서실장이 로비에서 사장을 영접한다.
그렇다면 비서실 직원들은 몇 시까지 나와야 할까? 역시 불문가지다.

근로기준법에 1일 8시간 근무,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게 되어 있지만 그게 법대로 되지 않는다. 법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를 두고 있다.
LX공사 경영지원실 관계자는 “공사에 재직 중인 기사 7명을 무슨 직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노동부에 신청을 해 승인을 받아 운용하니 문제가 없다. 물론 근로자 휴게실도 별도로 마련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신청은 사측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상응하는 휴게시설 제공과 수당 등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운전기사 본인들은 “그러한 동의를 해 준적도 없고 그런 종류의 직렬도 모른다”고 말한다.
다만 그런 부당한 대우에 대해 “국가나 힘 있는 기관에서 우리를 대신해 해결줄 수 있다면 시정을 요구하겠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을(乙)’일 뿐 혹여 불이익을 당할까 한마디도 못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최근 공사 내에서 회자되는 말들 중 하나일 뿐이다. 정작 당사자들은 입이 있어도 긍정도 부정도 못하고 있다.
▷ 주말 임원진 회의가 가끔씩 서울지역 사무실에서 열린다. 당연히 운전기사들은 임원을 모시고 상경하여 회의를 마치거나 업무가 끝나면 자택까지 모셔다 드리고 밤 늦게 돌아온다. 자택이 서울인 사람은 편하다.
주말에 왜 서울에서 회의가 자주 열리느냐는 질문에 공사관계자는 “사장님이 주재하는 회의는 거의 없다. 사장님은 이사회의나 주제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또 “국무조정실에서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에 공문을 보내 주말회의는 지양하라는 지시를 해 따른다”고 말했다. 그럼 뭐하나, 지켜지지 않으면 구두선에 그치는 것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사장은 이사회 기타 회의는 부사장이나 본부장, 이사들이 주말 귀가를 편케 하기 위해 사장없는 회의를 연다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 전주 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이 공사는 신축 당시부터 남문 쪽은 광장과 잔디정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북문으로 진출입을 하고 있다.
혁신도시지구단위계획에 의하면 국토교통부 산하인 이 공사 신축부지 주변은 북측 도로가 편도 2차선 주도로이며 남측은 만성 초등학교 출입문과 경계이며 공원도로로 학생들의 등하교에 이용되어 출입로를 북측으로 설계했다.
사장은 부임 후 風水상 북쪽보다 남쪽이 길하니 남쪽 도로를 개설하여 남쪽 문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다.
남측광장에 진출입로를 개설할 경우 단지 사장과 임원들의 출퇴근 시 승하차하고 다시 1km쯤 건물을 돌아 정문으로 진입 주차 후 대기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대다수 공사 직원들은 “무슨 소리냐? 이전 당시보다 300여 명이 늘어난 직원들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쪽 잔디광장을 사용하는 게 우선이다. 임원 몇 명을 위해 남쪽으로 도로를 개설하고 출입하는 건 이치상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담당 직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관할 구청의 행정절차가 보완 진행 중임에도 교통영향평가는 A 용역업체, 건축심의는 B 업체로 선정 용역비가 5천만 원 가까이 집행되어 주변 민원을 풀지 못할 경우 자칫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너편 만성 초등학교 교직원 및 학부모들은 남쪽 신규 도로 개설과 차량 통행은 학생들 등하교 시 교통사고 위험이 상존한다며 반발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공사관계자는 “학생 등교시 데이터링을 해 보니 학생이 겨우 13명 정도만 이쪽 도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신규도로는 공원 내 기존 중간쪽에서 진입해 돌비석 쪽에서 120도 정도 회전하면서 들어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내 직원들은 “왜 등교길 학생만 체크했나? 하교길, 학원가는 학생 등 하루종일 움직이는 동선을 조사했어야 하지 않은가?” 라고 반문한다.
관할 구청에서는 올해 1월에 민원 접수받아 4월에 민원인과 원만한 합의를 요하는 보완 통보를 했고, LX에서는 보완 연기 신청을 해 연말까지 민원 해결이 안 될 경우 불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담당 직원들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보고를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방 균형 발전 정책으로 2013.11 전주 혁시도시로 본사를 이전한 대한지적공사는 2015.6 「핵심가치」를 글로벌 최고 / 미래혁신 / 책임과 신뢰 / 소통과 화합으로 정하고 2015. 6 사명을 한국국토정보공사로 변경하고 야심차게 새 출발을 다짐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 공사 내 분위기는 스스로 비전으로 내세운 ‘스마트 사회 선도’나 핵심가치인 ‘소통과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사장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로 임원들이 화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양측 간의 다툼에서 외부로 나오는 파편 같은 험담들이 회자되면서 공사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LX 공사의 한 직원은 “정부에서는 금년 7.16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고 노동관계법 등 각종 관련 법을 개정 보완하여 갑질로부터 인권을 보호하는 시책을 강력히 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공사의 각성이 필요하다” 라고 강조하면서 “불행 중 다행은 사장과 노조 간 큰 불협화음이 없다는 점인데 그것마저 사장이 부임 후 경영마인드 실종으로 큰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마찰이 생길 소지가 애초에 없어서 그렇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사내에 팽배하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