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아파트 ‘예고된 흥행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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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아파트 ‘예고된 흥행실패’
  • 글_김진은 기자
  • 승인 2007.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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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등 별다른 이점 없어, ‘무늬만 반값’ 지적 많아
무주택 서민들의 꿈 ‘반값아파트’ 평균 청약률 0.16대 1로 저조
정부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며 야심에 차게 내놓은 이른바 ‘반값아파트’ 의 804가구 군포부곡지구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의 청약접수가 10월 15일 시작되었다. 서민들의 꿈을 실현시켜준다는 매력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청약 첫날, 20년 동안 주택공사에만 되팔 수 있는 환매조건부 창구를 찾는 청약자의 발길만이 간간히 이어질 뿐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무늬만 ‘반값아파트’
군포부곡지구의 일명 ‘반값아파트’는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로 나누어 분양된다.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주공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입주자는 건물의 소유권만을 갖는 개념이다. 건물 값만 내다보니 분양가가 전용면적 74㎡는 1억 3500만 원, 84㎡는 1억 5400만 원으로 일반 분양가의 55% 수준이다. 대신 매달 땅값에 대한 임대료를 최대 42만 원까지 내야 한다. 또 토지임대 기간 30년이 지난 뒤의 법률관계도 아직 불명확하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연구가는 “토지에 대한 임대료 부담이 상당하고, 또 지상권이 있더라도 건물이 노후화됨에 따라 감가상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라며 청약자들의 주의를 요한다고 언급했다.
환매조건부의 경우는 입주자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갖는 대신 20년 동안 주택공사에만 되팔 수 있는 아파트의 형태이다. 팔 때는 분양가에 정기예금 이자를 더한 금액이나 공시가격 가운데 낮은 금액을 받는다. 환매조건부 분양가는 74㎡가 2억 1800만 원선, 84㎡는 2억 5000만 원선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매조건부 아파트 분양가는 일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값의 90% 수준이어서 반값 아파트라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렇게 시작 전부터 끝없이 이어지던 논쟁의 결과와 무관치 않게 청약결과는 ‘반값아파트’의 실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군포부곡지부의 경우 일반 1순위에서 10%가량만 신청됐다. 1순위는 청약저축 24개월 이상 납입 무주택 세대주로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 공급분의 14%(321가구 중 45명), 토지임대부 주택은 7%(299가구 중 21명)만 신청됐다. 특별공급분 신청결과는 더욱더 참담하다. 노부모우선공급분 청약이 환매조건부 0.2%(41가구 중 1명), 토지임대부0.5%(39가구 중 2명)에 그쳤고 3자녀 특별공급(3자녀 우선 순위배점 80점이상)에서는 토지임대부의 경우 아예 신청자가 없었다.
철거민과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기타 특별 공급가구 80가구에도 12명만 접수해 미달사태가 이어졌다.청약 첫날 신청자들도 실제 계약을 할지 미지수여서 정부의 첫 작품이 ‘빈 집’ 투성이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주택공사는 일반 공급분의 경우 10월 16일 청약저축 6회 이상 납입 무주택세대주인 2순위자를 대상으로, 17일에는 청약저축 납입기간에 상관없이 무주택세대주를 대상으로 3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청약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치적 고육지책으로 등장
군포부곡지구의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의 청약접수가 시작되기 전 제기되는 논쟁들에 당황한 정부는 ‘반값’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언론의 책임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지난해 부동산 가격 폭등을 잠재우기위해 내세운 ‘고육지책’임에는 틀림없다.
홍준표 의원이 입법 발의를 계획했던 ‘반값 아파트’는 대중의 표를 의식하고 집값안정을 바랬던 대부분 의원들이 찬성하고, 집값 안정과 집 없는 서민을 위하려는 시민단체들도 이 안에 가세하자, 위기감을 느낀 열린우리당은 이에 맞서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서둘러 제안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제안한 땅값은 내지 않고 땅값의 임대료만 내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제안한 분양받는 사람이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은 갖되 20년 동안 주택공사에만 되팔 수 있는 환매조건부주택이 있다. 특히 홍준표 의원은 다른 주택보다 우선적인 공급을 강제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공급주체를 강하게 압박하기에 이른다. 양당이 이토록 경쟁적으로 반값 아파트 운운하며, 포퓰리즘 정책을 제안하는데 국민에게 지지받아야 할 정부로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홍준표 의원이나 열린우리당에서 반값아파트를 제안한 취지를 살펴보면,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아파트든, 환매조건부 분양 아파트든 이른바 반값아파트는 아파트를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취지로 출발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없는 정책을 쏟아내도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져 가는 시기에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절치부심(?)으로 내놓았던 것이 바로 이른바 반값 아파트 정책이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땅이 국유화된 싱가폴과 달리, 대부분의 땅이 사유화된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반값 아파트는 재활이 전혀 불가능한 극빈층에게 제공하는 복지차원의 주택이면 몰라도, 대다수 집 없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택공급은 애당초 성공하기 어려웠다.

예고된 흥행실패
환매조건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의 흥행실패는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물론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관계자들도 예견했다. 이렇듯 뻔히 보이는 ‘반값 아파트’의 흥행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서민들의 민심을 현혹시킨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 자체에 있다. ‘반값 아파트’라는 용어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홍의원은 대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을 ‘반값 아파트’로 과대 포장하여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린바 있다. 그러나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방식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토지정의시민연대는 홍의원이 ‘반값 아파트’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부터 용어의 사용이 적절치 않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기실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방식은 토지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등이 소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분양가 자체는 기존 분양가의 절반 수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반값 아파트'라고 명명하는 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마치 일반 분양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런데 최근 주공이 부곡택지개발지구 내에 분양한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시범단지를 각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반값아파트'라고 명명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았고 그 실상이 드러나자 청약신청이 매우 저조하게 됐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반값아파트'와 같이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둘째, 과연 이 정책의 목표는 무엇인지 모호하다. 부곡 시범단지는 어떤 정책 목표 하에서 추진됐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만약 토지의 공공성을 확보할 목적이었다면 토지임대부-건물분양 아파트의 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책정해야 했고, 주거복지 차원이었다면 환매조건부 아파트 및 토지임대부-건물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시세 보다 대폭 낮추고 토지임대부-건물분양 아파트의 임대료도 시장 가치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에서 책정해야 했다. 그런데 부곡 시범단지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정책 목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겨냥하고 있지 않다.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도 없이 추진된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세 번째는 분양가격이 기대와는 달리 너무 높았다. 군포부곡 시범단지는 '반값 아파트'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분양가가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부곡 시범단지 내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 74㎡주택의 분양가는 층수에 따라 1억 2,850만원~1억 3,900만원이고, 84㎡주택의 분양가는 1억 4,700만원~1억 5,940만원이었다. 또한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주택의 경우는 74㎡주택의 분양가가 층수에 따라 2억 800만원~2억 2,550만원이고, 84㎡주택은 2억 3,790만원~2억 5,800만원이었다. 이 정도 가격수준이면 시장참여자가 차라리 급매물로 나온 일반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불로소득을 거의 얻을 수 없는데다 소량만 공급되는 시범단지가 가격마저 별로 싸지 않다면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과 언론의 무관심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반값아파트' 분양저조에 대한 청와대의 냉소적 태도를 보면 참여정부가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및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이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익히 알다시피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해야 하며, 주택의 공급방식도 이런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방식이 정확히 이에 부합하며 환매조건부 분양방식도 유의미한 옵션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및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의 유효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있으니 주공이 시범단지 성공에 미온적이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지금이라도 청와대는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방식 및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주택공급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군포 부곡 시범단지 분양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은 '반값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많은 인기를 누린 뒤 이를 제도화 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언론의 보도태도도 부곡 시범단지의 성공을 가로막는데 일조했다. 언론 대부분이 '반값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부곡 시범단지를 희화화(戱畵化)하는데 열중했고 분양이 저조하자 반시장적 정책의 실패는 당연하다느니, 주택을 주요한 재산증식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식에 반한 정책이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분석을 하기에만 급급하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는 개념은 폐기되어야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의 애초 취지는 살려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국가가 조성한 공공택지에 국한시킨다면, 투기가 아닌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주택을 공급 수 있는 방식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강수 대구 카돌릭대 부동산통상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아파트 값을 낮추는 비책이라며 ‘반값 아파트’라고 포장해 국민들이 그릇된 기대 심리를 갖게 한 게 문제”라며 “공공기관이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은 불로소득을 없애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17일 내놓은 논평에서 “청와대, 정부, 범여권, 한나라당이 저렴한 아파트 공급을 위한 구체적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주택법에 달랑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규정만 만든 채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한 탓에 일을 그르쳤다”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대지 임대료의 공정한 산정 절차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건축비 거품을 조장하는 현행 건축비 산정 방식의 개선'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거품을 뺀 아파트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19일 이른 바 ‘반값아파트’ 논란과 관련,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주택은) 현실에 맞지 않으면 별 수 없지만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정착이 되면 좋은 제도”라며 “이 제도를 발전시키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값아파트가 이름만 반값이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번 군포의 아파트 분양 신청자들도 서민이고, 일반 분양 아파트 신청자들도 다 서민이다. 여기에만 세금을 들여 싸게 해 줄 수는 없다. 가격을 내리면 여기만 우대하게 되는 건데 그건 주택공사 적자보라는 얘기”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이제 3순위 청약이 끝났고 다음 주에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데, 만일 여기서도 분양이 완료되지 않으면 입주자들의 의견 등을 물어 임대주택이나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를 해 보자면, 우선 분양가를 이름처럼 반값으로 내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시행 주체인 주공과 토공 등 공공기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익이 좀 줄더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분양가를 내릴 수 있을 만큼 내려야 한다. 이와 함께 10년, 20년이라는 전매 제한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치권도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등으로 다소 졸속 입법된 법안의 부족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듯 정치적 우열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써만 사용된 무늬만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반값 아파트’정책이 가진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목표가 빛을 잃지 않도록 서민의 삶을 고려해 보완?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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