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화유통/ 장석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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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유통/ 장석준 대표
  • 취재_박용준 차장
  • 승인 2007.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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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로 빚어낸 저염명란’으로 전통식품 맥을 잇다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과 법규 개선이 아쉬워
“일본사람들이 손꼽는 ‘밥도둑’ 1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조미명란이죠. 일본사람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 위에 명란젓만 올려놓으면 밥을 몇 공기든 먹을 수 있다고들 말합니다. 일본의 수요만으로도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명란은 국가적으로도 효도상품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 때문에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같은 회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식약청,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은 현실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줘야 합니다.”

‘명란젓’으로 더 친숙한 명란은 우리나라 전통수산물로서 국민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대표 먹거리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명태의 어획량이 줄어들고 각종 관련법과 규제 때문에 업계가 난항을 겪고 있다. ㈜덕화유통 장석준 대표는 식품 유통과 관련해 국내 법규의 까다로운 부분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재 저염명란 단일품종 일본 수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의 지나친 규제로 국제시장으로까지 파급된 경제적 손실이 아쉽다고 밝힌다.


냉·해동식품 유통 관련 국내 법규의 문제가 선결과제
장석준 대표는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할 것은 식용 타르 색소 사용 규제에 대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의 경우 명란을 조미식품으로 보기 때문에 식용색소 사용을 일부 허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명란을 젓갈로 간주해 색소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젓갈들의 경우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고춧가루의 무분별한 사용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상품의 종류와 질을 판가름하기 어렵게 만든다. 명란도 젓갈과 같이 규정함으로써 고유의 색과 맛을 잃고 있는 상태다. 국제적 규격을 고려하지 않은 규정치 이하의 색소 사용을 무조건 매도하고 외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의 명란가공업체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명란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알껍데기가 파손되거나 없는 등급 외의 제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데, 타르 색소를 사용할 경우 국내 판매가 불가능하게 된다. 좋은 명란은 알이 숙성돼 탱글탱글하고 색상이 투명하며 껍질이 얇다. 보통 알주머니가 10~15cm일 때 상품으로 치는데, 알이 성숙해 알주머니가 꽉 차 힘 있는 것이 숙란이다. 반대로 알이 제대로 다 안 커 알주머니가 물렁물렁하고 힘없는 것이 미숙란이다. 문제는 모든 알들이 높은 등급의 상품일 수 없다는 것. 제조과정에서 알주머니가 터졌거나 알껍데기가 싸여있지 않은 ‘바라꼬’, 검붉은 색이 나는 ‘무라사키’ 등은 상품화 과정에서 그냥 일본 바이어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버리는 실정이다. 일본에선 명란젓을 사용한 다양한 요리가 있어 알주머니가 없거나 색깔이 검붉어도 사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색소사용으로 인해 아예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다. 해외 바이어들이 그 점을 악용하여 이를 헐값에 요구하거나 교묘히 클레임을 청구해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냉·해동식품 유통 관련 국내 법규의 문제 또한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저염명란은 염도가 낮아 10일이 지나면 부패가 시작되기 때문에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동결보관이 필수다. 하지만 식품공전에 따르면 냉동제품을 해동시켜 실온 또는 냉장제품으로 유통시키거나 실온 또는 냉장제품을 냉동시켜 냉동제품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이 신선한 해동식품을 보급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제품을 판매할 때 해동한 상태로 선보일 수 없다면 이 제품을 가공이 끝난 조미식품이나 반찬으로 구매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명란 최대 소비시장인 일본의 경우 명란의 상미기간(유통기한보다 엄격한 개념으로 제품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품질유지기간)을 냉동 90일, 해동 후 7일로 규정하고 있어 냉동한 식품이라도 매장에서 해동해 판매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식품을 보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엄격히 강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유통업체들의 시장 진출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와 업체를 모두 위한 정책인 것이다. 국내의 냉동보관 및 유통이 불가피한 식품의 시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과 법규 개선이 절실하다.


‘청주로 빚어낸 저염명란’으로 호평
어려운 국내 실정 속에서도 (주)덕화유통은 저염명란 단일품종만 고집하며 부산의 명실상부한 수산물 전문가공업체로 자리잡았다. 연간 약 500~600여 톤을 일본시장으로 수출하는 등 저염명란 단일품종 해외수출 국내 1위로, 질 좋은 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평균 약 2000t에 달하는 원양 냉동명란을 확보하고 있다. 2004년에는 1,000만 달러의 수출신화를 이뤄냈으며, 2006년에는 부산광역시 지정 명품수산물로 선정되었다. 회사 내에는 주요 미생물학적 위해분석이 가능한 자체 위생실험실이 설치되어있으며, 위생전담 직원과 일본의 품질담당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제품의 위생과 품질상태를 체크한다. 또 에어샤워기, 위생전실, 세척실 등 HACCP의 선행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처음부터 (주)덕화유통이 명란만을 전문으로 한 것은 아니다. 국립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학교)를 졸업한 장석준 대표는 수산 관련 업종에 20여 년간 종사하면서 수산물 가공업체를 설립했다. 작은 규모지만 고등어, 가자미 등 어류를 가공해 미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점차 신선도와 청결이 생명인 어류 가공물 제조분야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바이어들의 인정을 받게 되었고, 명란을 제조해 보내달라는 요청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평소 어류의 단순 가공분야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및 동남아 국가에 빼앗길 것을 예측했던 그는 아예 명란을 주력 상품으로 키울 결정을 내렸다. 명란에 대한 일본의 수요만으로도 공급이 따라 주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는 승부였다. 물론 성공을 위해서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미국 등과 함께 거대한 일본시장을 놓고 경합을 벌여야 했다.
“싸움이 안 됐죠. 우리는 원란을 대량으로 구입해 놓고 일본 측에서 주단위로 떨어지는 판매사양을 받아 바로 선적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했죠. 특히 지역적으로 부산만큼 일본과 가까운 곳이 없죠. 매일 배와 비행기가 있기 때문에 수요가 발생하면 바로 하루 만에도 선적이 가능합니다.”
시장 대응이 다른 어떤 나라나 업체보다도 빠르다 보니 경쟁업체들이 제풀에 꺾여 버렸다. 명란 하나의 단일 항목이지만 8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상품으로 구분해 까다로운 일본인의 기호에 맞춘 것도 인기를 모은 또 다른 이유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명태가 안 잡힙니다. 6.25 직후만 해도 동해안에는 바다의 물빛이 달라질 만큼 명태 떼가 몰려들었다고 해요. 그만큼 우리 해역에 흔했다는 이야기인데 요즘엔 지구 온난화로 명태가 북쪽으로 이동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러시아의 캄차카 등지에서 원란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 때 입찰 경쟁이 벌여지는데 일본 업체와 싸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힘들어요.” 원란을 가공해 일본에 역수출하는 입장에서 일본 측의 제조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선 가격 외에도 포장이나 맛 등을 차별화하는 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정 대표는 “우리가 일본에서 만든 명란보다 더 맛있게 만들고 포장도 먹음직스럽게 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싸도 잘 팔리는 것 같습니다. 일본 후쿠오카에 명란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70여 곳이 있지만 각 회사별로 따져볼 때 우리보다 많은 생산량을 기록한 곳이 4~5개 회사밖에 없습니다. 현재 부산시 우수상품 기획전에 참여하여 소비자들에게 ‘청주로 빚어낸 저염명란’이란 브랜드로 첫 선을 보인 결과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양가 높고 맛좋은 명란을 명란젓갈에서 한 단계 Up Grade된 웰빙 조미 명란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습니다”라며 차별화 전략에 대해 밝혔다.


일.봉사 모두에 최선을 다하는 장석준 대표
기업인으로서 회사를 돌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 이웃을 돌보는 일에도 부지런히 뛰고 있다. 부산에서도 비교적 소득수준이 낮고 여가생활을 즐길 만한 공간이 부족한 사하구이니만큼 지역 전체가 고루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 현재 사하구청 지역발전협의회 회장, 사하구청년연합회 상임고문, 괴정4동 사랑나눔회 회장 등을 맡아 같은 지역 내에 있는 소외된 이들에게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돈을 벌었으니 지역을 위해 쓰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기업인들의 기부문화나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많이 진전된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5년 째 괴정4동 주민자치위원장 사랑나눔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독거노인, 결손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목욕, 이발, 반찬제공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 기업인으로서 사회 환원의 의무와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 (주)덕화유통의 이미지가 더욱 좋게 알려져 있는 것도 타인을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복지정책이 강화되면서 지원도 크게 늘어난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소외된 계층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호적상에는 자녀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늙고 병든 부모를 외면하고 돌아선 자녀를 가진 이웃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미약한 힘을 보탠 것뿐인데 저로 인해 즐거워하는 이웃들의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습니다. 봉사란 게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못하는 거잖아요. 저 역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나 어르신들을 보면 그냥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 지역에는 조정화 구청장이 열심히 뛰고 있어요. 젊은 사람이 앞서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앞으로 힘이 없어 뛰지 못할 때까지 기업도, 지역사회도 제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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