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가화만사성(어느 해외 이민자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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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가화만사성(어느 해외 이민자의 유언)
  • 김응우 칼럼위원
  • 승인 2019.09.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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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7호=김응우 변호사) 국내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어느 미국이민자의 유언 때문에, 국내의 부동산을 놓고 수증자와 피상속인 가족 간에 큰 분쟁이 된 사건이 있었다. 그 분은 미국국적을 취득한 상태이고 배우자는 이미 사망하였는데 미국에서 사귄 내연녀에게만 자신의 모든 재산을 유증한다는 유언을 남겼는데, 과연 국내에 있는 자녀들은 국내 부동산상속을 전혀 받지 못하고 내연녀에게 상속재산을 모두 빼앗기는 것일까? 더구나 미국에서 정식 혼인한 새어머니도 아닌데 부친이 그 내연녀에게만 모든 재산을 유증하였으니 이런 유언장을 알게 된 국내의 자녀들은 어찌 보면 통탄할 일 아닌가!

만일 유언자가 한국국적자이면 재산분배에 관한 유언은 유류분제도(민법 제1115조)에 의하여 제한을 받게 되므로 자녀들이 유증 받은 내연녀에게 최소한 자기 상속분의 전반은 유류분반환청구를 통하여 회복 받는 기회가 있으나, 문제는 사망자가 이미 미국시민권자 이므로 원칙적으로 유언과 상속에 관하여는 미국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제는 미국에는 유류분제도가 없기 때문에, 여지없이 유언내용 그대로 모든 상속재산은 내연녀의 것이 되고 만다.

필자는 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첫째로, 유언의 방식을 문제 삼아 유언의 무효를 미국법원에서 소송하고, 둘째로는 국내 민법의 적용사항임을 주장하여 유류분반환청구를 국내법원에서 소송하였다(위 유언이 유효라 하더라도 국내 부동산에 대하여는 최소한 상속분의 절반이라도 자녀들이 가져올 수 있도록). 위 사건은 미국에서의 유언의 방식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부동산에는 미국법이 아닌 대한민국 민법의 적용을 받아서 결국 국내부동산의 절반은 자녀들이 지킬 수 있었다.

해외 이민을 가서 미국처럼 유류분제도가 없는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 자가 만일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유언을 남긴 경우에는 대한민국에서 인정되는 유류분제도를 주장하여 상속분의 절반이라도 지켜야 하고, 위 사건의 경우처럼 비록 피상속인이 외국국적자라도 국내부동산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상 반정조항(제9조)을 주장하여 미국법이 아닌 대한민국 민법의 적용을 인정받고서 유류분제도를 이용하여야 한다.

상속인에게는 유류분권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상속인간에 분쟁이 많은데, 피상속인은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증할 때에, 증여나 유증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상속인들의 유류분까지 침해하는 과도한 증여를 하여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보면 배우자나 자녀들 중 일부가 비록 맘에 들지 않더라도 최소한도 법이 인정하는 상속분의 절반정도의 재산은 남겨주어야 하며 어느 특정인에게만 몰아서 증여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민법의 기본정신이며, 이런 유류분제도는 어찌 보면 가화(家和)를 위하여 국가가 최소한도로 강제로 인정하는 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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