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적은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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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적은 조국
  • 박희윤 기자
  • 승인 2019.09.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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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이 된 조국의 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제257호=박희윤 기자] 진보 개혁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에 했던 발언과는 다른 모습들이 펼쳐지는 상황을 두고 한 네티즌이 “과거의 조국이 현재의 조국에 뭐라 할까”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시절부터 언론 기고문이나 저서, SNS 등을 통해 ‘정의’와 ‘공정’, ‘원칙’의 가치를 여러 차례 역설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위장전입, 위장매매 의혹에 이어 딸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온 가치와 실제 드러나는 모습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진보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그의 목소리들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덫이 돼버린 형국이다. 재조명되고 있는 조 후보자의 과거의 발언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살펴 본다.

2012년‘ 부익부 빈익빈’,‘ 10대 90 사회’를 비판하며 올린 조 후보자의 이 글은 7년 후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그의 딸 조 모 씨가 대다수 학부모와 고등학생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스펙’을 쌓고, 그 스펙을 활용해 유명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본인은 특권층의 혜택을 다 누리면서 많은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_조국 트위터 캡처)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들 ‘개천에서 용 났다’류의 일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10 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 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데 힘을 쏟자”

2012년 ‘부익부 빈익빈’, ‘10대 90 사회’를 비판하며 올린 조 후보자의 이 글은 7년 후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그의 딸 조 모 씨가 대다수 학부모와 고등학생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스펙’을 쌓고, 그 스펙을 활용해 유명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본인은 특권층의 혜택을 다 누리면서 많은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조 씨가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 ‘세계선도인재 전형’에 지원하며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살펴보면 조 씨는 자소서에 세 가지 주요 이력을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관심을 모은 건 소아병리학 관련 논문으로 한영외고 2학년이던 2008년 12월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작성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에서 혈관내비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란 제목의 영문 논문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학계에선 “고교생이 단기간에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 씨는 3학년이던 2009년 여름방학에는 아버지인 조 후보자가 재직 중인 서울대 한 교수의 지도로 물리학 관련 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가 숙명여대에서 개최한 ‘여고생 물리캠프’에서 조 씨는 ‘나비의 날개에서 발견한 광자 결정구조의 제작 및 측정’이라는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이 과제로 장려상을 받았다. 이 역시 자소서에 기재됐다.

하지만 조 씨가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열린 국제조류학회에도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인다. 이들 사례를 포함해 조씨가 고교 재학 중 여러 차례 인턴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나자 ‘스펙 끝판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유엔인권정책센터의 ‘2009 제네바 유엔인권 인턴십’이다.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가 모집한 이 프로그램은 2009년 1월 26일부터 2월 6일까지 12일 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등 유엔의 주요 인권 회의를 참관한 뒤 그 경험을 발표한 활동

이다. 해당 센터 공동대표인 서울대 사회학과 정 모 교수는 조 후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이 위원회에도 소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무부 인사청문회준비단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선발과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자소서에는 간단히 기재했으나 논문 원문을 제출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4월 19일 한 정치인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사진_조국 트위터 캡처)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19일 한 정치인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그의 딸 조 모씨가 고교 시절 2주가량 인턴을 한 뒤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났다. 조 씨는 한영외고 유학반 재학 시절인 2008년 충남 천안시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을 하면서 대한병리학회에 영어 논문을 제출하고 제1저자로 등재됐다. 또 공주대 인턴십에 참여했고 제3저자 자격으로 국제학술대회까지 동행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장학금 지급기준,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장학금 지급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등록금 분할상환 신청자는 장학금에서 제외되는 제도도 바꿔야 한다”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1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50% 낮춘 ‘반값등록금’ 공약을 시행했을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썼다.

장학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이 나올 당시 “정유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바로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철학이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은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뒤 성적 미달로 2차례 유급 했지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6학기에 걸쳐 200만 원씩 장학금 1200만 원을 받았다.

또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1년간 다니면서 한 과목을 수강한 채 802만 원의 전액 장학금을 지급 받았다. 학교 측은 조 씨가 받은 장학금은 ‘단과대의 추천’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지도교수를 비롯해 다른 교수들도 ‘장학금을 추천해 준 적도, 서명해 준 교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하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주게 돼 있어 부유한 조 후보자의 딸이 어떤 경위로 지급 받을 수 있었는지 논란이 불거졌다.

아울러 조 씨가 받은 장학금의 액수가 평균 관악회에서 지급하는 장학금 액수의 1.5배에 달하는 이유도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악회는 2014년 1명당 약 275만 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했는데, 조 씨는 이보다 1.5배 많은 401만 원씩 두 번 연속 지급 받았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조 후보자가 서울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0년에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외교부 특채 문제로 사퇴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는 “유명환을 비롯한 고위직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 어디선가 들은 우스개소리 하나 한다”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파리가 앞 발을 싹싹 비빌 때 이 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이에 내 말을 추가하자면 ‘파리가 앞 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 놈을 때려 잡아야 할 때이다’”

그는 글의 말미에 ‘퍽~~’이라고 파리를 때려잡는 듯한 의성어 표시도 했다. 유 전 장관에게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조 후보자는 이 글에서 “유명환 장관은 야당 찍은 사람은 북한 가라는 ‘충성’ 발언으로 장관직을 유지했지만, 결국 다른 데서 터지고 말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옷 벗는 것은 시간문제. 외통부 내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음서제’가 이번에 드러난 것은 다행”이라며 “MB 주변에는 ‘공정한 사회’에 반하는 인간만 득실거림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실 ‘신하’는 ‘주군’을 보고 따라하는 법이거늘”이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조 후보자 본인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조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딸이 한영외고 재학 당시 한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되는 등 입시 특혜 의혹에 휩싸인 것에 대해서 “아이 문제에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다”고 사과했다. 다만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26일 “지금 시중에는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국의 어떤 논리도 조국이 깬다고 하는 ‘만능 조국’과 같은 유행어까지 돌고 있다”며 “조 후보자가 내놓은 변명들을 과거 조국 자신의 글로 반박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당장 고위직들이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면서 파리에 빗댄 조 후보자의 과거 글이 화제”라며 “조 후보자가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했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같은 글을 거론하며 “앞으로 뭘 더 빨아먹을 게 있다는 얘기인지, 제가 다시 첨가해서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조국 후보자는“ 유명환 장관은 야당 찍은 사람은 북한 가라‘는충성’발언으로 장관직을 유지했지만, 결국 다른 데서 터지고 말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옷 벗는 것은 시간문제. 외통부 내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음서제’가 이번에 드러난 것은 다행”이라며“ MB 주변에는‘ 공정한 사회’에 반하는 인간만 득실거림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실 ‘신하’는‘주군’을 보고 따라하는 법이거늘”이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사진_조국 트위터 캡처)

“사람 무는 개가 물에 빠지면 구해주지 말라. 구해주면 다시 사람을 문다”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국정농단 사태 당시 조 후보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를 향해 썼던 트위터 글을 언급했다. 박 전대통령이 탄핵 논의가 진행되던 중에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하자, 조 후보자는 중국 작가인 루쉰의 문장을 인용해 “사람을 무는 개가 물에 빠졌을 때, 그 개를 구해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두들겨 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가 물에 나와 다시 사람을 문다”고 했다. 출구를 마련하려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하고, 탄핵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작금의 상황에) 아주 적절한 말”이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이미 드러난 조 후보자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 구속하고 빨리 수사하라”고 역공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

지난달 27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조 후보자가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언급한 SNS 글이 화제를 모았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3년 10월 21일 본인의 트위터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던 윤 총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언급한 것을 두고 조 후보자가 느낀 바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2년에도 법무부 장관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트위터 글을 올린 적 있다. 조 후보자는 “불법사찰의 ‘깃털’과 ‘꼬리’들은 증거인멸에 급급했다”면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즉각 물러가야 한다. 김윤옥 여사와 긴밀한 사적 인연이 있는 그가 장관으로 있는 한 철저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민정수석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권재진 전 장관은 철저한 수사를 위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면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검찰을 지휘하는 역할인데 관련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고려대, 서울대, 부산의료원, 그리고 가족이 투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코링크PE 사무실과 학교법인 웅동학원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7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장학금 의혹과 관련된 부산의료원장 임명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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