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 이전, 한국 금융경쟁력 추락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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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지방 이전, 한국 금융경쟁력 추락 심화”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9.09.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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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민병두·이용득 주최, 금융노조 주관 ‘국책은행 지방이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 민병두 정무위원장조차 “특정 지역 이해관계 치우치지 말아야”

- 발제자 “2020년 총선 앞두고 성과 내려는 단기 선호 추세에 따른 정치적 시도” 지적

- 기업은행 노조 “인프라 접근 제한으로 이어져 정부 배당 및 법인세 축소 초래할 것”

- 수출입은행 노조 “해외수주 경쟁력 약화, 정부 해외 원조정책 및 대북정책에도 차질”

[시사매거진=김성민 기자]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추락하고 있는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국책은행 지방이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과 이용득 의원이 주최하고 금융노조가 주관해 열린 이날 토론회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 움직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금융 분야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 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축사를 통해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논의는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말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인 발전상을 그려야 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국책은행 노조를 지부로 두고 있는 금융노조의 허권 위원장도 “부산을 제2금융중심지로 육성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국책은행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책은행 업무의 특수성을 이해한다면 지방 이전은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모아야 시너지가 발휘된다”면서 국책은행의 지방 분산 이전은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더 추락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는 서울의 경우 2015년 6위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14위, 22위, 33위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에는 36위로 낮아졌다. 부산은 더 심각해 2015년 24위에서 올해에는 46위까지 추락했다.

이런데도 국책은행 지방 이전 주장이 나오는 이유를 강 연구위원은 ‘정치’에서 찾았다. 공공선택이론에 따르면 국가와 정부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들도 사익이나 이기적인 동기에 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2020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단기 선호 추세가 강화되고 이에 따라 정책결정권자들이 무리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연구위원은 해외의 경우 금융중심지들은 자연적으로 형성, 발전됐으며 비자발적인 금융기관 이전으로 금융중심지를 만들려는 시도나 사례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요 국가들의 정책금융기관들 역시 수도나 제1금융중심지에 소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제2금융중심지로 지정돼 일부 금융기관들이 이전한 부산의 경우에도 대다수 국제금융회의들은 여전히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고 국제금융센터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등 “네트워크 효과와 집적 효과가 생명인 금융경쟁력 부문에서 낙후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이전을 전후해 인력들의 퇴사가 늘어나고 정규직 가족 동반 이주율은 2017년 기준 16.5%에 불과하다. 심지어 국민연금운용위원회조차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직후인 2017년 2월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주가 아닌 서울에서 열렸다고 그는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국책은행의 효율적인 정책금융 역할을 위해서는 지리적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방 이전을 재고할 것을 주문했다. 한반도 경제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국내 상장회사 중 72.3%가 수도권에 위치한 현실을 볼 때 국책은행의 인위적인 지방 이전은 오히려 금융경쟁력을 더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토론자로 나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의 김형선 위원장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300인 미만 사업체의 41.7%가 서울, 경기에 있고 중소기업 대출 잔액의 57.9%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며 “시중은행과 경쟁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인프라 접근 제한으로 이어져 정부 배당 및 법인세 축소, 중기 대출여력 약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입은행지부 신현호 위원장도 “수출입은행의 지방 이전은 해외발주처, 국제금융기구, 글로벌 IB 등과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수도권에 소재한 주요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단절시켜 우리 기업들의 해외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출입은행은 공적 수출신용기관으로서 업무특성상 사업심사, 대주단 협상 등을 위해 해외출장이 잦은데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주요 업무의 마비가 불가피하다”면서 “국내외 주요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에도 지장을 초래해 수출입은행이 기금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의 해외 원조정책 및 대북정책 이행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책은행의 본점 소재지 이전과 관련한 법 개정안이 4건 발의돼 있다. 이 중 김두관 의원안은 본점 소재지를 설립근거법에 명시하지 않고 각 국책은행의 정관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나머지 3건의 개정안은 모두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들의 지역구 소재지로 국책은행을 이전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정략적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이런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밀어붙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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