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예술은 진정한 자아를 찾는 작업이다
창작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작품작업의 고뇌와 숙고를 흔히 ‘산고(産苦)’에 비유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는 것은 기존의 모든 정형화된 틀, 길들여짐을 버려야 하는 작업이다. 블랙홀과 같은 의식의 늪에서 새로움을 길어 올리는 일은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자신에 대한 또 다른 발견, 즉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일이다. 특히 음악은 소리를 통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해 잃었던 꿈과 희망을 연상케 하는 무형의 예술장르이다.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찾아 담아낼 수 있어야 음악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경희대 음대 옥길성 교수는, 인간사의 희로애락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음악은 가장 대중적일 수 있으면서도, 가장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내면 깊숙한 곳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공통적인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음악을 작곡하면서 시를 쓰고, 아울러 인간에 대한 부분을 가장 가슴 와 닿게 선율에 담아내고자 하는 옥 교수의 뼈를 깎는 인고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바탕이 된 가슴 따뜻한 예술로 다가서고 있다.
창작은 내면적 세계를 선율로 담아내는 일
“자나 깨나 밥 먹는 것보다 음악을 하는 것이 더 좋은데 그게 팔자가 아니고 뭐겠습니까.”문화적 혜택이 비교적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에 바이올린을 시작으로 음악에 입문하게 된 옥길성 교수는 음악인으로의 길을 간단히 ‘팔자’로 정의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은 중학교 3학년 때 음악을 시작했다는 그는 음악감상실을 기웃거리며 음악적 식견과 청각을 키웠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창단 멤버기도 한 옥 교수는 서울KBS심포니,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해 오다 편협한 연주세계에 싫증을 느끼고 창작이라는 진로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곡가라는 새로운 음악인으로 2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 온 옥 교수는 창작을 하는 예술인으로서 포괄적인 시각으로 인생을 선율에 담아내고 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마요네즈’ ‘오! 수정’ 등의 영화음악을 만들기도 한 그는 2001년 ‘맨발로 하늘을 걷다’라는 타이틀의 뉴에이지 클래식뮤직 음반을 제작해 비정상적으로 관념화된 ‘뉴에이지’에 대한 상식의 틀을 깨기도 했다.
“작곡과 인간, 세상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될 때 비로소 창작에 대한 의미가 성립된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현상을 선율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이 가지는 내면적 세계를 담아내는 것이 진정한 작곡이 아닐까요”라고 말하는 옥 교수는 보편적인 정서와 멀어진 클래식 창작음악분야를 빗대 쓴 소리를 덧붙였다. 하프와 피아노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선율들은 무언가(無言歌)지만 그가 시로 덧붙인 글귀와 함께 한 권의 시집을 읽는 듯한 세계로 이끌고 있다. 그에게 있어 창작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과 같은 것이었다.
‘아, 밝달 사람들!’, 한국 얼의 초상들을 담아낸 명작
옥 교수가 2002년 붉은 악마에서 진한 감동을 받아 작곡한 ‘아, 밝달 사람들!’은 15개로 구성된 大 Cantata 모음곡이다. 약 4~5시간 정도로 구성된 이 작품들은 곡의 부제로 ‘한국 얼의 초상들’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한국인의 정신에 내재하는 한국 얼의 정서적 정체성을 깎아 세긴 한국인의 총체적인 초상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한국적임이 응축되어있는 작곡가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선택된 노랫말의 절반은 한국 고전시들 중에서 작가 미상 시들로서 나머지는 소외된 계층 사람들의 그늘진 정서 즉, ‘한’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연관되어 엮어진 가사들이다. 이 모음곡은 ‘천부경(天符經)’으로 시작하여 ‘기미독립선언서’로 끝나지만, 따로따로 선곡하여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독립된 15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옥 교수는 “이 Cantata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삶이라는 과정을 고통으로 겪어가야만 하는 불우하고 소외된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나의 겸허한 헌납입니다”라며 모음곡들에 대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04년 광복 6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자선음악회에서 곡의 일부인 ‘한산섬’ ‘아, 아!’ ‘기미독립선언서’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한국인의 정서인 ‘한’에 대해 심도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뿌리를 찾는 것이며, 모든 정서적인 것의 근본”이라 말하고 있다. 옥 교수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는 최근에 완성한 오페라 ‘유관순’이다. 우리민족의 어둡고 암울했던 자화상뿐 만 아니라, 인간 유관순의 기본적인 인권과 ‘한’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통해 좀 더 대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기도 하다.
문화개혁을 통한 21세기 문화세계 창조
“정서적인 교육의 하나가 돼야 할 음악이 진학을 위한 방편으로만 치부되고, 서양음악이라는 사대주의만 표방하여 정작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된장문화’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대를 흐르면서 현상은 변할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옥 교수는 음악이라는 순수예술이 ‘쟁이’가 아닌 ‘직업’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예술이라는 것이 자본에 의해 그 진가가 왜곡되기도 하지만, 예술에 대한 도덕성, 윤리의식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병’이라고 말하는 병폐가 만연한 한국사회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개혁’이라는 옥 교수는 이러한 개혁운동을 통해 국민의 정서를 정화시키고 윤리의식을 바로 잡는 길이라 말한다. 그리하여 음악적 운동이, 정화된 시민문화의 창출로 민족을 초월한 ‘의식개혁’을 통해 잠들어 있는 잠재력을 고취시키는 ‘깃발’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역사상 큰 지도자들이 국가의 쇄신과 개혁이 필요할 때는 항상 대대적으로 문화운동을 일으켜 국민을 움직이게 하고 이끌어간 예들이 역사에 나와 있습니다. 문화개혁은 그 개혁이 아무리 크더라고 다치지 않는 안전성과 그러면서도 국민의 생활과 사회의 바탕부터 쇄신, 정화시킬 수 있는 고차원의 혁명이 될 수 있습니다”라며 그 의의를 밝혔다. 그의 음악이 인고의 창작시간을 거쳐 영혼을 담은 선율로 태어나 우리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Tip. 작곡가 옥길성 교수의 ‘기미독립선언서’
‘아, 밝달 사람들!’의 15개 모음곡 중 하나인 이 곡은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에서 선포된 기미독립선언서 전문(全文)을 음악화 한 음악적 인권선언이다. 이 곡의 규모, 구조와 내용은 피카소의 ‘Guernica의 대학살’을 음악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 선언서는 한민족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위한 평등과 자주 독립을 위한 선언이며, 강자와 가진 자의 힘으로 지배와 억압에 대한 약자와 소외된 자들의 항변이기도 하다.
창작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작품작업의 고뇌와 숙고를 흔히 ‘산고(産苦)’에 비유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는 것은 기존의 모든 정형화된 틀, 길들여짐을 버려야 하는 작업이다. 블랙홀과 같은 의식의 늪에서 새로움을 길어 올리는 일은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자신에 대한 또 다른 발견, 즉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일이다. 특히 음악은 소리를 통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해 잃었던 꿈과 희망을 연상케 하는 무형의 예술장르이다.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찾아 담아낼 수 있어야 음악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경희대 음대 옥길성 교수는, 인간사의 희로애락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음악은 가장 대중적일 수 있으면서도, 가장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내면 깊숙한 곳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공통적인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음악을 작곡하면서 시를 쓰고, 아울러 인간에 대한 부분을 가장 가슴 와 닿게 선율에 담아내고자 하는 옥 교수의 뼈를 깎는 인고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바탕이 된 가슴 따뜻한 예술로 다가서고 있다.
창작은 내면적 세계를 선율로 담아내는 일
“자나 깨나 밥 먹는 것보다 음악을 하는 것이 더 좋은데 그게 팔자가 아니고 뭐겠습니까.”문화적 혜택이 비교적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에 바이올린을 시작으로 음악에 입문하게 된 옥길성 교수는 음악인으로의 길을 간단히 ‘팔자’로 정의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은 중학교 3학년 때 음악을 시작했다는 그는 음악감상실을 기웃거리며 음악적 식견과 청각을 키웠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창단 멤버기도 한 옥 교수는 서울KBS심포니,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해 오다 편협한 연주세계에 싫증을 느끼고 창작이라는 진로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곡가라는 새로운 음악인으로 2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 온 옥 교수는 창작을 하는 예술인으로서 포괄적인 시각으로 인생을 선율에 담아내고 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마요네즈’ ‘오! 수정’ 등의 영화음악을 만들기도 한 그는 2001년 ‘맨발로 하늘을 걷다’라는 타이틀의 뉴에이지 클래식뮤직 음반을 제작해 비정상적으로 관념화된 ‘뉴에이지’에 대한 상식의 틀을 깨기도 했다.
“작곡과 인간, 세상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될 때 비로소 창작에 대한 의미가 성립된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현상을 선율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이 가지는 내면적 세계를 담아내는 것이 진정한 작곡이 아닐까요”라고 말하는 옥 교수는 보편적인 정서와 멀어진 클래식 창작음악분야를 빗대 쓴 소리를 덧붙였다. 하프와 피아노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선율들은 무언가(無言歌)지만 그가 시로 덧붙인 글귀와 함께 한 권의 시집을 읽는 듯한 세계로 이끌고 있다. 그에게 있어 창작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과 같은 것이었다.
‘아, 밝달 사람들!’, 한국 얼의 초상들을 담아낸 명작
옥 교수가 2002년 붉은 악마에서 진한 감동을 받아 작곡한 ‘아, 밝달 사람들!’은 15개로 구성된 大 Cantata 모음곡이다. 약 4~5시간 정도로 구성된 이 작품들은 곡의 부제로 ‘한국 얼의 초상들’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한국인의 정신에 내재하는 한국 얼의 정서적 정체성을 깎아 세긴 한국인의 총체적인 초상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한국적임이 응축되어있는 작곡가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선택된 노랫말의 절반은 한국 고전시들 중에서 작가 미상 시들로서 나머지는 소외된 계층 사람들의 그늘진 정서 즉, ‘한’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연관되어 엮어진 가사들이다. 이 모음곡은 ‘천부경(天符經)’으로 시작하여 ‘기미독립선언서’로 끝나지만, 따로따로 선곡하여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독립된 15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옥 교수는 “이 Cantata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삶이라는 과정을 고통으로 겪어가야만 하는 불우하고 소외된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나의 겸허한 헌납입니다”라며 모음곡들에 대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04년 광복 6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자선음악회에서 곡의 일부인 ‘한산섬’ ‘아, 아!’ ‘기미독립선언서’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한국인의 정서인 ‘한’에 대해 심도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뿌리를 찾는 것이며, 모든 정서적인 것의 근본”이라 말하고 있다. 옥 교수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는 최근에 완성한 오페라 ‘유관순’이다. 우리민족의 어둡고 암울했던 자화상뿐 만 아니라, 인간 유관순의 기본적인 인권과 ‘한’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통해 좀 더 대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기도 하다.
문화개혁을 통한 21세기 문화세계 창조
“정서적인 교육의 하나가 돼야 할 음악이 진학을 위한 방편으로만 치부되고, 서양음악이라는 사대주의만 표방하여 정작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된장문화’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대를 흐르면서 현상은 변할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옥 교수는 음악이라는 순수예술이 ‘쟁이’가 아닌 ‘직업’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예술이라는 것이 자본에 의해 그 진가가 왜곡되기도 하지만, 예술에 대한 도덕성, 윤리의식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병’이라고 말하는 병폐가 만연한 한국사회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개혁’이라는 옥 교수는 이러한 개혁운동을 통해 국민의 정서를 정화시키고 윤리의식을 바로 잡는 길이라 말한다. 그리하여 음악적 운동이, 정화된 시민문화의 창출로 민족을 초월한 ‘의식개혁’을 통해 잠들어 있는 잠재력을 고취시키는 ‘깃발’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역사상 큰 지도자들이 국가의 쇄신과 개혁이 필요할 때는 항상 대대적으로 문화운동을 일으켜 국민을 움직이게 하고 이끌어간 예들이 역사에 나와 있습니다. 문화개혁은 그 개혁이 아무리 크더라고 다치지 않는 안전성과 그러면서도 국민의 생활과 사회의 바탕부터 쇄신, 정화시킬 수 있는 고차원의 혁명이 될 수 있습니다”라며 그 의의를 밝혔다. 그의 음악이 인고의 창작시간을 거쳐 영혼을 담은 선율로 태어나 우리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Tip. 작곡가 옥길성 교수의 ‘기미독립선언서’
‘아, 밝달 사람들!’의 15개 모음곡 중 하나인 이 곡은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에서 선포된 기미독립선언서 전문(全文)을 음악화 한 음악적 인권선언이다. 이 곡의 규모, 구조와 내용은 피카소의 ‘Guernica의 대학살’을 음악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 선언서는 한민족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위한 평등과 자주 독립을 위한 선언이며, 강자와 가진 자의 힘으로 지배와 억압에 대한 약자와 소외된 자들의 항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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