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책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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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책대결
  • 편집국
  • 승인 2007.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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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이명박 VS 민주신당 정동영, 정책도 대립각
경제,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보수-개혁 입장 대변, 가치관 강조
대통합민주신당이 정동영 전 의장을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와 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의 2강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까지 정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돌파하지 못하는 부진함을 보이고 있지만 민주신당측은 다각도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부산한 모습이다. 정책면에 있어서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의 정책과는 대립되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대결구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요 논란거리를 둘러싼 양측의 의견차는 두 후보의 가치관이 그대로 배어있다는 점에서 가치·이념대결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금산분리 완화를 내걸었다.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산업자본의 (금융업) 참여를 봉쇄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산업자본의 무한한 투자와 경쟁의 자유를 주창해온 이 후보로선 당연한 선택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재벌·금융정책의 뼈대를 이루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립되는 공약. 이를 놓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간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이 문제가 대선정국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차원을 넘어 재벌정책의 시금석인 동시에 두 후보의 경제관이 상징적으로 부딪치는 대목이어서 향후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산분리 놓고 뜨거운 논쟁 중
정 후보는 지난 10월 19일 오전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여 “이 후보가 어제 매경 지식포럼에서 금산분리를 해제해야 한다면서 론스타의 예를 들어 자기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며 “신당이 견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은 엄밀히 말해 은산(銀産·은행과 산업)분리로, 은행과 자본의 분리는 차별화된 성장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어 “지금은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자금경색이 될 경우 은산분리 해제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게 서민과 중소기업”이라며 “10년 전에 일부 재벌사들의 금융사, 종금사 사금고화가 금융위기를 부른 게 생생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하면 미국과 영국이 최고 선진국인데 그 나라들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느닷없이 은행을 재벌들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 불순한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보며 이 부분을 단호히 거부하고 배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성급한 편 가르기 정치공세만 펴고 있다”며 “현재와 같이 경직적인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할 경우 산업자본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등과 같은 대규모 펀드도 은행주를 소유하지 못할 경우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나 대변인은 “이런 경직적인 법을 계속 가져가면 외국계 펀드나 자본은 마음대로 우리 금융기관을 소유하는데 우리나라 기관투자가들은 발목이 묶여 국부가 무방비 상태로 유출될 것”이라며 “국부유출을 눈으로 보면서 재벌이 무서워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우리의 국부를 지키게 하고 재벌의 참여조건을 강화할 것인가를 국민들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금산분리를 고집하는 것은 외국인에 비해 국내 자본을 역차별하는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하면 결국 외국금융기관만 편들어주는 것”이라면서 “외환위기의 발단은 재벌의 종금사 소유가 아니라 정부의 외환관리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금산분리 원칙은 지킨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이 부분을 바꾸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경제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 답변에서 “은행부문에 산업자본이 참여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한은은 이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외국의 경우 법률로 산업자본의 은행 참여를 제한한 국가도 있고 법률로 제한하지 않는 국가도 있지만 법률로 규정해놓지 않은 국가에서도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참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재계, 대선주자 금산분리 논쟁에 긴장
금산분리를 놓고 벌어진 정치권의 치열한 논쟁에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금산분리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재계가 10년째 완화를 요구해온 대표적인 기업규제 사례.
재계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글로벌 적대적 M&A 가속화 등 급변하는 기업환경을 감안해 하루속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산분리에 따른 국가경제의 실익 분석 등 생산적 논의보다는 ‘기업편향적 정책, 특정기업 몰아주기’라는 주장으로 일부 대선주자들이 대선용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세계무대를 뛰고 있는데 금산분리는 여전히 좁은 시각에서만 이해되고 있다”면서 “금산분리 문제가 대선 표를 의식한 국민 편가르식 논쟁으로 흘러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독일이나 일본은 적대적 M&A 방어차원에서 금융과 기업 간의 상호주 보유가 활발하다”면서 “(정부가 금산분리가 돼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에서도 산업과 금융의 협력이 실질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OECD 국가 중 가장 엄격한 금산분리 정책, 산업자본의 2금융권 진출제약, 금융과 실문부문간 공조체제 불가, 국내 민간자본 소유 은행 부재 등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금산분리의 원점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상의는 또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전면허용그룹(영국 등 14개국) ▲사전승인부 허용그룹(일본 등 7개국) ▲사실상 금지그룹(미국 등 7개국) 중 규제강도가 가장 심한 ‘사실상 금지그룹’에 속한다는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개혁과정에서 은행경영의 건전성과 금융감독장치가 크게 강화됐다”면서 “산업계의 풍부한 유동성과 글로벌 경험을 금융에 접목시켜 산업과 금융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사금고화 우려’에 대해서도 “금융산업은 금융감독장치와 준법감시인제도, 이사회 제도 등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경영 독립성이 확립돼 있기 때문에 기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전경련도 금산분리를 시급히 완화해야할 기업규제로 지목했다. 은행, 비은행 구분하지 않고 금융기관이 같은 그룹 내의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2일 ‘금산분리 논의의 쟁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1982년 이후 견고하게 유지돼 온 금산분리법을 유연성 있게 완화해 산업자본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에 맞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통한 성장 VS 차별없는 성장
금산분리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이 다른 만큼 경제 정책 전반이나 민생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와 정 후보는 반대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와 성장동력 확보 등 민생 문제가 대선 화두로 자리잡은 결과다. 금산분리·교육 등에 대한 구체적 정책공약을 통해 이 후보는 자율과 경쟁을 통한 ‘고성장시대 재현(신발전체제론)’을, 정 후보는 공정경쟁과 복지를 강조한 ‘차별없는 성장’을 내세웠다.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내 두 가지 시각과 해법 차이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가치·이념 대결’ 양상도 포함됐다.
내용적으로는 이 후보의 ‘성장 담론’에 맞서 정후보가 ‘양극화 담론’으로 차별화에 나선 구도다.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한 이후보로선 “성장이냐 분배냐”의 질문을, 정 후보는 “따뜻한 경쟁이냐, 무한경쟁이냐”의 선택을 던지는 셈이다. 정후보가 기자회견에서 5대 미래가치로 ▲행복한 가족 ▲넓고 많은 기회 ▲차별없는 성장 ▲약자·소수자의 통합 ▲한반도 평화를 제시하면서, 이 후보에 대해선 정글자본주의·교육양극화·재벌경제·약육강식 20대80 사회·대결주의 냉전노선이라고 비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본격적인 발화점은 ‘금산분리’ 문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역설해온 이 후보로선 금산분리를 투자활성화를 막는 대표적 규제로 간주한 것이다. 정 후보는 즉각 “금산분리 해제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과 중소기업”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질을 더욱 강화하는 ‘재벌 편들기’라는 공세다.
부동산 해법의 경우 이 후보는 “공급정책을 통한 시장가격 안정”을 제시했다. 참여정부의 규제 위주 수요억제책이 시장을 왜곡했다는 논리에서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은 그 연장선이다. 반면 정 후보는 “원칙을 흔들면 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종부세 등 정책기조 유지를 강조했다. 이 후보의 해법은 부동산의 공공재적 성격과 난개발 우려를 도외시한 ‘부자 정책’이라는 비판도 내놨다.

교육 분야 정책서도 팽팽한 대립
대학 입시와 사교육비 등 교육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교육 문제에서도 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9일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 본고사·고교등급제 금지 폐지 등 사실상 고교평준화 폐지를 의미하는 논쟁적 공약을 발표했다. 인재양성을 위한 ‘경쟁·자율’을 강조한 것이다. 정 후보는 지난 10월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군·구별로 우수 공립고를 지정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평준화의 해제는 곧 입시지옥의 부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가 다양성과 수월성을 강조하며 평준화를 완화하는 방향의 교육 정책 공약을 내놓은 반면 정동영 후보는 교육 양극화가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평준화 완화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교육을 정상화해 인재대국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경쟁력”이라며 “지금과 같은 하향평준화 정책으로는 인재 양성도, 교육 선진화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적극 지원하는 선진국 사례를 들며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 등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등학교 교육을 다양화하는 게 ‘부자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며 “진정한 교육복지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다”며 “30조 원 이상인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 역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8년 한 해를 교육혁명을 위한 사회적 대 협약의 해로 선포할 것”이라며 “1년간 준비하고, 2년간 시행계획을 짜서 2011년을 교육혁명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미국이 세계 최강이 된 것은 교육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 줬기 때문”이라며 “중·고생을 수능·내신·논술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해방시키고 대학을 경쟁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바꾸며 교육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 후보가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특별학교를 300개 만든다고 했는데 결국 대학입시제를 부활하고 평준화를 해체해 교육 양극화로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정글사회로 가는 교육 정책을 택할지, 그렇지 않을 건지에 대해 12월에 심판받고자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체제 시각차 커
대북정책에선 북한체제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정 후보가 경협 확대를 통한 북의 변화에 무게를 싣는다면, 이 후보는 ‘개혁·개방’을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의 “김정일 위원장은 실패한 지도자” 정 후보의 “김 위원장을 상대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 측의 남북문제는 무엇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북정책의 전제조건은 북한의 핵 폐기다. 안보 위기가 해소돼야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맹목적 퍼주기는 하지 않겠다는 상호주의 원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대북정책의 큰 그림은 ‘비핵·개방·3000’ 구상과 최근 발표한 ‘신한반도 구상’에 담겨져 있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하면 국제사회와 함께 포괄적 지원을 해 개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로 이르는 수준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신한반도 구상은 ‘비핵·개방·3000’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북한이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한다면 남북경제공동체 협력협정을 체결해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경협도 일방적 지원에서 투자개념으로 전환하고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인력을 결합시켜 ‘윈-윈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MB 독트린’은 전략적 대북정책과 한·미 동맹 강화, 아시아 외교 확대 등이 골자다.
정동영 후보는 ‘평화가 돈이다’라는 정책 캐치프레이즈를 들었다. 정 후보가 지향하는 남북 관계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 선순환 구조다. 그는 이를 위해 2008년 상반기 제주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협정 및 군축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이 국제 사회에 등장할 수 있도록 북미, 북일 수교를 적극 지원하고 아시아 개발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을 뒷받침한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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