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다양해진 직업병, 직장인 80%이상 직업병에 시달려
어떤 특정직업에 종사함으로써 근로조건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질환, 즉 직업병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으로 그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누구든지 이환될 가능성이 있는 질환인 만큼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업무에서부터 생활 속 직업병까지 그 종류와 증상도 다양해 현재 자신이 안고 있는 직업병은 무엇인지 꼼꼼히 체크해 직업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
직업병은 일정한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작업조건이나 작업방법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다시 말해 직업을 갖기 전에는 없었는데 일을 하면서 그 일과 관련되어 발생한 질병을 말한다. 잘 알려진 직업병으로는 탄광부에서 발생하는 진폐증이나 심한 기계소음이 나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성난청, 제련공장의 납중독이나 레이온공장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다 발생하는 이황화탄소중독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직업병은 그 병의 특성상 어떤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가진 모든 근로자에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산업이 발달하고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면서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직업병들이 생겨나고 있다.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등 원인도 다양해
직업병은 작업자의 자신의 조건과 작업환경과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작업자 자신의 조건은 근로시간·작업자세 등과 근무시간 외의 생활, 수면시간, 자유시간의 이용방법, 식사의 영양 등에 넓게 미치는 일상생활의 상태를 말하며 환경조건은 업종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서 발생하는 직업병은 다종다양하지만 개인의 저항력에 대한 근로 정도가 발생에 관계한다. 직업병은 발생상태 또는 성질에 따라 시간적으로 명확한 재해에 의해 발병된 재해성 질환과 재해에 의하지 않고 업무상 취급하는 원료, 중간산물, 또는 제품 자체가 가지는 독성 및 작업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분진·가스 등에 의해 급성 또는 만성으로 발생하는 좁은 뜻에서의 직업병으로 나눌 수 있다.
직업병은 그 발생원인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물리적 환경에 의한 직업병으로는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일한 근로자의 청력손실, 냉동창고에서 일한 근로자의 말초혈관의 장해, 잠수부들의 잠수병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진동작업의 진동신경염, 방사선 피폭에 의한 피부염과 백혈병과 같은 종양, 비전리방사설에 의한 질병 등이 있다. 이러한 물리적 인자에 의한 직업병은 여전히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질환으로 소음성 난청의 경우 가장 많이 보고 되는 직업병이다. ▲화학적 인자에 의한 직업병으로 납, 수은, 카드뮴, 망간, 비소, 크롬 등 중금속에 의한 중독, 벤젠, 톨루엔, 트리클로로에틸렌, 신너 등 각종 유기용제에 의한 질병이 있고 분진에 의한 규폐증, 탄광부 진폐증, 석면폐, 용접공폐 등이 있다. ▲생물학적 인자에 의한 직업병으로 병원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에서 발생하는 여러 감염성 질환, 옥이작업자에서 발생한 쓰쓰가무시병 등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최근 들어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접근이 많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야기되는 스트레스, 과로나 적응의 문제로 인해 생겨나는 다양한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 정서적 병적인 반응 양상들이 직업병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업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직업병으로는 장시간 근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 등이 있으며 작업자세에 따라 작업성요통, 수근관증후군, 회전근개염, 외상과염 및 건초염과 같은 근골격계질환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직업병, 종류와 증상도 가지각색
대전 정부청사 국가기록원의 보존복원처리사들 대부분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이고 종이를 들여다보니 시력저하, 목·허리 디스크 등 직업병도 가지가지다. 무거운 물건을 늘 옮기다 보니 손목 관절염은 물론, 오래된 종이의 균으로 피부질환도 잘 걸린다.
스포츠센터에서 12년째 수영강사로 일하고 있는 유영준(39) 씨는 늘 감기를 달고 산다. “물속에서 체온을 뺏겨 저체온증에 시달리기 때문이죠”라고 말하는 유 씨는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킨스쿠버용 잠수복을 입지만 역부족이다. 저체온증으로 심장에 흐르는 혈액의 온도인 중심 체온이 35℃이하로 내려가면 심장·뇌·폐 등의 기능이 떨어져 몸의 저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물리치료사 홍지균(33) 씨는 “물리치료사 일을 마치고 나면 허리와 어깨가 결리고 아프다”고 호소한다. 물리치료를 하다보면 무리한 자세를 많이 취하고 과도하게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일하는 최모(26) 씨는 지점에서 근무하며 돈을 많이 세다 보니 손가락 끝이 갈라지고 습진처럼 짓무르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핸드크림을 바르며 참는 게 보통이지만 심한 경우 병원을 찾기도 한다.
교사 생활 10년째에 접어든 김모 씨는 기관지 관련 질환들을 달고 산다. 또 하루 종일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허리나 다리의 근육통 등으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산업의 발달과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직업병
이처럼 직업병은 산업의 발달, 생산기술의 변혁에 따라 직업병의 발생형태가 변하고 직업병의 분류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직업병의 증세도 일반 질병과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그 질병과 직업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에 의해 진단된다.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진폐증은 이미 1954년 석탄 공사 장성광업소 광산 근로자중에 탄광 진폐증이 처음으로 보고 되어 1956년 직업환경조사반이 직업 환경을 조사했고, 1957년에 이들에 대한 일부 보상이 실시되면서 직업병으로 인정되었다. 또한 1974년 고무신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에게서 노말핵산에 의한 다발성 신경염이 보고 되었고 1981년에 처음으로 원진 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자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며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다. 이외에도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중요하게 발생한 직업병으로는 진동공구 사용자의 레이노증후군, 잠사종업웝의 피부질환, 방직공장 근로자의 면폐증, VDT작업자의 경견완증후군, 카드뮴 중독, 형광등 제조공장에서의 주은중독 등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에 이르기까지 직업병이 다양화되고 확장되었으며 1996년 이후 직업병 감시체계의 도입으로 그동안 건강진단을 통해 진단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피부질환, 근골격계질환, 천식 등 다양한 직업성 질환들이 보고 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재해 발생 보고서를 보면 급식 조리사가 피부염에 걸린 경우, 카메라 렌즈 조립사의 오십견, 용접공이 망간과 중금속에 노출돼 파킨슨병에 걸린 경우 등이 새로운 직업병으로 판정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 용양팀 전홍덕 차장은 “신종 직업군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직업병으로서의 판정이 가능하다”라고 말하며 “예를 들어 수영 강사의 저체온증과 은행원의 돈독 오른 손가락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직업병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신종 직업 베이비시터들은 아기들을 보느라 허리며 어깨 등이 뻐근하기 일쑤다.
전문의들은 “4~5㎏되는 아기들을 몇 번씩 안았다 내려놓는 일을 반복하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만약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 계속된다면 ‘척추관 협착증’이나 ‘디스크 초기’증세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농촌진흥청이 지난 1년 동안 전국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농사일과 관련된 질병을 조사한 결과 84.4%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허리가 54.3%, 다리가 53.8%, 어깨가 44.5% 순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질환도 남자 39.6%, 여자 38.9%로 전국민 평균치인 남자 15.6%, 여자 12.7%보다 배 이상 높았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30일 경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구미시 해평면 오상리 마을 주민 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7명(66%)이 근골격계 질환을, 30명(54.6%)이 고지혈, 25명(44.6%)이 비만, 14명(25%)이 고혈압, 4명(7.2%)이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의 김진석 교수는 “농업인의 직업병은 농부증, 비닐하우스병, 근골격계질환, 담뱃잎, 농부병, 쓰쓰가무시병이나 브루셀라증 등의 감염병, 호흡기질환, 천식 등으로 무리한 농사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직장에서의 정기적인 직업병 진단 필요
이처럼 기존에 보고 된 직업병 외에 산업의 발전과 시대에 따라 직업병의 종류도 다양해져 일반인들이 직업병을 진단하기란 난해하고 어렵다. 때문에 직장 내에서의 근로환경 조건을 상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개체의 조건에 따라 증세의 정도의 차가 있기 때문에 의문이 있을 때는 같은 직장에 있는 자를 검사하여 조기발견에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개개인의 건강할 때의 상태를 기초 자료로 하여 질병으로서 표면화되기 이전의 건강상태로부터 이상상태로의 추이를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직업병 진단이 필요하다.
만약 직업병 진단을 받아 요양치료를 할 경우 치유 될 때가지 공단이 설치한 보험시설 또는 지정의료기관에서 요양을 할 수 있다. 또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가 요양 후 치유되었으나 정신적 또는 신체적 결손이 남게 도는 경우 그 장해로 인한 노동력손실전보를 위해 공단에서는 장해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에 걸린 근로자가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하면 그 기간에 대해 공단에서는 피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보호를 위해 평균임금의 70/100을 휴업급여로 지급하며 직업성 질병으로 사망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인정을 받으면 근로복지 공단은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유족들의 생활보장을 위해 유족보상금을 지급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 연구센터 김태균 연구원은 “직업으로 인해 병을 얻었다고 생각이 들면 개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우선 근로복지공단에 심의를 신청하는 게 좋다”며 “이를 통해 직업병으로 인정되면 치료를 위한 휴직이 가능하며 임금의 70%가 지급 된다”고 말했다.
사무직 직장인 80% 이상 직업병에 시달려
최근 들어 컴퓨터로 인해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사무직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년 넘게 전화국 직원으로 근무하는 박모(36) 씨는 어느 날 목이 뻐근하고 어깨에서부터 시작되는 통증에 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 병원으로부터 ‘경견완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은행원 김모(32) 씨는 자고 일어나서도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따가움을 느끼는 등 안과 질환에 시달려 결국 안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 ‘VDT증후군’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질환판정을 받았다.
대표적인 ‘DVT증후군’은 모니터를 이용해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이 중 경견완장애는 과다하게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함으로써 손목과 팔, 어깨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VDT증후군에 걸리게 되면 우선 눈의 피로와 두통, 속이 더부룩함, 목·어깨·팔 등에 통증이 오는 것이 보통이다. 이 중 컴퓨터의 전자파와 미세한 X선의 방출로 인해 가장 먼저 눈과 손목에 영향을 받는다. 눈에 피로감과 통증, 그리고 일시적인 근시 등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또 잘못된 자세로 키보드 작업을 오래하면 팔목에 무리가 오고, 심하면 ‘팔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질환으로까지 악화돼 영구적인 팔목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DVT증후군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해 직업병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1998년 65건, 1999년 139건, 2000년 42건이 산재로 승인 받았다.
한편, 사무직인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851명을 대상으로 직업병 여부를 조사한 결과 82.3%가 ‘있다’고 응답했다. 직업병 종류로는 거북이처럼 목이 앞으로 구부러지는 ‘거북목 증후군’이 64.1%로 가장 많았고 ‘팔목터널증후군’이 56.4% 눈의 피로가 42.7%, 어깨 결림이 42.1%, 소화불량이 35.1%, 두통이 20% 순으로 나타났다.
거북목증후군의 경우 오랜 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나타는 질환으로 머리가 앞으로 향한 꾸부정한 자세가 계속되면 척추 윗부분이 스트레스를 받고 목 뒷부분의 근육과 인대는 늘어나게 된다.
질환에 따른 직업병, 이렇게 관리하자
직장인의 대표적인 직업병 거북목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게 올리고 자신의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을 두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귀를 어깨 쪽으로 향하게 한 후 10초가량 가만히 있거나 손으로 머리를 아래로 가볍게 당기는 동작들을 두 번씩 번갈아 가면서 하면 된다.
또한 ‘VDT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눈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방법으로 눈알을 아래, 위, 안쪽, 바깥쪽으로 돌려주는 것이 좋다. 또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고 피고, 입술을 이리저리 일그러뜨리는 것으로도 나름대로 논의 피로를 풀 수 있으며 가끔씩 찬 물수건을 눈 위에 얹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컴퓨터의 사용으로 인해 생기는 경견완장애나 팔목터널증후군은 단순한 반복 작업으로 인해 특정 부위의 근육과 힘줄이 과다하게 사용되어 생기는 질환으로 이런 경우 작업 중간 중간에 자주 쉬면서 손목, 어깨 등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15분에 한번씩 30초~1분가량 손목을 가볍게 꺾는 방법도 도움이 되며 가끔씩 체조를 하는 것도 좋다.
이상헌 고대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무직 근로자는 일을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에 10분 정도 가볍게 스트레칭 하는 것이 좋다”며 “목, 손목 등의 통증은 근육이 약한 사람일수록 잘 생기는 만큼 평소에 수영과 헬스 등으로 꾸준히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루 종일 하이힐을 신고 서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꺾이는 ‘발 변형증’과 ‘무지반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전문의들은 “하이힐의 경우 체중의 몇 배에 해당하는 무게가 발가락 앞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변형이 생긴다”며 “다른 발가락까지 함께 구부러지게 될 뿐 아니라 다른 부위의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걸음걸이에도 문제가 되며 이 경우 발목이나 무릎, 고관절에 염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허리까지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하이힐을 신고 오랫동안 서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경우 쉬는 시간이나 업무 외 시간에는 편한 신발로 갈아 신는 것이 좋다. 구두에 하이힐용 깔창을 대어 발가락이 받는 충격을 발바닥으로 분산시켜 주는 것도 좋으며 발가락을 벌렸다 오므렸다하는 발가락 스트레칭도 발의 피로를 덜어주는데 좋다.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신체검사, 작업환경의 개선, 작업방법의 합리화 등으로 사전 주의가 필요하며 작업자에게 보건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