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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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성형
  • 글/김영란 차장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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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 외모도 경쟁력이다
남녀불문 성형 열풍, 외양보다는 내면 성형에 더 충실해야

최근 한 구인구직 포탈에서 구직자 1,023명을 대상으로 취업 성형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외모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고 대답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외모를 뜯어 고치는 일은 당연한 과정이라는 의식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이들의 주장을 차지하기엔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다. 단순한 미(美)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의 취업 성형은 남녀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외모도 경쟁력, 취업을 위한 성형 열풍 잇따라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설문조사에서 취업 희망자 10명 중 7명이 올해 취업시장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예견하는 응답을 내놨다. 좀처럼 회복될 줄 모르는 경기 속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의 ‘취업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상황보다도 더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취업에 대한 압박감과 치열한 경쟁은 구직자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 우울증, 소화불량, 불면증, 두통 등의 취업병까지 야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취업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전략들은 안타까움마저 자아내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모범생으로 다양한 자격증을 갖추고 취업을 준비 중인 K 양(23)은 최근 심리적인 갈등이 큰 상태다. 높은 토익 점수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경력도 다소 쌓은 상태여서 나름대로 자신감에 들 떠 있던 그녀가 취업 때 마다 고배를 마신 것은 면접 때였다. 그러다보니 그다지 출중하지 않은 얼굴에 단신이었던 자신의 외모에 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회화실력이나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해 주다가도 면접관이 외모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요. 그 예감에 못지않게 결과도 안 좋았구요.” K 양은 좀 무리하더라도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할까 고려중이다.
이러한 사례는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한 매체에서 여성의 외모와 취업과의 상관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전체의 92.2%, 미취업 여성의 94.2%, 각 기업체 인사담당자의 78%가 외모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한 것을 보면 취업에 있어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성형을 한다면 가장 하고 싶은 부위에 대해서는 눈, 지방흡입, 턱, 코, 기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모 취업사이트 담당자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겉모습을 바꾸는 ‘취업성형’이라는 말이 이젠 자연스러운 것이 현실”이라 전했다.
이러한 취업성형에는 단지 여성만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30번 이상 성형을 한 남성이 소개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잘생긴 외모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는 의견들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면접의 당락을 좌우하는 ‘첫인상’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어 취업을 준비하는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관상 성형’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목구비의 생김새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에서 풍기는 호감도에 따라 면접의 당락이 결정지어 진다는 의견들이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성형 전문의들의 말에 따르면, 취업을 목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수십 퍼센트에 달하며, 졸업반 전에 미리 취업 성형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한다. 취업 성형을 위해 내원한 사람들은 주로 얼굴 전체 이미지를 바꾸는 귀족 성형과 페이스(얼굴) 리모델링을 선호하는데, 그 외에도 손금 성형, 목소리 성형, 치아·잇몸 성형, 귀 성형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위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취업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몸에 과감히 메스를 대는 거침없는 성형으로 인생 전환을 꿈꾸는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일부 시대비평가들은 “능력에 앞 서 외모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우리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투시하는 일”이라며 사회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외모가 ‘경쟁력’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는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과연 시류로만 생각해야 해야 하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외모지상주의 세태를 반영하는 우리사회의 자화상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표현을 외모에 비유하면서, 겉모양의 아름다움을 부추기는 것도 현실의 문제점이다. 겉모양이 사람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것은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대중매체를 봐도 팔등신의 늘씬하고 예쁜 여성 연예인들의 모습과 몸짱·얼짱으로 부러움을 받고 있는 남성 연예인들의 모습은 외양적인 것이 곧 능력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부각은 상업적 소비심리 확산을 위한 경제적인 부분과도 지나치게 잇닿아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미(美)라는 것이 모든 생활에서 플러스적인 요인으로 인식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는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늠하게 한다고 믿게 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루키즘(Lookism)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모가 결혼·연애 등의 사생활은 물론 취업·승진 등의 사회생활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모를 가꾸는데 더욱 시간과 돈, 노력을 들여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성형이라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 구직자들 중 15%가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았고, 그 통계를 넘는 이들이 이후에도 수술계획이 있다고 하니 면접장에서 대면하는 그들의 모습은 철저히 가꾸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성형이 예전에는 신체적 기형이나 사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아름다워지기 위한 수단으로 바뀐 셈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좀 더 이미지를 좋고 나아지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가꾸고 디자인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개성이 무시되고 유행처럼 되어버린 성형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성별을 벗어나 미(美)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성형은 점차 유행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을 잘 다듬고 외양마저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그 사람의 노력이자 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양적인 것에만 몰입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내면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경시할 수도 있게 된다. 취업이 잘 안된다고 해서 그 것을 단지 외양의 탓으로만 돌린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잘 다스린 사람에게선 외적인 아름다움 이상의 미(美)를 느낄 수 있다. 단정한 인상과 깔끔한 맵시, 말솜씨 등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기본적인 인성을 갖춘 가운데 좋은 외모도 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무조건 외양적인 부분만 인식하는 성형은 지양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질 수 있도록 자기 내면 성형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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