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위기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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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위기론 대두
  • 취재/강미선 기자
  • 승인 2007.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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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언어 사용, 위기의 한글 오염 시대
빛나는 민족 유산 훈민정음, 세계의 길로 나아가야

언어는 그 나라의 정체성과 개방성을 담보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은 한글을 두고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극찬했다. 또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전 세계 언어의 순위를 매긴 일이 있는데 한글이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로 이미 여러 나라에서 검증 받은 바이다.

하지만 정작 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은 별반 크지 않아 안타깝다. 인터넷에서는 문법이 파괴된 글이 난무하며 외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한글의 존엄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게다가 언론을 비롯한 매스컴에서도 잘못된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문제다. 한글의 정체성을 찾고, 나아가 한글이 세계의 길로 뻗쳐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로 창립 99주년을 맞는 한글 학회는 험난했던 우리의 지난 역사동안 외세 속에서도 한글을 순수하게 지키며 그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 힘써 왔다. 지난 3월에 ‘한글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승곤 교수를 만나 우리 한글이 걸어온 자취를 되짚어 보며 반성과 재발견의 뜻을 담아 한글의 현주소와 과제를 점검해보았다. 나아가 세계의 길로 뻗어나가기 위한 방법도 함께 모색해 보았다.



한글 위기론 대두 “우리말을 잘해야 외국어도 잘 할 수 있어”
말과 글은 그 겨레의 얼이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따른 외국어 교육 열풍으로, 또 빠르고 편리한 통신 언어가 일상으로까지 번지면서 한글 훼손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 이르렀다. 따라서 우리 한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조차 의심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본토 발음을 배운다고 영어 조기교육을 떠나는 어린이가 많고 대학마다 영어로 강의를 하겠다고 한다. 영어마을도 앞 다투어 늘어가고 있다. 무분별하게 영어 천지가 되는 일은 국적상실의 언어교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한글 위기론에 대해 김승곤 교수는 “고유한 우리말이 줄어들면 고유한 우리 어휘도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사상발표를 온전히 할 수 없게 만들며 국민정신을 쇠퇴하게 만듭니다. 결국 우리말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를 배우기 위한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데, 우리말을 잘해야 외국어를 잘할 수 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말을 모르면 외국 서적 번역에도 지장이 있으며 나아가 서양 문화 수입에도 지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며 한글 위기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또 “제주도 영어 특구지정에 수천억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글 투자에도 예산을 충분히 줘야 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 언어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세계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들을 우리 정부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우수한 우리 한글을 만들려는 투자가 더욱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한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관심을 요구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인터넷 통신 언어가 일상 언어와 혼재 되어 사용되며, 대중 매체 속 잘못된 한글 사용으로 인해 언어의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신속하고 간편하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저속한 언어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못된 것을 알고 사용하는 것인지, 모르고 사용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바랍니다’를 ‘바라겠습니다’로 사용한다거나 ‘감사합니다’를 ‘감사드립니다’로 하는 것은 잘못된 언어 습관입니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대중매체에서도 잘못된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문제인데 국민의 언어습관에 영향을 많이 줄 수 밖에 없는 방송매체나 언론 매체에서 더욱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도록 노력해야합니다”라고 말했다.



일제의 탄압, 6 .25 전쟁의 역사 속에서도 한글 지켰던 선조의 본받아야
한글학회의 초시가 되는 ‘국어 연구 학회’는 1908년 주시경 선생과 김정진 회장 아래 창립되었고, 그 이후 조직을 넓혀가며 한글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힘써왔다. 하지만 한글학회는 창립 되고 나서 채 몇 년 지나지 않아 일제 침략이라는 불운을 겪어 위기를 맞는다. 일제의 탄압과 한글 말살 정책을 폈던 위기 속에서도 한글 학회는 우리글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노력을 계속 전개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조선어 학회’는 일본으로부터 회원과 직원들이 모두 구속되는 “조선어 학회 수난”을 겪어야 했다. 이 사건으로 어쩔 수 없이 학회의 모든 일이 중단 되었으며 한글 보급에 앞장 서 왔던 이윤재 선생과 한징 선생이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어 1945년 많은 역경 끝에 드디어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 ‘조선어 학회 수난’에 관계되어 고생하던 모든 회원이 풀려났다. 풀려난 이들은 다시 한글 보급을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국어 교재 편찬이 시작되었다. 현재 ‘한글 협회’ 회장인 김승곤 교수는 “‘조선어 학회 수난’과 ‘국어 교재 편찬’은 큰 업적입니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며 국민들에게 보급하고, 우리의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한 분들의 숭고한 뜻을 지금 우리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일제시대와 6.25사변을 함께 겪으면서도 선조들은 오히려 한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더 활발히 했다. 「한글」학회지를 펴내는 것 외에「한글지명총람」「쉬운말 사전」「새한글 사전」「한글 맞춤법 통일안」편찬 등에 힘을 쏟았다. 선조들의 올곧은 정신을 이어받은 한글 학회는 한글의 정체성이 가장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요즘과 같은 때에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과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세종대왕기념사업으로 매 해마다 학생들 대상으로 글짓기 대회를 열고 있으며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을 매 회 선정하고 있다. 외래어 사용이 남발하는 거리의 간판들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우리 말 지킴이’를 선정하여 국민들에게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도록 하고 있다. 100주년을 바라보는 한글협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한글의 순수함을 지키며 그 우수성을 알리려고 계획 중이다. 국제학술발표회 및 한글 도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한글에 대해 특별히 공이 있는 사람에게 훈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한글 유공자 추모회 및 ‘한글’을 주제로 한 무용과 한글상품전 비롯해 서예전도 개최예정이다. 김 교수는 “시민들에게 한글 협회의 천 권이 넘는 책을 열어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건물보다 더 큰 건물로 이전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라며 “고서를 현대인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연구와 제대로 된 국어사전 편찬을 위한 사업, 그리고 우리 민족의 순수한 사전인 조선어 큰사전 16권을 복원하기 위한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국어 사업을 이끌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라고 덧붙였다.



한글이 세계화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길 만들어야
눈부신 과학시대에 가장 과학적인 한글을 두고 우리는 어색한 튀기말인 외국어로 한글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럴듯한 외국말로 덧칠해야만 국제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듯 우리의 주변에는 순 우리말 보다 외국어를 접하기가 더 편해지고 쉬워졌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영어 사대주의의 이름을 버리고 자주 민주의 이름으로 한글사랑 나라사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 교수는 “한글만큼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우며, 말하기 쉬운 것이 없습니다.”라고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말했다. 또한 “세계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국어정책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한글 연구와 국어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 뿐 아니라 대중 매체의 역할도 중요한데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신문과 방송이 앞장서 ‘우리말 사랑하기’ 운동 등을 적극적으로 벌여 국민들이 한글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속히 ‘국어기본법’을 강화하고 정부기관, 공공기관, 언론사, 방송사, 출판사, 포털사이트, 일반기업 등의 조직마다 말글을 다듬는 조직을 만들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정부, 공공, 언론, 방송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우리말 지킴이로 세우며 이들에게 먼저 우리 문화의 우수성, 말과 글의 중요성을 바르게 알게 하고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들의 외래어 남용실태, 그로 말미암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영어 오남용을 통해 문화와 경제에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알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밀려오는 외국어 바람 속에서도 우리말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김 교수를 처음 찾았을 때 책상 위에는 빼곡한 맞춤법 카드가 널려 있었다. 우리나라 손꼽히는 국어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한글을 연구하는 그는 “교직에 있는 학자들도 매일 맞춤법 교육과 한글 공부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야 우리말이 올바르게 지켜질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모습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을 맡고 있는 많은 학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훗날 말과 글 다듬는데 상상하기 어려운 돈과 시간을 들이기 전에 우리의 우수한 한글을 챙기도록 하자. 한글사랑은 나라사랑의 첫걸음이고 우리 겨레의 얼을 영원토록 보전하는 요체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온 국민의 뜻을 모아 한글의 발전을 꾀하여 세계의 길로 뻗쳐나갈 수 있는 문을 넓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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