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황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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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황영조
  • 취재_이준호 기자/강미선 기자
  • 승인 200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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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실력으로 세계무대 나아 갈 것
글로벌 시대, 스포츠 외교 통해 한국 알리고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작은 거인 황영조가 금메달을 딴 순간, 대한민국에 울려 퍼지던 함성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나 얼마 전 그는 중국 쿤밍에서 올림픽 제패 15주년 축하 행사를 가졌다. 마라톤에 대한 열정은 은퇴 후에도 식을 줄 모르며, 오히려 더 활발한 대내외적 활동으로 한국 마라톤계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그와 만나보았다.
황영조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그는 국민 체육진흥 공단 감독과 강원대 스포츠과학부 겸임 교수로 제자들을 지도, 양육 하고 있으며 KOC 심사위원과 SBS 마라톤 전속 해설위원으로 전문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쿤밍에서 남북한 합동 훈련을 지도하고 돌아와 여전히 바쁜 삶을 보내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송파구인터넷방송 송파ⁿ 홍보대사로도 위촉되어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바쁜 활동 중에도 그는 사회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아 장애우와 함께하는 ‘희망 마라톤 대회’추진 위원장까지 맡아 매해 꾸준히 행사를 열고 있다.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그에게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모두가 다 즐겁고 보람된 일”이라며 “아직은 건강하고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일이 많습니다. 즐기면서 일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고 전했다.


더불어 사는 법 알아야 참된 인생 맛볼 수 있어
황영조 감독은 1999년부터 바쁜 일상을 쪼개어 지속적으로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 하고 있다. 그는 “다른 어떤 일을 할 때보다 삶의 참 의미를 깨닫습니다. 좌절 속에서도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큰 용기와 교훈을 배울 수 있어 값집니다”라고 덧붙였다. 불과 며칠 전에도 동작 장애인 작업장을 찾았다는 그는 “장애라는 것이 언제, 누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며 당장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법을 알아야 참된 인생을 맛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라며 봉사활동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제자들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 봉사활동을 권유하며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황 감독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10월에는 구치소 방문을 계획 중이다. 황 감독은 자신의 분야인 스포츠를 통해 봉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도 줄 수 있어 보람된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사회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인생은 마라톤, 강한 정신력과 목표를 향한 투지 있어야
황 감독이 이처럼 어둡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적극적 봉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젊었을 적, 오직 마라톤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일념으로 외롭고 힘든 고통의 시간들을 가졌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다른 스포츠는 그래도 옆에 누군가 있고 같이 의지하며 할 수 있지만 마라톤은 오로지 혼자 해야 하는 스포츠기 때문에 힘들고 외롭습니다. 금메달만 바라보며 초창기 마라톤 연습을 했을 때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 뛰다가도 차도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옥을 몇 번씩이나 건너다니며 나를 이겨내면서 그렇게 내 자신을 극복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삶을 마라톤으로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냐며 미소 지었다. 경쟁 사회 속에서 덩그러니 홀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인생과 마라톤이 흡사하다, 라는 것이다. 마라톤 또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혹독한 훈련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과거 금메달리스트로서의 열정과 투지가 묻어났다.
황 감독은 현재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를 일궈내기 위해 감독으로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가 항상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강한 정신력과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연습에 연습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난과 고통, 역경을 이겨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마라톤이 힘든 장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타고난 재능을 갖추지 않았다면 죽어라 연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선수들의 지도 철학을 밝혔다.
하지만 예전만큼 마라톤 계를 뒤흔드는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예전에 비해 좋은 영양상태도 좋고 마라톤이 국민운동으로 확산되면서 투자도 늘고 있지만, 그에 반해 훌륭한 마라톤 인이 나오지 않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합니다. 체력과 정신력이 많이 약해져 있는 듯합니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훌륭한 마라톤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타고난 인물을 찾아내 그 인물이 강한 정신력을 갖고 연습을 거듭해야 하며, 거기에 투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고 조언했다.


활발한 대외 활동 통해 마라톤계 발전 이끌어
그는 강원도 삼척이 고향이다. 어릴 적 그는 산골에서 자라 학교를 가려면 왕복 2km를 뛰어 다녀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을 뛰어 다니며 학교에 다니고 중학교 들어가면서 또 싸이클을 한 것이 기초체력을 강하게 만들어준 요인이 되었다. “체력은 청소년기 때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운동을 꾸준히 많이 해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이 들어서 건강관리 한다고 체력이 당장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라며 기초체력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강원도 삼척이 고향인 그는 작년까지 강원도 평창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애써 왔다. 그 꿈이 아쉽게도 좌절되고 말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강원도지사는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에 재도전하겠다는 발표를 했었다. 그는 실패 원인에 대해 “인프라 구축이 덜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강원도의 사정이 어려운 만큼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가 이루어졌다면 더 큰 발전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재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준비는 또 다른 희망을 낳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막연하기는 하지만 강원도를 국제도시로 부각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 스포츠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
황영조 감독은 “섣부르게 말 할 수 없는 문제지만,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보는 것은 자신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라톤 이외에 다른 일은 생각해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다만 항상 머릿속에 마라톤 선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있고 한국 마라톤을 글로벌 시대에 맞춰 일조할 수 있는 스포츠인이 되고 싶은 것이 희망이라고 전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라톤 선수로서 사명감을 갖고 대한민국이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것을 스포츠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황영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황영조는 “은퇴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저를 잊지 않고 찾아줘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명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활동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우직한 모습으로 자신이 가야 할 곳을 향해 부지런히 뛰고 있는 모습은 15년 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보았던 것 그대로였다. 그의 바람처럼 세계를 무대로 대한민국을 알리 수 있는 유능한 스포츠 인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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