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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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논란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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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위로 부상한 금산분리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철폐 VS 고수’ 놓고 뜨거운 논쟁, 입장차에 따른 혼선 쉽게 정리되기 어려울 듯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들의 은행 소유 불가 원칙이 해외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금산분리 원칙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금산분리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전임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정부의 금산분리 고수 입장에 줄곧 완화 또는 폐지 주장을 편 반면, 김용덕 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수면 위로 부상한 금산분리 논쟁은 당분간 사그라들 것으로 보였으나 외환은행 매각과 함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말하는데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 예금으로 은행 등 금융 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에 도입되었다. 현행 은행법(16조2)은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국내 은행 매각으로 불거지는 금산분리 완환 논란
국내 은행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외국계 자본에 팔린 뒤 매입자 측에 엄청난 차익을 안겨 주는 사례가 되풀이 되면서 당분간 금산분리 논쟁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계 뉴브릿지캐피탈과 칼라일펀드가 각각 SC제일은행과 한미은행을 팔아 거액을 번 데 이어 론스타가 HSBC와 계약한 외환은행 지분 51.02%의 매각 금액은 예상보다 비싼 약 5조 9,000억 원으로 이미 몸값도 높여 놓은 상황이다. 또 미국계 칼라일펀드도 2000년 1월 한미은행 지분 40.1%를 4,447억 원에 인수한 뒤 458억 원에 우선주 매입 등을 거쳐 2004년 5월 씨티은행에 1조 1,505억 원에 매각해 6,6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산분리 정책을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
이에 지난 7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7개 시중은행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곳이 6개로 남은 곳은 우리은행 뿐이다”라며 “금융자본은 하루아침에 육성이 되지 않는데 산업자본이라고 대 못질을 해 못쓰게 하면 어리석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국내 은행을 세계적 은행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360조 원이 넘는 기업들의 잉여금을 은행 산업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이렇게 되면 국내 은행이 외국계 자본에 줄줄이 넘어가는 역차별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에 동의해 금산분리 정책을 폐지하는 내용이 법안까지 국회에 발의해 놓고 있다.
무역협회역시 지난 9월 5일 ‘해외 M&A 촉진 종합대책 건의안’을 마련, “해외 M&A 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릴 경우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로 인정해주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경수 교수는 “금산분리는 규제냐 아니냐의 차원을 넘어 한국 경제의 장기적 발전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내 자본의 참여를 봉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찬…“기업 활동 및 국가 경쟁력 키우려면 철폐해야”
“금융ㆍ산업 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21세기 동북아 금융허브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산업 간의 원천적 분리 보다는 조화로운 발전, 통합이 더욱 중요하다”
금산분리 폐지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일각에서는 은행을 사들일 자금력을 가진 국내 재벌들이 금산분리 원칙에 묶여 있어 국내 은행들이 외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에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국내 재벌들에게는 역차별이고 우리나라 금융 구조에 있어서는 불행한 초국적화의 진행의 원인이므로 금산분리 원칙은 마땅히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13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기업규제 풀어야 나라경제가 풀린다’란 정책토론회에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를 위해서는 금산분리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금산분리 원칙은 금융사가 대기업의 사금고 화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라면서도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헌법상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한다는 근본문제가 있는데다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만약 삼성이 은행업을 한다면 다른 은행들이 얼마나 긴장하겠느냐”면서 “경쟁만큼 체질 강화의 특효약은 없다”고 말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도 “금융 분야에서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국내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업의 민영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학용 민주신당 국회의원은 “국제 경쟁력 있는 은행이 해외에서 돈 벌려면 우리 산업자본이 참여할 수밖에 이 법이 반드시 통과돼 가지고 늦었지만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여기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도 금산분리 정책의 단계적 완화를 정책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계에서도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 산업 자체가 미래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산업자본 아니더라도 금융주권 지킬 수 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활용은 자본조달이나 각종 거래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계열사간 부당지원 및 고용구조 왜곡, 시장 지배력 확대 등에 있어서 역기능이 크고, 금융시스템을 무너트릴 수 있는 등 피해는 특정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기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은 분리시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국내 자본의 역차별 문제와 금산분리 완화를 연계 짓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금융 산업이 발전하면 산업자본이 아니라도 다양한 형태의 자본이 형성될 수 있다”라며 금산분리 폐지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재계의 ‘주인 없는 은행’으로 경영이 잘 될 수 있냐는 발언에 “주인이 있어야 금융업이 잘 될 것이라는 논리는 비약”이라며 “금융 산업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배주주의 자의적 경영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금산분리 철폐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적인 금고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상당수 후보들 역시 금산분리 완화는 친재벌적 발상이라며 대기업의 은행 소유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해상충을 일으킨다며 강도 높은 반론을 펼친 바 있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재벌이 금융회사를 인수해 사금고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현재 재벌의 최대 관심사는 경영권 세습이며 여기에 금융회사를 활용하려는 것이 근본적으로 이해 상충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역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대주주로서 유한책임만을 지니게 되는데 이는 부실 가능성이 높은 은행의 경영진으로 하여금 고위험·고수익 사업을 선호할 동기를 제공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라며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은행 부실화에 따른 손실은 은행의 소유주가 아닌 예금자들과 공공자금의 투입과정을 통해 종국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폐해와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선 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금감위원장, “금산분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지난 9월 10일 김용덕 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사례는 극히 예외적이다. 은행은 신용을 창출해 공급하는 기관이고 산업자본은 이를 쓰는 곳으로 어느 나라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금산분리 원칙유지에 쐐기를 박았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달 말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홍콩상하이은행 HSBC에 외환은행은행을 매각하기로 조건부 계약을 한 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산분리 폐지론 및 완화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산분리 때문에 국내 자본이 외환은행과 제일은행 등을 인수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국내 은행의 부실로 매각이 불가피했고 당시 금산분리 규제가 없었더라도 국내 자본이 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이 의미 있는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4개에 불과하다. 외환은행을 사려면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자본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전략적 투자가 아닌 차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수천억 원을 들여 경영권을 확보할 산업자본은 거의 없다며 이를 금산분리와 연관짓는 것은 더더욱 위험하다”고 강조하며 “은행 이외에 제2금융권에서는 산업자본이 들어와 있으니 금산분리보다는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했다. 이는 재벌들이 은행에 대한 재무적 투자보다는 은행 소유를 통한 대출 등 금융 산업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 금융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역시 “고객의 돈으로 사업하고 신용을 창출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통제하는 이유가 있다”며 “선진국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산업자본의 진출을 허용하면서도 은행에 대한 진출은 엄격하게 막고 있는 이유를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금산분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 경영사례는 4곳에 불과
지난 8월 7일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세계 100대 은행 및 보험사의 최대주주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의 최대주주는 금융기관이 58개로 가장 많았고 9개 은행만산업자본이 최대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산업자본이 최대주주인 9개 은행 중에서도 지분율이 낮은 제이피모건 체이스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은행의 경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독일이 2개,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가 각각 4개 은행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최대주주가 금융기관인 경우는 75개로 오히려 은행에 비해 그 비중이 더 높았으며 산업자본이 최대주주인 보험사는 총 12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산업자본이 중대한 영향력 또는 경영권을 행사할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8개 보험사에 불과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분석은 2006년 7월 말 현재 총자산 기준 100대 은행과 100대 상장 보험 회사를 대상으로 삼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도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 또는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재벌의 은행 지배를 허용하자는 의미로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금융기관 내부의 통제장치,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는 현실에서 소유규제를 완화 내지 폐기하자는 주장은 또 다시 국민경제 전체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무엇보다 은행산업에서의 금산분리 원칙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금융기관 내부의 통제 장치,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은 한국 현실에서 소유 규제를 완화 내지 폐지하는 것은 위험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입장차로 정리 쉽지 않을 듯, 새 정부 논란거리로 재 부상 가능성
금산분리 폐지를 놓고 반대 입장과 찬성 입장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어 당분간 정부 부처나 관련 금융기관, 학계, 경제관련 시민단체 등의 입장차에 따른 혼선은 쉽게 정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금산분리 정책 고수 입장 표명으로 정부 내의 불협화음은 일단 정리됐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 정리는 내년 1,4월까지로 잡혀 있는 HSBC의 외환은행 조건부 인수건이 마무리될 때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감위원장의 명확한 입장표명으로 현 정부에서는 금산분리 완화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나 내년 초 정부가 들어서면 또다시 뜨거운 논란거리로 재부상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삼성그룹이 금산분리 원칙의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마치 삼성의 시간표에 맞추듯 차례차례 무너져 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산분리 논쟁이 언제까지 가중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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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은행 만들기 물밑 시도…금산분리 논란 초첨은 ‘삼성은행’

최근 삼성그룹이 은행업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30일 YTN은 “삼성그룹이 금산분리 정책을 폐지 또는 완화하기 위해 단계별 대응책과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 여기엔 삼성그룹의 전략기획실 내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 은행업무의 일부를 확보한 뒤 내년부터 관련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세부 일정표를 짜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가 은행 업무를 취급하는 어슈어 뱅킹과 보험, 증권사 등이 은행의 지급결제 기능도 수행하는 방식을 통해 은행업 진출을 추진하자는 구체적 내용과 2005년 하반기에는 금산분리 과제가 본격 거론되도록 하고 2007년에는 은행업무의 일부를 확보한 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나서자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돼 있다. 특히 금산분리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삼성금융연구소는 노출을 피하고 외부 기관의 연구과제로 다루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다.
지난 2005년 삼성금융연구소가 작성한 문건은 삼성은 금산분리 정책에 대해 이론적·논리적 대응을 하는 한편, 금융지주회사 설립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하고 있다. 첫째,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고 그 아래 화재와 증권, 카드 등을 자회사로 두는 사업지주회사 방식이다. 둘째, 순수형 지주회사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는 경우 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으로 그리고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기존의 지배 구조를 유지하면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셋째, 은행업 진출이 허용되는 경우 먼저 설립한 비 은행 지주회사가 은행을 인수한 두에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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