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 경선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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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당 경선 혼선
  • 글/김정숙 기자
  • 승인 2007.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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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대통합 민주신당, ‘동원경선 논란’
조직, 동원선거’ 여부 놓고 후보 간 충돌, 경선의미 퇴색

대통합 민주신당의 경선과정에서 조직, 동원선거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학규 후보 측은 정동영 후보가 금품과 향응을 이용한 동원선거를 벌인데 이어 김한길 그룹과 '대권-당권거래'까지 밀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태정치와의 투쟁을 선언했고, 이에 정 후보측은 “전형적인 매터도이자 편가르기”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이 정면 충돌양상을 빚고 있다.

선대본 부본부장인 김부겸 의원은 지난 9월 19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의 경선은 국민은 어디에도 없고 각 계파 수장 휘하 극소수 조직원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며 “돈이 난무하고 ‘박스떼기’ ‘버스떼기’가 판치고 동원과 줄세우기가 승부를 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런 상태로 경선이 계속된다면 그 누구를 뽑는다 해도 대선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고 우려한 뒤 “우리는 이런 참담한 현실을 두 눈 뜨고 뻔히 지켜볼 수 없다”며 ▲당내 각종 의혹사례 진상조사위 구성 및 즉각 시정조치 ▲조직 동원선거 방지책 제시 ▲국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전당적 조치 강구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내놨다.
손 후보 측의 이날 기자회견은 경선이 조직, 동원선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한 강한 경고의 표시이자 다분히 정 후보 측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그전까지의 주말 4연전 패배에 뒤이어 여론조사에서도 정 후보에게 밀리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김 의원은 특히 “모월모일 특정장소에서 삼계탕 대접을 받고 도자기를 선물 받았다는 말도 있고, 광주 시당에 선거인단을 3천 여 명 접수시켰지만 하루 늦게 중앙당에 보내 선거인단에서 누락되는 등 말할 수 없이 많은 징후들이 있다”며 “모 후보 측 때문에 중앙당이 모바일투표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방안을 하나도 강구하지 않는다는 제보도 있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일부에서 제기된 손 후보의 중도 사퇴설에 대해 “분명히 말하지만 후보는 불퇴전의 용기로 이 난관을 극복할 것”이라면서 “신당이 전락한 모습에 대해 창당 주역으로서 대단히 분노하고 있다”며 일축했다.



정 후보, “의혹 제기는 누워서 침 뱉기, 엄정 대처할 것”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는 같은날 광주 5.18 기념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손 후보 측의 동원선거 의혹제기에 대해 “조직선거라는 주장은 ‘누워서 침 뱉기’로 17대 총선 이후 조직과 돈은 끊어졌다”면서 “노사모, 박사모, 선진평화연대, 정통들은 자발적 서포터스 문화일 뿐이며 후보들은 다른 후보를 깎아내리기보다 경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기든 지든 그것은 국민의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또 ‘경선이 당 의장 선거식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손 후보의 비판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 출신 107만 승계당원 중 선거인단으로 등록된 사람은 6 만 명뿐으로 당의장 선거라는 말은 근거가 없다”며 “불법사항이 있으면 당이 엄정조사하고 사법당국이 처리해 줄 것을 요청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당권 거래설에 대해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그런 것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매터도”라며 “친노, 반노 하더니 이제는 친 DY(정 후보의 영어 이니셜), 반 DY냐. 편가르기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고 “정정당당히 승부하고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 측 노웅래 대변인은 당권 거래설에 대해 “꿈같은 얘기이고 쇼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가 대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고 대선 후 당권을 약속했다는 의혹을 제기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고, 정 후보 측의 한 의원은 “한 친노 직계 중진의원이 지역구 일부 당원의 얘기만 듣고 당권-대권 거래설을 거론했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현재 김 의원은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으며 정 후보와 김 의원이 그런 얘기를 나눌만한 관계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은 이날 오후 오충일 대표 주재로 국민경선위원회 회의를 소집, 논란이 제기된 동원경선 의혹에 대해 엄정 대처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적절한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당권 밀약설이 제기된 김한길 의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현재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일축했다.



논란 속에 열린 중진의원 긴급회동
한편, 대선 경선 중립을 표방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중진 의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동원경선 논란 등으로 논란이 빚어지자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다.
김근태, 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은 동원, 조직경선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손학규 후보측 김부겸 의원 등이 잠시 참석해 최근 제기된 후보 사퇴 설이 사실무근임을 해명하면서 경선 상황과 관련, 중진들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18일 저녁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문희상 정세균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미경 당 최고위원, 유인태, 원혜영 의원 등 당 중진들이 긴급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대선후보 경선이 동원. 조직선거 논란으로 후보 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구태 정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조만간 다시 모여 진전된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중진의원들이 이처럼 말문을 연 것은 경선과정의 파열음에 대해 단순한 경고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중립지대에 있겠다는 원칙론을 깨고 특정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진 회동의 한 참석자는 “지금 진행되는 경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공론화하면서 29~30일 광주, 전남 경선에도 시그널을 전달하려는 취지가 있다”며 중진의 역할 론을 피력하면서 “나아가 개별 중진들이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중진 회동은 최근 동원, 조직선거 양상에 대한 손학규, 이해찬 후보 측의 강한 반발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중진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손, 이 양 캠프가 경선이 이 상태로 진행되면 일찍 파장하고 후보가 사퇴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중진들을 압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 후보와 달리 손 후보 측은 이대로 가다가 ‘드롭(중도포기)’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으로까지 강하게 문제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진회동 사실이 알려진 뒤 신당의 세 후보는 회동의 정치적인 함의를 놓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며 ‘편 가르기’ 논란을 벌였다.
특히 전날 중진 회동에서 한 참석자가 “특정 대선후보가 일부 의원그룹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당권을 약속했다”는 내용의 ‘당권거래설’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보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진 모임 측 인사는 “김한길 의원 그룹이 최근 정 후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당권을 보장받았다는 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당권거래는 80년, 90년대 얘기 아닌가. 21세에 들어와서도 그런 구태를 하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말했고, 손 후보측 의원도 “특정 의원그룹의 대표격 의원이 손 후보와 정 후보 양쪽을 오가며 당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 한게 맞다”면서 “우리는 그냥 돌려보냈는데 정 후보는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친노 인사들은 중진 회동이 사실상 ‘반 정동영 연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 측 친노직계 의원은 "정동영 후보로는 대선에서 필패한다. 중진 의원들도 손, 이 후보의 대결구도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경선 과정에서 당과 중진들이 무게중심을 잡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대철 전 고문측은 “중립을 지키며 경선과정에서 특정후보 지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고, 김근태 전 의장 측도 “김 전 의장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위기의 손학규 대세론 ‘시들’, 정 후보 상승세 보여
한편, 지난 9월 19일 공개된 유력 일간지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는 손 후보를 누르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한 일간지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0.2%를 기록해 4.5%를 얻은 손 후보와 4.0%를 기록한 이해찬 후보를 모두 제쳤다. 정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10%선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정 후보는 범여권 대선후보만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21.7%를 얻어 손 후보(18.5%), 민주당 조순형 후보(10.3%), 이해찬 후보(10.1%)를 모두 앞섰다.
조직력에서 우위에 있는 정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상승세를 보이자 정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이란 조심스런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경선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이는 광주·전남 경선투표에서 손 후보가 역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손 후보측은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앞으로 남은 경선투표에서 얼마든지 반전할 수 있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손 캠프는 또 이번 국민경선이 ‘조직·동원선거’로 왜곡되고 있다며 당 지도부에 대책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전면투쟁 방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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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추미애, 신당경선 발 벗고 나선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흥행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강 전 장관이 어려움에 처한 신당을 돕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당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위 홍보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은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모집의 활성화를 위해 강 전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강 전 장관이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 낙선한 뒤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두세 달에 한번씩 당시 캠프 소속 의원들과 모임을 가져왔다.
지난달에는 캠프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신당이 나름대로 열심히 했음에도 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잃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나는 지금 한 발 떨어져 있지만 늘 그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심경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신당은 '당신들의 경선'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신당의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모집 확충을 위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당 예비경선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던 추미애 전 의원은 이날 신당 정강정책 연설방송에 출연, 신당의 붐업을 위한 역할론을 자임하고 나섰다.
추 전 의원은 ‘21세기형 새로운 국민정당을 건설하겠다’는 제목의 연설방송에서 “신당이 새롭게 출발했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며 “국민이 환골탈태했다고 느낄 때까지 전력을 다해 뛰고 또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신당이 국민경선을 진행하고 있으나 미흡한 점도 많이 발생하고 참여율이 매우 저조해 조직선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뜻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대선승리는 물론 새로운 국민정당 건설이 가능하다”면서 적극적 경선 참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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