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행자부 주관 지역향토명품 육성공모사업에 선정되어, 2016년 국내 첫 번째 칠보공예 전통공예관으로 금천구에 문을 연 ‘금하칠보 반초갤러리’의 칠보공예가 박수경 작가(㈜금하칠보 대표). 그는 3대에 걸쳐 칠보예술인으로 활약한 가문을 잇고 (사)한국칠보공예협회를 통해 한국 칠보공예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7월 5일부터 8월 4일까지 용산공예관 4층에서 개최되는 <칠보, 아트하다>전에서는 한국의 금하칠보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기간 중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직접 칠보반지를 만드는 ‘7.7.7 칠보데이, 은 칠보커플링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박 작가는 1945년 7월 7일 김가 성을 가진 외조부와 하가 성의 외조모가 결혼하여 만든 금하상회로부터 ㈜금하칠보가 시작되었으며 여기서 칠(7)보데이를 착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칠보는 금속에 유약을 얹어 소성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전통공예 작품이다. 유약이 녹으면서 형태를 이루고 굳으면 아름다운 색과 광채를 내기에 칠보는 자개, 도자와 함께 전통공예의 꽃이다.
설립 52년차인 ㈜금하칠보의 용산공예관 기념 초대전인 <칠보, 아트하다>의 주인공은 견우와 직녀가 1년에 단 한 번 만나 회포를 푸는 기념일에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장인정신으로 한국 향토예술 칠보를 키우신 박수경 작가의 외조부 소장 및 제작 유품 20여 점이다.
그 외에도 금하칠보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 1백여 점을 소개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는 박 작가는 올해 93세의 연세에도 의욕적으로 칠보 작업에 몰두하신 외조모의 결혼기념일을 ‘칠보데이’로 정해, 남녀가 칠보 은가락지를 함께 만드는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또한 박 작가의 외조부는 이방자 여사(마사코비)의 말년에 직접 칠보기술을 함께 연구하여, 이 여사가 칠보연구소를 열고 제품을 직접 제작해 장애인들의 기부금을 조성하는 활동을 한 인연으로 이번 초대전에도 이 여사의 유품이 일부 전시된다.

박 작가는 유년기였던 당시 궁에 초청받아 방문하며 우리 문화를 체험한 이래 남대문에서 칠보재료상과 반제품 제작유통을 하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칠보 제작과 이를 통한 사회사업 모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외가 3대가 모두 칠보를 하고 있기에, 박 작가는 성장하면서 칠보공예문화산업의 발전방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된 것이다.
행자부 주관사업으로 새로 반초갤러리 건물을 지어 옮긴 지 3년이 되는 올해, 박 작가는 (사)한국칠보공예협회와 함께 일반인들이 칠보DIY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작가에 따르면 개인 혹은 단체 예약 모두 가능하며, 서울의 남대문, 종로, 일산, 그리고 제천, 충주,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수강할 수 있는 전국 지부로 나뉘어져 레벨에 따라 초/중/고급 프로그램을 골라 수강할 수도 있다.
또한 (사)한국칠보공예협회에서는 칠보유약숙련전수기술을 교육해서, 약 1년에서 1년 6개월 과정을 거친 초중급 300여 명을 배출했으며 고급기술을 전수받은 사범 100여 명이 전국에서 고급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외조부 때와 어머니 시대의 칠보유행이 다르듯, 지금의 칠보 역시 사용자들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중이라는 박 작가는 수많은 경험과 성공, 실패를 통해 ㈜금하칠보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정했다고 한다. 또한 박 작가는 ㈜금하칠보와 함께 우리 문화의 계승이라는 남다른 사명감으로 은장도와 비녀처럼 장신구로 활용하기 어려워진 칠보를 세련된 현대인들의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박 작가는 칠보가 소장하고 감상하는 예술 작품이기도 하지만 과거 양반가와 왕족들, 여염집의 특별한 기념품이자 장신구, 생활용품으로 사용되었으며 그 점은 시대가 바뀐 후에도 변하지 않아 잘 응용하면 여전히 일상에서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박 작가는 누구나 그런 칠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미술과 디자인에 능숙하지 않아도 충분히 완성할 수 있는 DIY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박 작가는 금속에 초벌유약을 묻히고 색색가지 유약을 올린 다음 소형 가마에 10여 분 간 굽는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예쁜 칠보작품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감과 흥미를 얻을 수 있다고 전한다. ‘777체험’이라는 칠보반지 만들기 체험을 ‘7월 7일 7보데이’로 확정한 올 여름 이벤트에서도, 순은을 사용해 외조부모의 삶처럼 변치 않는 사랑을 담아 대물림도 할 수 있는 장신구의 가치를 더했다.
또한 용산공예관에서의 반지 제작체험에 흥미를 느끼면 반초갤러리를 찾아 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손톱깎이와 거울 같은 생활용품에서 브로치, 부토니에, 가방액세서리, 반지, 팔찌, 목걸이 등 장신구는 물론 명함집, 케이스, 조각보USB메모리 등 일상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제품들도 구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숍을 동시에 운영하며 완제품과 재료를 동시에 취급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교재 <집중력을 높이는 창의칠보아트>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한 박 작가는 칠보과정이 여느 미술과 마찬가지로 쉽고 재미있으며,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의의가 있어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도 좋다고 전한다.
유약이 녹으면서 다양한 느낌을 내기 때문에 때로는 초심자가 한 가지 색의 미완성 상태로 올려도 퍼짐의 정도가 달라 독특한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박 작가는 이러한 작품들도 훗날 공예관과 갤러리에서 더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박 작가는 칠보공예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 4차산업혁명을 통해 미래의 많은 사회 분야가 기계로 대체되겠지만 예술처럼 인간과 창의력의 조화가 필요한 분야에서 공예는 인간애를 지키며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 아이템 및 취미, 힐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래서 취미로서의 칠보공예 교육과 체험을 계속하는 한편, 격년제로 해외 칠보 교류전을 계속하며 우리 칠보의 수준을 높이는 작업에도 충실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박 작가와 ㈜금하칠보에서는 백조 브로치, 진주꽃과 원석 브로치, 실크 목걸이처럼 우아한 주얼리를 추구한 작품들도 있으며, 수출목적의 하이퀄리티 브랜딩에도 열심이다. 박 작가는 액자, 도기, 함, 화병, 노리개 등 고가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정성껏 만들고 있으며, 한국예술의 사명감을 걸고 정성껏 만든 이 예술품들을 조만간 해외에 수출하여 가업 3대의 자존심을 지켜 갈 것임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