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주진현 기자] ‘열여덟의 순간’은 위태롭고 미숙한 ‘Pre-청춘’들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감성 청춘물이다.
사소한 일에도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열여덟, 누구에게나 스쳐 지나갔을 법한 순간을 리얼하고 깊숙하게 담아내 풋풋한 감성과 진한 공감을 선사한다.
성기윤은 극중 마휘영(신승호)의 아빠 마윤기역을 맡았다.
흙수저로 태어나 어렵사리 명문대를 졸업하고, 악착같이 경쟁하고 밟고 올라온 끝에 대기업 계열사 사장자리까지 오르는 데 성공한 인물, 힘든 시대를 사는 청춘들에게 워너비 같은 존재로, 21세기 성공 신화의 표본이다.
휘영은 초반부터 반전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믿음직스러운 학급 반장이었지만, 이면에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어둠이 자리 잡고 있던 미숙한 청춘이었다.
휘영은 시계 도난 사건의 누명을 쓴 전학생 최준우(옹성우 분)를 모두의 앞에서 감싸주었지만, 뒤에서는 부담임 오한결(강기영)에게 따로 찾아가 준우가 훔쳤다는 거짓 진술을 하며 이중적인 면을 선보였다.
진짜 범인은 휘영임이 밝혀지며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준우는 이번만큼은 도망치지 않기를 결심했고, 변화가 시작됐다.
상훈을 찾아간 준우는 진실을 추궁하듯 그의 뒤를 맹렬히 뒤쫓았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상훈은 거짓 증언으로 준우를 허탈하게 만들었고, 휘영은 안도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찾아온 준우에게 휘영은 “너 같은 애? 숨 쉬고 살고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봤자 무슨 희망이 있을까 싶은 애. 아무거나, 아무 취급이나 받아도 괜찮은 애”라며 “불쌍하잖아, 너 같은 애들”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왔지만, 그의 말대로 자신은 축복받지 못한 채 이 세상에 버려진 존재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았던 엄마(심이영 분)를 떠올린 준우는 ‘도망’이 아닌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 휘영의 앞에 다시 나타난 준우. 두 소년의 대치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본격적으로 그려질 준우, 휘영의 대립과 변화를 예고했다.
마윤기는 조상훈(김도완) 이야기를 하며 “너, 그런 놈들 조심해. 쥐뿔도 없는데 머리만 좋은 것들. 그런 놈들이 무서운 거야. 바로 나 아냐, 그게. 맨주먹에 이 대가리 하나 믿고 여기까지 발발 거리고 달려 온 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느이 형만큼만 해. 알았어?”라며 냉정하고 잔인하고 형과 비교하며 휘영에게 이야기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