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김성민 기자]유럽에서 존경받는 영적 멘토 ‘알젤름 그륀(Anselm Gruen)’ 신부가 행복의 메시지를 국내에 보내왔다. 명동성당에서 강연을 열어 직접 메시지를 남기고 간지 무려 12년만의 소식이다. 당시 오늘날 영성이 약해진 것은 자신의 내면이 아닌 외부와의 관계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현재 뮌스터슈바르차흐에 있는 베네딕토회 수도원 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7년 방한했던 안젤름 그륀 신부는 ‘참된 자아와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일곱 차례 강연을 열었다. 강연에서 우울과 불안함이 뒤섞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강조했다. 두려움을 기피하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영혼의 길을 찾아가는데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 그가 전한 메시지의 본질이었다.
특히 두려움과 우울함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강연은 신자를 비롯, 대중들에게도 울림을 줬다. 실제로 소설가 공지영은 안젤름 신부 저서를 읽은 후 자신을 아프지 않게 대하는 법을 배웠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1991년부터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제와 수도자들을 치유해온 안젤름 그륀 신부는 작은 전파상의 아들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베네딕도회에 입회해 신부가 됐다. 이후 철학과 신학을 아우르는 영성의 메시지를 전하며 유럽에서 ‘사제를 치유하는 사제’로 불리고 있다.
금번 출간한 저서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현재’의 감사함에 집중하라며 내한 강연의 본질을 다시 상기시켰다. “후회도 불안도 없는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먼저 전한 신부는 결코 끝나지 않을 헛된 싸움을 멈추라고 첨언했다. 마음의 불안은 ‘부족함’이 아니라 ‘불만족’에서 온다며 충만함은 가득 채우지 않음에서 온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현실에 대한 문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진정한 행복을 느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일전의 내한 주제와 같은 맥락이다. 혹여 걱정이 생기면 극복하는 방법으로 ‘감사함’을 꼽았다. 일명 ‘불만바이러스’라 칭한 이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불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심지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책에서 신부는 각자의 십자가를 마음속에 가지고 살아가기를 권했다. 그는 한때 전쟁으로 남편이 죽고, 가족들과 사별하는 과정에서도 버텨냈던 자신의 이모 사례를 들었다. 큰 고통 속에서도 운명에 체념치 않고, 하느님이 지워준 십자가를 가슴에 짊어지고 사는 것은 “신이 내린 삶에 대한 동의”라며 수긍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책은 신은 이미 당신을 만족스럽게 지었다는 말과 함께 본래의 자신과 가까워지길 권하며 마무리 짓는다. 이미 충분하기에 가진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로 살아간다면 내면의 평화가 자연스레 물들 것이라는 진정어린 조언도 더했다.
신간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는 안젤름 신부의 본질적 메시지를 담아낸 힐링 에세이다. 현재 저자는 책 속의 메시지를 공식 유튜브와 SNS로 소통하며 독자들과 영적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