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학교에서 학원 열려 사교육비 절감 효과 톡톡히
이미 오래 전부터 방과 후 학교 운동장 풍경은 우리들 기억 속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운동장 한 쪽 골대를 둘러싼 남자아이들의 서툰 축구 실력도, 고무줄놀이를 하는 여자아이의 모습도 지금은 어느 초등학교의 운동장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자녀들의 사교육비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학부모들의 ‘강남 8학군 따라잡기’는 끝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중학생이 돼서야 간신히 알파벳을 익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때부터 원어민 교사와 대화를 나누는 세상이니 분명 얻는 것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을 터. 아이를 순수하고 자유분방하게 키우면서 세계화에 뒤쳐지지 않게 교육하는 방법이 대한민국에는 없는 것인가.
경남 양산에 있는 신양초등학교(이하 신양초교)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학생들을 교육한다. 동요 부르기, 감상문에서 자유로운 독서, 학교 안의 학원, 동아리 활동 등이 그것이다.
‘동요 부르기’는 신양초교의 1교1특색 교육활동으로 각 학년에서 교과과정과 연계해 20개의 동요를 선정하고, 아침과 종례시간 등을 이용해 아이들이 부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멋진 추억과 자신감도 쌓을 수 있도록 ‘신양 동요제’를 개최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들의 밝고 순수한 마음을 성인이 되어서도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동요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강봉모 교장의 지론 때문에 시작된 것인데, 그 덕인지 신양초교에는 큰 말썽을 부리는 학생이 없다고. 또 평소 갈고 닦은 실력 덕에 각종 합창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자유로운 독서는 아이들의 창의력 길러줘
신양초교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는 독서활동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따로 둔 도서분점에는 약 2,000여 권의 책을 구비해 놓았는데 매일 아침마다 10~20분씩 학생들은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으레 따르기 마련인 독서감상문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 교장은 “학생들에게 독서감상문을 제출하라고 하면 숙제를 하기 위한 형식적인 독서에 그칠 수 있습니다. 보다 다양하고 많은 책을 접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다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지요”라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풍부한 감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감상문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양초교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독서뿐만 아니라 기계과학발명반, 종이접기반, 꼼꼼이배움반, 기초글쓰기반 등의 각종 동아리를 운영해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 과학적 사고를 북돋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2006 청소년과학모형경진대회 물리부분 금상, 2007 청소년과학탐구대회 양산대표 선발 등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학교에서 열리는 ‘방과후 학원’, 놀이와 접목한 급식시간
신양초교의 학생 중 600명은 학교에서 학원을 다닌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부담을 절감시키는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부강사를 초빙한 강의를 방과 후에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원에 가는 대신 학교의 빈 강의실에서 원하는 과목의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이 때 강의하는 외부강사는 엄격한 선별 기준에 의해 선별한다.
급식시간도 눈여겨 볼만 하다. 테이블 마다 각 학년과 반을 표시한 패찰이 있어 학생들이 급식질서를 잘 지킬 수 있도록 했으며, 편식지도에도 효율성을 가져왔다. 특징적인 것은 매주 수요일을 ‘잔반통 없는 날’로 지정한 것. 이 날은 음식을 남기지 않은 학생에게 스티커를 배부해 주는데 식당 출입구에 반별로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종이를 부착해 놓고 받은 스티커를 자기반에 붙여 가장 성적이 좋은 반은 월말에 작은 상품을 주고 있다. 학생들은 놀이와 칭찬이 접목된 이 이벤트에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음식도 남기지 않는 두 가지 효과를 얻는다.
학생들이 등교할 때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는 강 교장은 “대회나 행사에서 상을 받는 것이 최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개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라며 양산에서 최고의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