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부는 누드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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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부는 누드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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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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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신드롬 … ‘그들은 왜 옷을 벗는가
황금알을 낳는 서비스 … 누드’성적 소비’아닌 사업
예술로 승화되지 못한 이미지 양산, 부정적 영향 우려

‘완전 노출’, 누드의 전성시대다. 한창 때의 몸매를 사진에 담아두기 위해 사진관을 찾아가 누드 사진을 찍거나 애인과 친구의 누드 사진을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이들, 혹은 누드 동호회에 가입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모임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또 최근 누드 사진을 찍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연예인들로 인해 누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한마디로 누드 열풍이 불고 있다.


누드집=돈(?)
"성현아, 하리수, 정양 누드를 안 봤다구? 그런 국민 배우 작품들은 한번 봐줘야지!”
한동안 잠잠하던 누드 열풍이 최근 다시 불고 있다. 대한민국 성인 남녀들 가운데 이들 연예인의 누드 사진을 접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마치 이들의 누드 사진을 감상해야 연예문화를 얘기할 수 있기라도 하듯, 연예인의 누드집은 발간될 때마다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켜왔다.
우리나라의 연예인 누드집 발간은 1991년 가수 겸 영화배우인 유연실이 반라와 전라 등의 사진 81컷을 모아 사진집’이브의 초상’을 펴낸 것 이 시초. 이후 10여년간 모델 이승희를 비롯하여 탤런트 서갑숙, 정양, 가수 하리수, 탤런트 성현아의 누드집으로 이어져왔으며 매번 큰 충격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02년 말부터 인터넷의 황금알을 낳는 서비스로 급부상한 누드는 성현아, 권민중, 김완선, 이혜영, 이지현, 이주현, 함소원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최고조에 달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정식으로 책으로 출간된 누드집은 없고 모두 인터넷이나 모바일 유료 서비스만 하고 있다. 게다가’10억 돈벼락’,’기본 50억 보장’,’서버 다운’,’누드집을 보고 하룻밤 10억 유혹’등 믿지 못할 이야기만 들린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게시판, 메신저, 휴대폰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누드집=돈’이라고 각인시켜 준 사건은 아마도 일본의 톱스타 미와자와 리에의 싼타페가 원조일 것이다. 일본 최고의 국민스타인 미와자와는’우리 애는 비만 체질이라 나이 먹으면 살쪄요. 그래서 지금 찍어야’라는 적극적인 엄마의 성원에 누드집을 냈고 밀리언셀러를 기록, 인세만 수십억원을 챙기며 전세계적으로 싼타페 열풍을 일으켰다.
덕분에 일본에서는 톱스타 누드의 보편화, 헤어 누드 허용 등 음지에 있던 누드를 양지로 끌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음란 등의 이유로 싼타페가 출간되었다가 곧 사라졌다. 한참 뒤 의대 출신의 이승희가 플레이보이 모델이 되어 누드집을 냈지만 반응이 별로였고, 변호사와의 스캔들로 유명한 영화배우 유연실의 누드집은 이슈조차 되지 못했다. 남자 스타 유승준, 신화 등이 팬서비스 차원의 세미누드집을 선보였지만 팬클럽 반응 정도였다.
연예인 누드집은 기존의 단행본 인쇄물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장을 만나면서’대박’의 날개를 달았다. 2001년 인터넷을 통해 누드 화보를 제공한 정양의 경우 총 400만 명의 네티즌이 몰려들어 감상을 했고, 2002년 12월 누드집을 펴낸 성현아는 현재 1,000만 명이 접속한 가운데’연예인 누드집’ 발간의 붐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연예인들에게“누드를 찍자”는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톱스타 신은경이 30억원의 거액 누드 제안을 받았는가 하면, 영화’쇼쇼쇼’에서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으로 몸매를 과시했던 영화배우 김세아가 5억원을 제안 받는 등 대중의 인기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연예인들에게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 뻗쳐지고 있다.

대중의 시선을 모으는 데 효과적
수단으로 인식

실제 성(性)적인 매력을 극대화한’누드’는 대중의 시선을 모으기에 가장 효과적이다. “연예인이 벗었다”는 말 한마디면 언론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고, 이러한 뉴스는 자극적인 만큼 확실하게 대중들로부터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연예인 누드는 사진의 주인공이 대중들 누구나 알고 있는 인기인이라는 것만으로도’절반 이상의 성공’을 보장받는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누드하면 남성들만 관심을 가질 것 같지만 이외로 여성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린다. 성현아의 경우를 보면 누드집 발간의 효과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성현아측에서는 인터넷에 누드 사진이 공개된 직후 서버가 다운되고 네티즌들로부터 해킹을 당해 어마어마한 경제적인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녀가 남는 장사(?)를 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굳이 경제적인 이익을 계산에 넣지 않더라도 누드집 발간의 효과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마약 파문 이후 대중에게 잊혀져 가던 성현아가 누드집을 발판으로 인터넷 검색엔진의 인기 검색어로, 각종 스포츠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명실상부한 스타로 발돋움 했으니 말이다.
성문화의 개방이라는 시대적 흐름도 연예인 누드 붐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자신의 누드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문화가 퍼질 정도로 성에 대한 표현이 적극적이다 보니,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에 대해서도 자신감 있는 연예 활동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예인 누드가 대중문화의 트랜드로 급부상한 것은 모바일과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의 확산과도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옷을 벗는 진짜이유는? 상업성
실제로 성현아는 누드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과 모바일 컨텐츠에 띄워 돌풍을 일으켰다. 삽시간에 대중에게 전파되는 인터넷의 가공할 전파력과 저렴한 서비스 가격으로 대중에 대한 흡인력을 높인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 오조숍(www.ozzo shop.com)에서 제공되는 성현아의 누드 갤러리는 1만1,000원이면 230여 장에 이르는 누드 사진과 동영상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네티즌이라면’청색 ‘과’백색’코너 등 6가지 테마별로 구성된 누드 사진을 부분적으로 봐 도 된다. 두 가지 테마를 묶어 4,500원에 내놓았다.
성현아에 앞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던 정양과 하리수도 역시 광활한 온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그들의 성적 매력을 거침없이 뿜어내며 인기의 초석을 다졌다. 그렇다면’이미지’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이 과감하게 옷을 벗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3월 엑스터시 복용 파문 이후 누드집 발간으로 갖가지 억측을 낳았던 성현아는 1년 만에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열어“누드 촬영을 계기로 또 다른 성현아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돈 때문에 찍은 것은 아니다 ”고 밝혔다. 가수 김지현은 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누드를 찍은 입장을 밝힌다.
“저는 97년 1집을 내면서부터 과감하게 벗었어요. 가수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고,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이제는 외국 스타가 벗으면 멋있다고 하면서 국내 연예인이 벗으면’창녀 취급’을 하는 이중적 사고를 버렸으면 좋겠어요. 물론 97년에 비하면 요즘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제가 휴대폰용 누드 동영상을 찍은 다음에 뒤를 이어 하겠다고 나선 여자 연예인들이 80명이나 줄을 섰다네요. 자부심을 느끼죠.”
하지만 연예인 누드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여전히’흥미’와’비난’이 섞여 있다. 보다 파격적인 노출과 도발적인 포즈로 성적인 매력을 극대화해 주길 바라는 한편, 연예인들이 노골적으로’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던지고 있다. 연예 관계자들도 누드집 발간 이면에는’예술’로 포장된 계산된 상술이 자리함을 인정한다.
“노래나 연기는 기본이고, 신체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자는 것이 요즘 연예계의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그 동안 신비주의에 가려져 있던 연예인의 알몸을 드러냄으로써 신체의 상품화를 극대화하는 것이죠. 특히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뒤 재기의 발판이 필요한 경우나 거대한 기획사의 뒷받침이 없는 연예인이라면 대중의 관심을 손쉽게 끌 수 있는’누드’로 승부수를 띄우게 되는 경향이 높습니다.”A기획사 김 모 대표가 밝히는 연예인 누드집 발간의 이유이다.

‘몸’은 확실한 흥행코드

누드 서비스도 인터넷이나 휴대폰 컨텐츠를 비롯하여 각종 기발한 아이템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예인 누드는’몸’을 상품으로 인식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갈수록’흥행 코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톱스타들이 누드집을 찍는 게 일반화돼 있다.“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개념으로 최고의 팬 서비스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회적인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따라 붙는다. 성현아 하리수 누드 사진이 성인사이트에 도용돼 청소년들이 이들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문제점이 불거져 나온다.
또 연예인들이 과거의 경시되던’딴따라’에서 청소년들의’우상’으로까지 입지가 변화된 현실에서 사회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 역시 대중 문화 전문가들의 견해다.
요즘에는 자신의 누드 사진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다. 명동의 유명스튜디오에는 적게 매달 5∼10명, 많게는 20∼30여명이 누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혼부부와 중년층, 남성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20∼30대의 여성들로 한창 때의 몸매를 사진에 담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촬영에 필요한 소도구들을 준비해두고 전문적으로 누드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관들도 늘어나고 있다.
2~3년 전부터 일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누드 사진을 촬영하는 게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았는데 그 바통을 내국인들이 이어받은 셈이다. 그동안 연예인들이나 전문모델들의 누드 촬영은 드물지 않게 있어왔지만 일반인들의 누드 촬영은 드물었다. 전문가들은“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당한 일이라는 의식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것은 인터넷과 디카다. 사진관에서 자신의 누드를 찍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또한 요즘 디카로 본인 혹은 이성친구의 누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카’로 찍어 홈페이지 게시
국내 디카 사이트중’디시인사이드’(www.dcinside. com)의’누드 갤러리’는 만들어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의 누드 사진이 550여건이나 올라 있고 조회 건수가 평균 20만회를 상회한다. 여기에는’너무 섹시한 나의 여친(여자친구)’이란 제목으로 가슴을 조금 풀어헤친 여자친구의 사진을 올려둔 이도 있고,’너무도 이쁜 내 가슴’이라며 접사 사진을 찍어 올린 용감한 여성도 있다. 한 회원은’평가해주세요-모델은 여자친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침대 위에 요염한 포즈로 누워 있는 여자친구의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인터넷의 누드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사이트에 들어가’누드’라고 치면480여개의 카페가 뜬다. 성인 동영상이나 에로틱한 사진을 올려놓은 카페가 대부분이지만 누드 모임을 갖는 누드카페들도 상당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모임이 다음사이트의’누드러브’(cafe.daum.net /naturist). 2002년말 일부 언론에 단체여행에서의 나체 모임 사진이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진 이카페는 현재도 정기적으로’유니폼 모임’(나체 모임을 뜻하는 은어)을 열어 네티즌들 사이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요즘은 애초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성적 호기심으로 가입한 회원들이 많아져 활동이 위축된 상태.

포르노물로 전락할 가능성 높아

최근 국내의 누드 열풍에도 이처럼 다양한 현상이 한데 엉켜 있고, 각기 다른 목적이 개입돼 있다. 어떤 이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옷을 벗고, 또 어떤 이들은 예술작품의 오브제로 사용하기 위해 옷을 벗는다. 전성기 때의 아름다운 몸매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혹은 포르노그래피를 위해, 그리고 일시에 큰돈을 벌기 위해 옷을 벗는다.
자신과 부인의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정직 처분까지 받았던 미술교사 김인규씨나, 여고생의 치부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통해 세상에 대한 반항과 절망을 표현한 화가 최경태씨 등은 누드에 나름의 정치적 함의를 담으려 했던 이들이다. 김씨는 인위적인 해석이 들어가 왜곡되는 누드와 있는 그대로의 몸(naked)의 차이를 묻고자 했고, 최씨는 자본주의가 명품을 사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학생들을 양산한다는 점을 꼬집고자 했다.
전문적인 누드모델들은 자신들의 몸이 예술작품에 쓰인다는 데서,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누드가 포르노가 아니라 예술행위라는 점과 젊었을 때의 몸매를 사진으로 남긴다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연예인들의 경우 그 기저에는 돈과 꺼져가는 인기를 되살리고픈 열망이 깔려 있기도 하다.
자칫 누드 열풍이 예술적으로 승화되지 못한 이미지만을 양산할 경우 그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은 애초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인터넷 등을 통해 널리 유통되면서 포르노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어떻게 쓰이느냐는 문제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음란 누드카페도 누드 열풍의 부정적인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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