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윈시스템(주)/신정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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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윈시스템(주)/신정훈 대표
  • 김봉진 차장/신주영 기자
  • 승인 2007.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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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조선업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1973년 현대중공업이 울산 조선소를 완공한 이래로 한국의 대기업들이 조선업계에 뛰어들었다. 현대미포조선을 필두로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이 조선업에 몸담았던 70년대를 지나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현재 중소 조선소와 신규 조선소가 전국에 대대적 규모로 상륙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조선업이 세계 1위라는 영예와 함께 전례 없던 호황을 맞고 있지만 조선업체들의 건조능력 확대에 따른 선박 공급과잉 및 운임하락, 세계경제의 둔화조짐이 조선불황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 1위를 지켜가기 위해 기술력과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승부수를 던질 시기이다.

조선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할 캐드윈시스템(주)
조선업의 호황으로 신규 선박생산 설비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2000년 이후 세계 선박수요의 급증으로 블록 가공, 선박 수리 등 국내 조선 관련업체들이 선박 생산으로 전환하거나 조선소 신설을 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남 통영시의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 등 블록을 제작해 대형 조선소에 납품하던 업체들이 2005년부터 신규 선박 생산에 본격 가담했고, 국내 해안지역에서 약 20여개 업체가 기존시설의 확장 또는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STX조선이 LNG선에 이어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하며 조선업의 호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황인 지금이야말로 건조능력 확대보다 기술력과 안정된 시스템에 주력해야 할 때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2동 디자인센터에 위치한 조선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캐드윈시스템(주)(공동대표 김철환?신정훈 www.cadwin.co.kr)는 국산 조선용 소프트웨어(SW)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되어 지난 2001년 ‘캐드윈 네스팅(Nesting)’을 개발 보급한 이래 현대미포조선·두산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업체에 채택돼 현재 국내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선박제조에 필요한 철판 제품을 구매할 때 이 SW를 이용하면 미리 최적화된 사이즈를 설계할 수 있어 가장 알맞은 부품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불과 5년 전까지 조선업에서 세계 1위를 해 온 일본에서 인정받기란 쉽진 않다. 현재 전 세계에는 30여개의 동종 SW가 있고 일본에는 10여종의 자국 SW가 애용되고 있는 상황. 한국산 완성품 SW가 일본 조선업계에 채택돼 사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의미는 더욱 크다. 캐드윈시스템(주)는 조선 설계와 선체 생산정보, 선박 내 케이블 선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지에서 연이어 러브콜을 받으며 세계적 기업으로 비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일본 조선업계 1위 이마바리 조선을 비롯한 스미토모 중공업과 공급계약을 맺은데 이어 중국 와이카오차오조선과도 공급계약 체결에 성공하며 한국 소프트웨어(SW)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실용적 기술융합으로 업계 선도
이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캐드윈시스템의 모든 프로그램은 기술융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술융합이란 업무 과정에 IT기술이 더해진 것으로 조선업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선업의 일련의 과정을 프로그래밍화 시켜 조선 설계 및 생산, 디자인 등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배 한척을 건조하는 과정은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이 투자되며 생산절차나 과정이 매우 세분화 되어 있다. 이를 과정상에 있어 1분씩만 단축한다면 시간과 자본에 있어 엄청난 절약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오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IT를 결합시켜 그 효과가 극대화 되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캐드윈시스템의 제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조선 설계의 일부를 담당하는 ‘캐드윈네스팅(Cadwin Nesting)’과 조선 선체 생산정보 시스템을 관리하는 ‘스파이스(Spis)’, 선박 내 케이블 선을 관리하는 ‘케이블 스케줄’등이 주력 프로그램이다. 캐드윈네스팅은 선박을 만드는데 필요한 철강판을 최적화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배에 들어가는 수천만 t의 철판은 선박의 부위에 따라 두께와 재질이 천차만별로 이 철판을 각 부위와 생산 개수에 맞춰 어떻게 설계해야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산해 내는 것이다. 캐드윈네스팅에 의해 생산할 경우 원가 절감은 물론 작업시간 단축 및 설계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과거 조선 설계를 하면서 조선 산업은 기술력을 만들기보다 주어진 재료의 조립에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조선업이 현재는 세계 1위로 호황을 맞고 있지만 끝없는 기술개발과 투자가 없다면 중국에게 1위를 내 줄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선업이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의 제시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소 제조업의 설계행위와 IT를 접목시키며 기술융합 소프트웨어를 개발, 조선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조선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신정훈 대표는 무엇보다 보수적인 일본이 한국의 소프트웨어로 조선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는 점이 업계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피력했다. 이는 거대한 선박을 만드는 수많은 과정 중 한 분야를 특화시키는 것을 통해 기술력을 한 차원 높였다고 볼 수 있으며 그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IT가 무분별한 IT로 끝나서는 안되며 실용성을 가진 가치 있는 IT가 되어야만 한다며 앞으로도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 한다.

기술력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비상
캐드윈시스템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선박설계에서 원자재 생산 과정을 전문적으로 특화시키며 그 기술력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등이 캐드윈시스템을 사용, 국내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일본의 이마바리조선, 스미토모조선, 중국의 SWS조선, 와이카오차오조선 등이 캐드윈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마바리조선, 스미토모중공업, 가와사키로봇 등의 업체와 공동으로 제품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일본 가와사키중공업과 쯔네이시중공업이 합작으로 개발 중인 조선용 앵글절단 로봇의 운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부문을 캐드윈시스템이 맡아 개발하고 있으며 역수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들어 캐드윈시스템이 거둔 수출 실적은 일본 스미토모중공업과 120만 달러, 중국 SWS조선사와 80만 달러 계약을 맺는 등 해외 수출계약만 300만달러 이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본에 5개, 중국에 7개 조선 및 중공업과 소프트웨어 공급 상담을 진행 중이어서 올해 말까지 캐드윈시스템의 수출은 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캐드윈시스템 설계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한번 도입해 쓰기 시작하면 최소 10년 이상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지보수에 따른 부가 수입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 대표는 “계약 때문에 한국을 찾은 일본 조선사 임원이 일본 조선업계의 70% 가량을 뚫은 것과 다름없다는 말로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했다”며 “한국의 앞선 IT기반 위에서 개발한 순수 한국 소프트웨어를 해외 대기업이 구매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30여개의 동종 소프트웨어가 있고 일본에는 10여종의 자국 소프트웨어가 애용되고 있는 상황. 한국산 완성품 소프트웨어가 일본 조선업계에 채택돼 사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 조선소는 일본 뿐 아니라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의 대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15∼18카피 규모의 물량을 주문한 것은 해당 조선소 산하 대부분의 사업장에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겠다는 것이기에 의미는 더욱 크다.

이와 관련, 캐드윈시스템은 향후 2년 정도면 일본 유수 조선소와 중공업에 캐드윈네스팅을 공급, 일본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중국과 베트남에도 2∼4카피씩 공급했고 추가 수출 상담이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의 확장에 이어 베트남 비나신 그룹 산하 조선 회사를 설립 계획 중이다. 과감한 R&D와 차별화된 경영으로 세계에 한국의 기술력을 알리는 것이 캐드윈시스템의 작은 도전이다.

캐드윈시스템(주) 신정훈 대표 특별 인터뷰

■2000년 설립 이래로 7년 만에 세계적 기업으로 고속 성장한 캐드윈시스템(주). 그 성공 경영의 키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캐드윈시스템은 직원 수 스무 명 남짓한 소규모 회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캐드윈시스템이 가지는 힘은 그 몇 배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캐드윈시스템이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실무 경험을 통한 실용적 기술개발과 인맥관리, 인력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많은 부분 인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개발해 내는 프로그램이 기술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인재가 곧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실용적 기술개발=인재’ 라는 공식이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인재를 아낄 줄 알아야 하고, 사원들에게 자기개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직원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CEO의 역할 아니겠는가. 직원들의 업무 효율 극대화를 위해 캐드윈시스템은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직원 각자가 업무효율이 높은 시간에 자율적으로 근무하며 최소 근무시간인 8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그리고 모든 업무 진행에 대해 보고절차 없이 직접 거래업체와 업무를 진행하는 등 자율 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탕비실과 안마의자가 비치된 휴게실 등으로 편의시설을 지원하는 한편, 3개월이 지나면 어학?컴퓨터?스포츠 등 자기계발에 노력하는 직원에게는 회사에서 비용의 50%를 지원해 준다. 이와 같은 운영으로 직원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더욱 많은 역량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이직률이 매우 낮아 인재난에 허덕이는 업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이 일을 하며 항상 느끼는 것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지금의 캐드윈시스템을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재유치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이익이나 국적을 넘어 조선업계의 선배로 예우하며 배우려는 자세로 임했던 것이 일본시장 공략에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을 해 나가겠다는 신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조선업에 모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1위라는 쾌거를 이루어내며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지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조선업과 정형화된 시스템으로 정상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의 조선업, 살아남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확한 지적이다. 지금 현재로는 한국의 조선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고용창출과 건조능력을 앞세우며 조선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이와 관련한 인프라는 부족해 업계는 인재난에 고심하고 있다. 즉, 채산성은 떨어지고 인재고갈과 함께 인건비 상승이라는 불협화음을 초래했다. 이에 대한 탈출구로 본사를 한국에 두며 중국에 공장을 세우는 회사도 일부 생겼지만 한국의 조선업이 흔들리면 이들도 타격을 받을 것은 당연지사.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현재 설계, 생산관리, 기술영업, 검사라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대략 이틀이면 선박 한 척을 건조해내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신속함 외에도 얼마나 더 정밀하게 선박을 건조해내느냐 하는 것이 업계에서 화두가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짧게는 5년, 길어야 10년 이내에 중국에 정상의 자리를 내어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닌 듯하다. 지금 보이지 않는 장벽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건조력보다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다. 기술개발센터의 유치, 교육 인프라의 구축을 통해 실력을 갖춘 젊은 인재의 양성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의 실적경영 역시 조선업의 미래에 많은 의문점을 만드는 요소. 실적경영이 아닌 확실한 책임경영으로 한국의 조선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거시적 안목으로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조선업의 호황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업계는 정상의 자리를 지켜 나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동남아 각국의 조선소를 보며 가파른 성장 속도와 양적.질적 확대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을 무대로 활약하며 국내 조선 소프트웨어 업계의 성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신 대표는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업계가 다 함께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할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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