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이상 1가구 1주택이면 누구나 가입, 주택연금 신청자 봇물…수급 우려도
우리나라 보통 기업의 정년은 55~57세 정도다. 평균수명이 86세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30여 년 동안 노후를 보내게 된다. 도시 근로자 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월수입 325만원, 연봉 3,900만원의 70%로 30년을 사는데 필요한 자금은 무려 8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은퇴 시기는 빨라지면서 노후대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다양한 연금 상품, 종신보험 등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11일부터 주택연금을 시행, 노년기에 들어 가진 건 집 한 채와 얼마 안 되는 예금뿐인 고령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아 평생 노후 보장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67세의 김씨 부부는 시가 2억2,000만원의 85㎡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 매월 68만8,000원 가량의 연금을 받게 됐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73세의 이씨 부부도 신문에 나온 주택연금 기사를 보고 가입해 매달 200만 원 가량 연금을 받게 된다. 이제는 한 달에 80~90만원 드는 병원비와 경조사비, 식비, 각종 공과금 등을 부담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72세의 박모 씨. 시가 5억3,000만 원 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월 205만 원 가량의 돈을 평생 지급받게 됐다. 그나마 받고 있는 국민연금도 박 씨 앞으로 월 15만원 아내 명의로 10만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 5년 전 가입한 노후보장연금으로 월 100만원씩 받고 있지만 이것도 5년 후면 끝난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같은 금액을 평생 받을 수 있어 은퇴 후 별다른 소득원이 없던 박 씨 부부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7월 11일부터 주택연금이 시행 되면서 가입자는 물론 잠재 고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경우, 고령자가 주택을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자택에 거주하면서 노후 생활자금을 연금형태로 지급받는 주택연금 시행 한 달 만에 상담 5,000여 건이 넘었으며 이 가운데 181건은 실제로 주택연금을 신청, 심사를 거쳐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고객은 55명으로 집계됐다. 신청자들의 평균 집값은 2억5,4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 65세 1가구 1주택자면 소득이 없어도 누구나 가입
주택연금 가입 자격 요건은 부부 모두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1가구 1주택자여야 하며 1주택 여부의 판단은 부부만을 기준으로 하므로 가구원인 자녀에게 주택이 있어도 주택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박성재 팀장은 “신청 자격은 부부 모두 만 65세 이상으로 1주택 소유자(가입당시 기준)여야 하며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고령자의 소득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도중에 이혼하면 주택 소유자에게만 연금이 계속 지급된다. 재혼의 경우 연금을 받던 주택 소유자가 숨지면 남은 배우자는 연금을 받을 수 없다.
대상주택은 주택법상 단독주택 혹은 공동주택으로 주택 소재지가 투기과열지구여도 상관없다. 단, 담보로 제공하는 주택은 시가 6억원 이하의 단독 혹은 공동주택이어야 하며 실버주택, 오피스텔, 임대 중인 주택,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예정된 주택 등은 안 된다. 이용 도중 주택가격이 올라 6억원을 초과하는 것은 상관없다. 주택가격은 국민은행이나 한국감정원의 인터넷 시세 또는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거주기간이 1년 미만이어도 상관없으나 주거 이전 목적으로 이사를 하면 계약은 중도에 종료된다. 더불어 주택에 가압류, 가처분, 경매 등이 없어야 하고 연금을 지급받는 동안에는 담보 주택에 전세를 줄 수 없다. 신청이 완료되면 매월 동일한 금액을 종신 지급받게 되는데 집값이 중간에 오르거나 떨어져도 월 지급액에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주택가격 변동 등 주요 리스크 변수들을 연 1회 이상 재산정해 월 지급액을 다시 산정한다. 따라서 집값과 나이가 똑같더라도 올해 가입자와 내년 가입자의 월 지급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주택금융공사 박성재 팀장은 “물가를 고려한 실질가치로 연금액을 정하면 월 수령액이 줄어들게 된다”며 “수급자들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 초기부터 빨리 많이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명목가치로 정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월 지급금은 가입 연령과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더 많이 나오며 가입 연령은 부부 중 나이가 적은 쪽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홍길동 씨가 만 68세고 아내가 만 65세인 경우 아내의 나이를 기준으로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아내가 사망해 계약이 종료되면 주택금융공사는 담보로 갖고 있던 주택을 처분(경매)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주택을 처분한 가격이 대출금보다 적어도 그 차액에 대해 가입자나 상속자가 같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주택을 판 가격이 대출금보다 많아 돈이 남으면 가입자나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주택금융공사는 이용자의 기대수명(2005년 국민생명표 기준)과 주택가격 상승률(연 3.5%), 장기 이자율 변동 예상치(연 7.12%) 등을 기준으로 고객에게 지급할 월 지급액을 최종 확정했다. 실제 대출금리를 회수할 때 적용하는 금리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의 유통수익률에 1.1%포인트를 더해 약 6.1%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시가 3억 원짜리 주택 소유자의 경우 당시 연령이 만 65세면 매월 86만4,000원을 70세 고령자는 매월 106만4,000원을 받게 된다. 집값이 시가 5억원이고 가입연령이 65세면 144만원, 70세면 177만원, 75세면 213만 원가량을 받는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려면 먼저 주택금융공사의 고객센터(1688-8114)와 각 지사를 통해 상담을 받은 뒤 주택가격 평가와 보증심사 등을 거쳐 보증서를 발급받은 후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이나 농협중앙회 삼성화재, 흥국생명 등 8개 금융회사의 가까운 지점을 찾아가 대출약정을 체결하면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단, 주택연금은 경매 처분할 때 집값이 떨어져서 대출 상환액을 충족하지 못해도 상속인에게 갚으라고 하지 않는 대신 은행이 입는 손실을 공사가 대신 변제해주기 위해 ‘보증료’를 받고 있다. 보증료는 주택가격의 2%에 해당하는 초기보증료와 대출 잔액의 0.5%의 연 보증료 두 가지를 부담해야 한다.
주택금융공사 박성재 팀장은 “보증료는 손실 보전을 위해 연금 가입자들의 공동기금 성격으로 정해진 것이다. 가입자들의 보험료는 주택금융공사에 모두 쌓인 뒤 기대수명을 넘어 산 가입자들에게 나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행 한 달 만에 목표치 웃돌아…수급 문제 우려도
주택금융공사가 시행 한 달 동안 주택연금 가입 신청자들의 평균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의 2억5,400만원 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매월 105만원의 노후 생활비를 받는 74세 노인으로 가입 기준 연령보다 9세가 더 많았다. 이용연령은 70대가 64%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2.7%, 80대가 13.3%였다. 담보주택은 1억 원에서 2억 원 사이가 26.5%(48건)로 가장 많았고 2억 원에서 3억 원 사이가 21.5%(39건), 3억 원에서 4억 원 사이가 17.7%(32건) 순이었다. 1억원에 못 미치는 주택도 17.7%(32건)이었고 5억 원에서 6억 원 사이의 고가주택도 9.4%(17건)를 보였다.
주택 소재지는 서울과 인천, 수원 등 수도권에 74%가 집중돼 있었으며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155건으로 전체 신청건수의 85.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단독주택 11.1%, 다세대주택 2.2%, 연립주택 1.1%순이었다. 가입 신청자 중 최고령자는 광주 동구 산수동에 사는 지모(92) 할아버지로, 6,500만 원짜리 단독주택을 담보로 월 63만 원을 수령하게 됐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조모(91) 할머니는 90대가 넘는 고령에, 3억 8,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현행 주택연금 제도상 최고액인 326만 7,850원을 매월 수령하게 됐다. 반면 부산 남구 용당동에 사는 정모(82) 할아버지는 2,500만 원짜리 단독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 매월 8만 9천 원을 받게 돼 전체 신청자 중 예상 월 지급금이 가장 낮았다.
공사 관계자는 “한 달간 5,000여건이 넘는 가입 상담이 이뤄질 정도로 반응이 좋다”면서 “나이가 많고, 주택가격이 비쌀수록 월 수령액이 많도록 설계돼 신청자에 따라 수령액의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택연금이 호응을 얻는 데 대해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공적연금제도가 부실화하고 금융권의 연금 상품들의 수익률이 저조해 주택연금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질적으로 생활 물가 등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적어도 월평균 수입이 200만원은 돼야 한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가구의 월 소득 규모를 분석한 결과 50만원 이하가 전체의 40%인 것을 비롯해 100만원 이하가 63%에 달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퇴 후 30~40년을 일정한 수입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며 지난 2005년 말 현재 6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연금 지급률은 21.2%에 불과해 현행 공적연금제도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금융공사 김갑태 부장은 “실질적으로 집만 하나 갖고 있으면서 생활비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어르신들이 이런 상품이 나오기를 많이 기대했다는 것을 상담과정에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갈 길 먼 주택연금, 안착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올 연말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고 오는 2018년과 2026년에는 각각 14.3%와 20.8%를 차지할 것으로 보여 고령사회와 초고령 사회에 잇따라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에 맞춰 시행된 것이 바로 주택연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집은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황지연 주택금융공사 서울지사 주택연금 상담사는 “당당한 가입자들보다는 집을 담보로 연금을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더 많아 노출을 극히 꺼리는 고객들이 많다. 또 자녀한테 집을 넘겨줘야 한다는 생각도 여전히 강한 편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한국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은 “1990년대 초반에 역모기지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가입자가 현재 23만6천 명에 이른다”며 “집을 자녀한테 상속한다는 의식이 약화되고, 자녀가 노부모의 주택연금 가입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면 주택연금 이용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시작단계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주택연금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로서 지난 1989년 HECM(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라는 공적 주택연금을 도입했다. HECM상품은 만 62세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고 주택가격에는 제한이 없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주택 금액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는 6억원 초과 주택이 많은 만큼 금액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도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일부 금액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가 6억 원짜리 주택 중 2억원을 제외한 4억원만을 주택연금에 활용하고 2억원은 자녀에게 상속하는 방식이다. 공사 일각에서는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해 주택연금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8억 원짜리 주택이라면 현행 상한선인 6억원까지만 주택연금에 적용하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연금 상품이 매월 일정한 금액을 종신까지 지급하는 단순한 구조로 돼 있다보니 상품 구성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10~20년 등 일정한 기간만 주택연금을 지급받는 확정기간형 상품 개발을 추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집값과 나이에 따라 연금이 책정되는 까닭에 생활하기도 어려운 정도의 금액을 받는 경우도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70세의 조모 씨는 일할 기력도 없고 자식들의 도움을 기대할 형편도 못돼 절박한 심정으로 주택연금 신청서를 냈다. 상담 당시 받은 단독주택의 예상시세는 1억원으로 부부의 나이를 감안하면 31만원의 월 지급금이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적어도 월 평균 200만원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생활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부산 남구 용당동에 사는 정모(82) 할아버지는 2,500만 원짜리 단독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 매월 8만9천원을 받게 돼 전체 신청자 중 예상 월 지급금이 가장 낮았을 정도로 집값이 낮은 경우 연금 수령액이 현저히 낮아져 적잖은 불만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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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 Q&A
Q : 100세를 넘게 살아도 월 지급금을 받을 수 있나
A : 국민생명표상 한계연령 100세를 초과해도 월 지급금은 계속 동일하게 나온다. 주택연금은 종신 지급, 종신 거주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Q : 주택연금 이용자에게 세제 혜택이 있다는데
A : 이용자 중 주택가격이 3억원 이하이며 국민주택 규모이하이고 연소득이 1,200만 원이하인 경우가 해당된다. 이 경우 주택연금에 담보로 잡힌 주택은 재산세가 25% 감면되고 200만원 한도에서 대출이자 비용이 소득공제 처리된다. 소득공제 증빙자료는 주택연금을 신청한 금융기관에 문의하면 된다. 또한 주택연금 가입자 모두에게 저당권 설정 시 등록세(설정금액의 0.2%)와 국민 주택채권 매입(설정금액의 1%)의무를 면제해 준다.
Q : 주택연금의 지급 방식은
A : 종신 지급 방식과 종신 혼합 방식 등 2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종신 지급 방식은 생존하는 동안 일정한 금액을 매월 나누어 지급받는 방식을 말한다. 종신 혼합 방식은 종신 지급 방식과 함께 미리 일정 금액을 인출 한도로 설정하고 의료비 자녀교육비 등 긴급자금 필요시 수시 인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인출 한도는 대출한도의 30% 이내에서 설정할 수 있다. 인출 한도는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같은 원리로 주택연금을 지급받는 도중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수시로 인출해 요긴하게 쓸 수 있도록 대출한도의 30% 이내에서 미리 설정할 수 있다. 긴급 자금은 보건의료비 관혼상제비 교육비 주택수선유지비 주택관련조세 담보평가 비용 등이다. 인출 한도를 설정하면 사용하지 않은 한도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수준으로 점차 증가하는 유리한 점이 있다. 반면 인출 한도를 설정하는 만큼 본인이 주택연금으로 지급받을 월지급금은 감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