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나와 익선동 한옥 마을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20년 전에 시간이 멈춘 듯한 낡은 풍경이 펼쳐진다. 가까운 거리의 북촌 한옥 마을과 달리 서민적인 분위기여서인지 젊은 예술가들이 정착해 감각적인 맛집과 카페가 눈에 띈다."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익숙하니까 왠지 다 알 것 같은 마음에 서울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알고 보면 숨겨진 매력이 가득한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후미진 골목에 감성이 스며들어 빛을 발하는 특별한 아지트 423곳을 <타박타박 서울 유람>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동안 서울을 주제로 한 여행서는 많았고, 인사동, 명동, 홍대 등 사람들이 몰리는 동네의 대표 명소들은 대부분의 책에서 언급되어 왔다. 그런데 중심가에서 그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면 서울 토박이도 놀랄 만한 마법과도 같은 명소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 나온다.
근대 한국화를 빛낸 화가로 알려진 '이상범의 가옥'과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한옥 양식을 엿볼 수 있는 ‘홍건익 가옥’, 현대 예술가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기리고자 설립한 '백남준기념관'은 얼마 전 일반에게 개방된 핫 플레이스다.
을지로에 타일 골목, 조명 거리가 유명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노가리 골목, 골뱅이 골목은 낯설다. 미로처럼 연결된 후미진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자개장, 샹들리에 등 옛날 소품으로 꾸며 놓아 을지로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카페와 단돈 1000원에 노가리와 생맥주를 먹을 수 있는 아담한 호프집이 있다. 조선 시대 순라군들이 순찰을 돌던 '서순라길'은 잔술집과 홍엇집, 옛날 찻집 등이 자리하고 있어 투박하지만 정감 가는 서울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116개의 컨테이너를 다양한 색깔과 형태로 조립한 서울숲 입구의 '언더스탠드에비뉴'와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기계 소리 가득한 동네에 창의성을 입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타박타박 서울 유람>은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동네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 새롭게 뜨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고즈넉하고 여유로우면서 세련된 동시에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빈티지한 장소들에 주목한다.
황금연휴에 돈 때문에, 혹은 시간 때문에 해외여행을 포기한 이들에게는 해외여행 부럽지 않은 여행의 로망을 선물해줄 것이며, 똑같은 패턴의 데이트가 지겨운 커플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또한 외국인 친구에게 어떤 서울을 소개시켜줄까 고민하는 이라면 든든한 서울 여행 참고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