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세계를 지배하던 과거와 달리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음식을 비롯해 스포츠, 예술, 패션 등 문화가 접목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이다. 심지어 ‘문화식민지’라는 표현까지 생겨났으니 문화가 현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넓은 문화의 카테고리 중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클래식에서 대중음악까지, 민요에서 샹송까지. 어디를 가도 음악이 흘러나오고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중음악만을 편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통 클래식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음악을 더 폭넓게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 열정으로 선율을 그려내다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협연. 그 무대 뒤에서 긴장을 한 순간 깨듯 당당한 걸음으로 무대에 나서는 모습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아름다운 연주와 온몸으로 느껴지는 터질 듯한 열정. 사라토미(도진미) 씨의 인생을 들어보지 않아도 그 몸짓 하나에, 그 선율 하나에 음악 인생 모두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6월 19일 김해문화의 전당에서 성황리에 뉴저지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사라토미(도진미) 씨. 그 잊을 수 없는 연주와 열정 가득한 모습에 다시 한 번 그녀를 찾게 되었다.
“살아 숨 쉬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일방적인 공연, 수동적인 관람이 아닌 온몸으로 느끼고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 혼을 담은 연주를 할 때의 떨림과 전율까지 관객에게 주고 싶었어요.”
그녀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라토미(도진미) 씨는 (주)사라토가 도용복 회장의 막내딸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부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도용복 회장은 부산문화계에서 널리 알려진 대로 음악, 연극, 여행 등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며 그 영향으로 세 자매가 모두 음악을 전공했다.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과 오빠도 음악에 대한 관심이 깊어 가족음악회를 열 정도로 도용복 회장 가족의 음악과 문화에 대한 열정은 뜨겁다. 언니들이 먼저 음악인의 길을 간 덕분에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움을 넘어 운명이라 생각한다는 그녀. 그녀가 클래식 바이올린을 하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클래식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클래식을 일반인들이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전자 바이올린이었다. 클래식 바이올린보다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음색을 가진 전자 바이올린에 열중하던 때, ‘일렉쿠키’를 접하게 되어 2001년부터 크로스오버 그룹 ‘일렉쿠키’의 창단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일렉쿠키’는 2001년 1집 앨범인 Temptation으로 많은 클래식 마니아와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활동해 오다 2005년부터 솔로활동을 하고 있다.
크로스오버, 그 무한한 가능성에 날개를 달다
‘크로스오버’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확한 의미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크로스오버란 어떤 장르에 다른 장르의 요소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음악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문화 전반에 걸쳐 ‘서로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라토미(도진미) 씨가 추구하는 음악세계인 크로스오버는 클래식에 대중음악의 색채를 입히거나 고전적인 것에 현대적 요소를 섞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그녀는 그 무한한 가능성에 미래를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해 낯설어 하고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가능성이 무한하고 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해요. 어떤 일이든 선두주자로 나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책임감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다음 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예술과 문화 저변확대에 일조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예술과 문화 저변확대에 일조하고 싶다는 도씨는 뉴저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외에도 엘살바도르 국영방송에서 아리랑과 엘살바도르 민요를 현대적으로 해석, 연주해 현지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지난 6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코리아 쇼페라단 창단 무대 ‘베르디의 남자, 푸치니의 여자’ 오프닝 무대공연, 김해문화의 전당 쇼페라 공연, 코엑스 행사 특별공연, 달맞이언덕 철학축제 공연 등 빈틈없는 국내공연에 이어 하반기에는 두바이 공연도 예정에 있다.
바이올린 하나로 세상에 도전장을 낸 그녀.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음악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과도 같다’며 ‘갈수록 힘들어지고 수없이 포기하고 싶어지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뜨거운 열정으로 노력한다면 답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음악인생의 마지막은 ‘가장 한국적인 정신을 담은 음악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탄탄한 실력과 끝없는 노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사라토미(도진미) 씨.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 그녀가 그려갈 새로운 음악 세계가 기대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토미 프로필
● 부산시향 오케스트라 협연
● 중앙대 오케스트라 협연
● 중앙스트링 앙상블 - Vivaldi Four Season 전곡 협연
● 국민일보 신인 음악회 연주(영산아트홀)
● Italy Firenze 'Fiesole Orchestra' 단원활동
● 그랜드챔버 오케스트라 단원활동
● 크로스오버 전자그룹 ‘Elec Cookie' 창단멤버로 활동
● El Salvador 공영 TV 방송출연
● 2007년 6월 김해문화의 전당 New Jersey Philharmonic Orchestra 내한공연 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