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통합법과 내실 다지기 ▲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지난 3월 17일 1,029원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며 970~980원대에 갇혀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네자릿수 시대로 복귀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과 수출기업 주가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무한경쟁 시대 대비한 증권회사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 4월 6일 발표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에 대해 국내의 반응은 다양하다. 우선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당장의 덩치 경쟁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통한 경쟁과 구조조정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친 이후에, 대형 IB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의 시점에서 내실 다지기를 위하여 가장 시급한 것은 ‘각종 시스템의 과감한 개혁’이다.
이런 관점에서, 각종 업무시스템 중에 ‘의사결정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면, 요즈음 주식 대차거래에 관한 기사가 비중 있게 자주 다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로 무슨 종목을 얼마나 대차 거래했는지가 주요 내용이지만, 그것보다는 ‘왜 우리나라의 주식 대차시장이 거의 외국인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와 국내 기관들은 왜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하여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만약 ‘자통법’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덩치가 커지고 각종 제도적인 규제들이 완화된다면, 이러한 문제가 자동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의 상황 하에서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 보여지는 판세다. 물론 증권 대차거래를 안 하거나 못 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회피 및 차익거래 등을 위해서, 외국의 IB(투자은행)들도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선진 투자기법의 하나이므로,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우리 금융기관들도 당연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도 못 하는 이유는 전문 인력 부족과 법규상의 규제 등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러한 문제들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의사결정 시스템부터 외국 IB에 비하여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통법’ 환경의 무한경쟁 시대에 대비하여 증권회사들은 IT 시스템을 포함한 각종 업무 시스템들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각종 시장지원 기능을 맡고 있는 증권 유관기관들의 업무 시스템들과도 연동되어 있으므로, 증권 유관기관들도 이들의 과감한 개혁을 위하여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며, ‘복잡한 것은 단순 편리하게, 늦은 것은 빠르게, 거래비용은 더 낮게’ 하는 방향으로 각종 시스템을 과감하게 정비하는 일이 시급할 것이다.
환율이 수출기업에게 미치는 영향
▲ 환율상승의 긍정적 수혜를 받을 기업들은 수출비중이 높고 원자재 수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일본과 수출경합 관계가 높은 기업들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LCD, 가전 등 전기전자 업종과 자동차 그리고 해운업종을 들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지난 3월 17일 1,029원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며 970~980원대에 갇혀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4자릿수 시대로 복귀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과 수출기업 주가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부채가 많거나 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불리하다. 반대로 수출비중이 높은 산업의 경우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면서 환율상승에 따른 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변화는 기업의 수출실적과 무관한 외생적 변화에 따른 것으로, 경상수지 악화로 인한 구조적인 달러공급 부족이 큰 이유다. 여기에 글로벌 주식시장까지 하락하면서 원화매도가 늘어나고 있고, 투기적 원화 매도, 손절매 물량 등으로 원화매물이 늘어나는 것도 환율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환율변화는 기업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의 환율 급등은 단기간 내에 변동 폭이 예상 밖으로 크고, 수출에서 경합관계에 있는 국가와 환율의 방향성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기업 환경 및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크다. 다시 말해 1/4분기 환율상승이 예상치를 넘어섰기 때문에 기업들의 환차익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환율상승이 2/4분기까지 지속되면 환차익과 더불어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호전 효과가 기업실적 추정치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의 환율상승이 미치는 영향력은 그 어느 시점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원화가 다른 수출국에 대비하여 유독 약세임을 감안한다면 수출기업들이 받는 긍정적 효과의 크기는 환산할 수 있는 수치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율에서 간과할 수 없는 반대의 측면이 수입과 관련된 물가부담이다. 그동안 원자재 등의 비용 상승 요인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강세로 인해 상당부분 물가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되는 환율 상승은 원자재 수입가격을 끌어올려 물가상승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소비자의 구매력을 저하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2/4분기 환율은 주식시장에 여전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2/4분기를 기점으로 정점을 이룬다고 판단할 때 환율상승의 긍정적 수혜를 받을 기업들은 수출비중이 높고 원자재 수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일본과 수출경합 관계가 높은 기업들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LCD, 가전 등 전기전자 업종과 자동차 그리고 해운업종을 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환율상승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음식료, 제지, 제약, 전력, 철강업종 등이다. 상대적인 수출비중은 높으나 원자재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석유화학 및 정유 업종 역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급물살 타나
▲ 내년도 경제전망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희망적인 가운데 각 산업부문별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업종별 경기전망에 대해 IT산업의 수출회복과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의 수출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경기를 북돋우려면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공급하여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하지만 한국은행은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국제유가가 연일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선뜻 물가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열린 4월 회의에서도 또다시 기준금리를 5%대로 동결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미국의 달러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 우리나라 금리와의 격차가 벌어져 ‘핫 머니’의 유입도 우려되는데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정부나 정치권의 바람이 거세었으나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의 입장이 다소 바뀌는 것이 아닌가하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내용이 변화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감이 진정되고 있어서 우리나라 경기도 점차 안정되리라 보는 입장이었다. 경기가 안정되고 있으니 굳이 물가불안의 위험을 무릅쓰고 금리인하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월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의 기자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몇 달 전에 예상한 것보다 상당 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그는 “당초 미국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우리나라 실물 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앞으로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다 이 총재는 “내수 쪽에서도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며, 앞으로 우리 경제를 전망해 보면 국외 여건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고도 언급하였다. 예전과는 달리 경기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다.
한국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금융시장의 채권딜러들은 이 발언을 놓고 한국은행의 정책이 물가안정 우위에서 경기를 진작하는 방향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성태 총재 스스로 “예전에는 미국의 영향이 없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하였고, 또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가 우려된다면 당연히 한국은행은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러니 한국은행이 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주안점을 바꿀 것이고, 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도 금리인하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미국 및 일본 순방을 앞두고 가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내수 회복을 위한 조치를 강조하였다. 사실 연초부터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방향의 문제는 아니라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금리 인하가 대세이니만큼 우리도 결국은 금리 인하 추세에 동참하리라는 것이었다. 다만 대외적으로 유가 등 물가불안 요소들이 상존하였기에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졌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으로 본다면 이제야말로 금리 인하의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금리는 빠르면 당장 5월 중에도 인하될 수는 있다. 사안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친다면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인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입장으로서는 나름대로 명분을 마련하여야 하므로 소비자 물가 등 물가가 다소나마 진정되는 모습이 포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는 6월, 혹은 늦어도 7월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만일 금리를 내린다면 그 폭은 얼마나 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시장에서는 ‘그린스팬의 아기 걸음마’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스팬의 아기 걸음마 정책’이란 전임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었던 그린스팬이 달러의 금리를 내리면서 매번 0.25%씩 서서히 인하한 정책을 말한다. 한꺼번에 금리를 내리지 않고 천천히 인하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서도 경기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러니 우리도 올해 6월 혹은 그 이후에 두 차례 정도 나누어서 0.25%씩 금리가 인하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여 채권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만일 금리인하 결정이 구체화된다면 주식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금리인하로 인하여 물가안정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어느 정도 각오하여야 할 일이지만, 물가상승을 크게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금리인하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경기활성화 측면에서도 기대되는 조치인 것은 분명하다.
금리인하 기대감과 외국인 투자
국채 채권시장은 몇 가지 금리 상승 요인이 생겼지만 투자자들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 하는 모습이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계속 정책금리 아래서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금리 상승 요인은 역시 주가 상승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몇 주 동안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3월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가는 S&P500지수 기준으로 3월 중순 저점 대비 10% 가까이 올랐고 우리나라 KOSPI도 15%나 상승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주가가 오를 때 금리도 같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2007년 중 일별 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를 구해 보면 0.82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 3월 이후 상관관계를 구해보면 -0.62다.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는 날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금리를 끌어올릴 만한 환율 상승에도 금리가 별로 반응하고 있지 않다. 지난 3월 중순에 원ㆍ달러환율이 1,000원을 넘어설 때만 해도 국내 금리는 환율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4월 들어 1,000원 근방까지 다시 올라서는 과정에서는 금리가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채권가격이 이렇듯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요인 때문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많은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 인하 신호가 나타났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5월부터 정책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시각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사실 성장과 물가, 고용과 환율, 자산가격의 어떤 조합이 우리나라에 적정하고 옳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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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업종간 장벽을 허물어 ‘한국판 골드만삭스’와 같은 종합 금융회사를 만들기 위해 재경부가 ‘자통법’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의 입법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합의하지 못해 6월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관해서도 이런저런 의견이 많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최근 정부의 정책 스탠스에 대해서 또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결국 인하 여부와 그러한 상황이 전개됐을 때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일 뿐이다. 둘째 외국인 채권 투자가 꾸준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현물시장 뿐 아니라 국채선물 시장에서 순매수 규모를 크게 키워가고 있다. 4월 들어 3주 동안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순매수 규모는 2만 계약을 넘는다. 같은 기간 현물 채권도 2조 원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파악되니 최근 금리 하락을 외국인들이 주도했다는 평가도 충분히 가능하다.
외국인들의 채권 순매수는 결국 재정거래 기회가 크다는 점과 국내 금리 수준이 낮지 않다는 평가에 의한 것일 텐데 앞으로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물가가 높은 상황 하에서 채권 투자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기가 조금 좋아지기 시작하면 금리도 빨리 오를 수 있다. 한국은행이 예상과 달리 정책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기 어렵다. 경기가 나쁘다 보니 자금을 조달하는 쪽이 높은 금리를 수용할 수 없고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도 점차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