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지구에 착륙한 외계인들의 신기한 퍼포먼스와 신나는 음악, 레이저같은 조명이 좋았어요”, “다른 연극은 대본만 있는 데 이 공연은 같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것 같아 더 즐거웠어요”, “배우들과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신나게 공 던지며 놀아서 참 좋았어요. 클럽같아요. 또 오고 싶어요”
2019 화제작 ‘헬로 스트레인저'가 오늘(2일) 드디어 개막하고 그 신비의 베일을 벗었다. 관객들은 마치 클럽에서 외계인들과 신나게 파티를 즐기는 기분으로 한여름의 더위가 무색하게 배우들과 호흡하며 흥겹게 공연을 함께 했다.
하지만 한 켠에서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소리도 있다.
“대본이 없어서 작품이 난해하다.”, “한번 신나게 놀려고 왔는데 제대로 못 놀았어요. 몸은 놀려고 하는 데 자꾸 머리는 작품을 분석하려해서요.ㅎ”
사실 ‘버라이어티 비주얼 퍼포먼스’라는 장르는 낯설다. ‘헬로 스트레인저’ 공연의 관객들은 미리 작품 내용을 알고 공연장에 오기가 쉽지 않은 낯선 공연이다. 글로 표현된 대본이 딱히 있지도 않고 서커스처럼 신기한 묘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관객들은 먼저 공연을 본 관객들의 소감이나 사진 정보들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정보들마저 개인들의 제각각의 파편적인 느낌일 뿐... 그렇기에 결론은 ‘버라이어티 비주얼 퍼포먼스’를 표방한 ‘헬로 스트레인저’ 공연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청각적 눈요기로 순간을 즐기면 되는 작품이다. 마치 마술 공연을 볼 때 심각하게 분석하려하면 오히려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헬로 스트레인저’ 공연도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을 따라 같이 호흡하고 배우들이 이끈 대로 열린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공연이다.
그래도 ‘공연을 몸보다 먼저 머리로 분석하고자 하는 고질병(?)’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보낼 수는 없으니 공연을 직접 만나기 전에 조금은 이해를 돕고자 ‘헬로 스트레인저’를 미리 톺아본다.
낯선 공간, 낯선 공연, 낯선 사람과의 조우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낯설다. 외계인들이 낯선 지구에 온 것처럼, 관객 역시 익숙한 공연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낯선 공연에 노출된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되면 먼 미래에서 온 외계인이 등장하고, 이들을 따라 낯선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시작한다. 우주선의 카운팅과 발사 소리, 무대와 객석 사방에서 배우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타고 온 소형 우주선들이 본선에 도킹한다. 본선 우주선 놀랍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냉장고’로 바뀐다.
냉장고는 ‘극단 낯선사람’의 세계 공연유랑프로젝트에서 활용한 메인 오브제다.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 속의 냉장고, 싱싱한 음식과 야채 등 식자재를 보관하는데 그친 냉장고는 ‘헬로 스트레인저’ 안에서 ‘타임머신’으로도,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술 상자’로도, ‘욕조’로도, 마치 살아 움직이는 ‘인격체’로도 표현된다.
매일 접하는 일상 속의 사물들을 외계인의 시각을 통해 낯설게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같이 어우러져 신나게 놀며 소통하는 것이 ‘헬로 스트레인저’의 매력이다.
먼 미래에서 온 외계인들

먼 미래에서 외계인들이 왔다! 지구가 오늘 폭발하기 때문에, 타임머신을 타고 외계인들이 내려온 것이다. 이 곳 인사아트홀에서 제~일 신나게 노는 사람들 딱 2명만 살려갈 수 있다. 과연 그게 누가 될 것인가?! “자 이제부터 지켜보겠다. 앞으로 남은 1시간”
착륙(Landing)
외계인들 인사아트홀 착륙! 우주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신나는 음악이 고조되면서 외계인들이 내려온다. “이 조그마한 지구가 곧 폭발한다고? 그럼 우리는 지구별의 마지막을 신나게 놀아볼까?”

기계(Machine)
우리 일상 속의 수많은 기계들. 이것들이 과연 그냥 ‘기계’일까? 냉장고가 타임머신이 되었다가, 우주선이 되었다가, 또 욕조가 되는 것처럼 우리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도 사실은 살아있는 존재는 아닐까?! 기계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현대 사회 인간의 모습 그리고 일상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기계들과의 낯선 콜라보!!
삶(Life)

열심히 달려 나가고 뛰어나가고, 오르고 기고 떨어지고 다시 뛰기 시작하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나가는 시대의 인간들에게 마지막은 결국, 별거 아닌 ‘시원한 물 한 모금뿐!’. 허상의 목적을 쫓아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가지만 그 끝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사회에 대한 통찰일 수도 있고, 지난 세계공연유랑 프로젝트에서 ‘극단 낯선사람’이 겪은 경험이 응축된 장면이기도 하다. 추상적인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고, 닿을 듯 말 듯 하면서도 결국 다시 밀려나고 다시 출발해야 하고, 열심히 하지만 방향은 맞는 지, 그 목표점은 어디인 지도 모르고, 심지어 길바닥에 열심히 돈까지 뿌리고 다녔던........... 낯설었던 자전적인 경험을 보여주고 있다.
외계인 춤(Dance)

외계인 그들도 춤을 춘다. 다소 기괴한 몸짓으로,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게...외계인들 각각의 자신만의 춤동작이 있기도 하고 함께 군무를 하기도 한다. 지구 멸망의 순간에 그들끼리 정말 열심히 잘 논다. “왜 너희들은 보고만 있을 거야?, 지구가 곧 폭발할 텐데...공연도 곧 끝날 텐데...”
지구 안녕! 안녕? 낯선사람(Hello! Bye! Stranger)

이제 곧 떠날 시간, 관객 머리 위로 하얀 천이 덮이면 오직 탈출할 유일한 길은 우주선 냉장고에 탑승하는 길! 우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남은 자리는 단 2명! 마지막얼마 남지 않은 시간,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그리고 지구 안녕! 안녕? 낯선사람(Hello! Bye! Stranger)

첫 공연부터 단체관람으로 기분 좋게 포문을 연 2019년 화제작, 버라이어티 비주얼 퍼포먼스 ‘헬로 스트레인저’ 공연은 8월 11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인사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전석 3만원, 인터파크와 네이버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