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5호=김성민 기자) 협력업체를 동반자로 규정하고 상생과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한 중견기업의 미담이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며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화승이 적자누적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법원은 하루 만에 채권 추심과 자산 처분을 막는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린바 있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의 회생절차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채권자가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경매절차 등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를 비롯한 채권자들은 화승으로부터 어음 등의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화승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묶이게 됐고, 업계에서는 화승에 의류와 신발을 공급한 1차 납품업체와 원부자재 공급업체가 도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전국에 50개 이상의 협력업체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며 화승의 부채는 총 2300억 원 규모로 이중 납품업체에 밀린 물품 대금은 1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성장과 상생의 원칙을 바탕으로 지원책 만들어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업체 네파㈜는 협력업체들이 이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납품대금 조기 집행, 선 집행이라는 흔치 않은 결정으로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네파는 현재까지 약 10여 개 업체에 약 200억 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경영자 입장에서 고민되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동반성장과 상생의 원칙을 바탕으로 지원책을 만들어 낸 네파(주) 이선효 대표는 파트너사로서 당연한 결정이라며 협력업체 대표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심적인 고통까지 아우르는 소통으로 감동을 주고 있다.
협력업체의 리스크가 본사의 리스크로 전이되는 걸 막기 위해 오더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 정서라고 볼 때 네파(주)의 미담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귀감이 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상생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갑질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은 현 상황에서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네파(주)의 신선한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갑질 기업 제품을 불매하고 착한 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자 운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동반성장을 위한 네파(주)의 기업 정신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본보에서는 네파(주)의 미담을 듣고 협력업체 대표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네파(주) 협력업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주)창대어페럴 박종갑 대표와의 인터뷰

Q. 창대어패럴은 어떤 회사인가
A. 창대어패럴은 1997년 3월에 설립했다. 초기 ‘동우’라는 상호로 개업했고 1년 후 ‘창대어패럴’로 상호 변경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과 거래를 진행했다. 국내 생산업체중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다운 전문 생산업체로서 주력 생산품으로는 초경량 구스다운재킷이 있다. 2005년 아디다스를 시작으로 다수의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구스다운재킷을 생산했으며 현재 네파(주)의 상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Q. 가장 호황이었던 시절과 지금 상황은
A. 2년 전까지는 아웃도어시장이 호황이었다.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본다. 한편 가장 힘들었던 때는 1998년도 IMF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어렵게 버텨서 현재까지 왔다, 그때 이후로 힘든 시기는 현재다. 요즘 경기가 나쁘고 아웃도어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불황기라고 본다.
Q. 네파(주)와 거래한지 얼마나 되었나
A. 네파(주) 초기 시절부터 거래를 해왔으니 꽤 오래 됐다.MC몽에서 2PM으로 광고모델이 교체되어 네파가 뜨기 시작할 때 우리가 2PM이 광고하던 바람막이(방풍재킷) 20만 장을 납품했다. 그 당시 제품으로 네파의 인기가 상당히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Q. 네파(주)의 선지급 같은 예가 흔한가
A. 흔하지 않은 일이다. 작년에 화승이 부도 처리되고 어려운 상황일 때 네파(주)의 이선효 대표가 임원회의에서 협력업체를 도와주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우리 같은 업체에게는 메인 오더가 매우 중요하다. 메인 오더를 뺏어갈 때가 제일 조마조마하다. 보통 회사가 어려우면 메인 오더부터 수거해 가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네파는 선결제를 집행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Q. 창대어패럴뿐만 아니라 약 10여 개의 회사들이 네파에게 선지급을 받았는데, 네파의 선지급이 업체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A.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래도 본사가 협력업체를 파트너로 생각해주는구나 싶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네파도 공급을 받아 사업을 해야 하는데 상황이 어려운 업체에 발주를 해놓고 제때 공급을 받지 못하면 네파 또한 손실이 매우 큰 상황이 될 수가 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네파의 이러한 선의는 우리 같은 업체들에게 많은 도움 되었다. 정말 고마운 기업이다.
Q.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은
A. 늘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 아직은 실천을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미약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보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회에 베푸는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려고 한다.
Q. 창대어패럴도 네파의 상생 정신을 본받아 협력업체들에게 선의를 베풀 생각이 있는지
A. 도움을 받고 네파 이선효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선효 대표가 ‘파트너사로서 당연한 도리이다’라며 건강을 챙기라는 인간적인 화답에 감사하고 든든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일로 인해 항상 나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을 했다. 앞으로는 주변이 어려울수록 도움을 줘야겠다는 교훈을 배웠다. 또한 우리의 파트너들이 우리에게 원자재를 공급할 때 어려운 상황이라면 네파(주)처럼 우리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주)아이에스인더스트리 이은행 회장 인터뷰

Q. (주)아이에스인더스트리는 어떤 회사인가
A. ‘일성레포츠’라는 올해 31년째 된 회사를 운영하면서 개성공단에 진출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어려움이 닥쳐 ‘일성레포츠’라는 이름으로 활동이 어려워져 (주)아이에스인더스트리를 2009년에 설립했다. 회사의 주요 생산품목은 아웃도어와 골프의류이다. 네파와는 일성레포츠 때부터 함께 했으며, 현재 (주)아이에스인더스트리와도 함께 하고 있다.
Q. 네파(주)와 거래한지 얼마나 되었나
A. 네파와는 2013년도부터 시작해서 7~8년 정도 거래했다. 네파같은 브랜드업체들은 공급업체들이 건실해야 좋은 물건을 받을 수 있다, 공급업체가 흔들릴 경우 브랜드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되어 좋은 품질의 물건들을 받기 힘들어진다. 네파(주)는 여러 번 어려운 상황일 때마다 협력업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016년도에 개성공단이 문을 닫았을 때 회사에서 수주한 오더로 인해 회사가 큰 영업손실을 보았다. 이러한 힘든 시기에도 네파는 우리에게 주문을 밀어주었다, 덕분에 힘든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다. 최근에도 네파는 화승의 부도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회사를 믿고 다시금 오더를 밀어주었다. 우리를 믿고 오더를 밀어주었을 감동했다. 브랜드로서 공급업체들을 이해해주고 끌어 안아주는 네파의 모습을 대기업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대다수 브랜드 회사들은 공급업체가 어려워지면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네파는 오히려 선지급을 하며 공급업체를 돕고 있다고 들었는데 (주)아이에스인더스트리는 어떤 도움을 받았나
A.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이러한 풍습이 있지 않다. 어느 기업들이나 공급업체들을 끼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선지급 건이 나오기는 힘들다. 하지만 네파는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같은 공급업체들은 복수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도 코오롱, 화승 등의 업체의 주문을 받아 움직인다. 화승이 어려워지면서 우리 또한 힘들었는데 네파의 선지급이 큰 도움이 되었다.
Q. 자금이 조기 집행되어 협력업체들이 자금에 숨통을 트이는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믿고 오더를 진행하는 것 아닌가
A. 복합적이다. 결제를 해줬지만 공급업체들이 못 굴러갈 경우 네파에게도 큰 타격이 된다. 원래는 납품 후 1달 후 현금 결제를 해주는데, 네파는 마감하면 5일 후에 바로 입금을 해준다. 최근 갑작스러운 화승의 부도로 인하여 업계는 불안감이 조성되었다. 우리 같은 경우 다행히 네파가 선결제를 해주어서 우리의 하청업체들에게 안정적인 결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안함이 해소되면서 일이 안정적으로 진행되어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받고 있다. 지속적인 거래관계도 좋지만 거래를 함으로써 공급업체들이 스스로 네파를 찾아올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네파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어려운 회사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네파의 대표이사 및 경영진들이 공급업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고 들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A. 우리 회사는 가내수공업 형식이기에 사회적으로 크게 보지는 않지만 우리 식구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 최고 아닐까 생각한다.
Q. 거래업체들이 어려울 때 네파처럼 하실 의향이 있는지
A. 당연히 그렇다. 네파가 우리를 믿고 선지급을 해주는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의 파트너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