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축소 의혹 해상 노크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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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축소 의혹 해상 노크 귀순
  • 박희윤 기자
  • 승인 2019.07.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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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목선에 구멍 뚫린 경비 태세
(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255호=박희윤 기자] 지난달 25일 국방부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국방부 발표와는 달리 북한 목선이 레이더에 50분간 선명하게 잡혔던 것으로 드 러났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정 조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중요한 문제 는 어선에 의해서 경비태세가 구멍 뚫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진실에 입각해서 솔직히 소상히 설명되고 은폐·축소 의혹에서 더 이상 논란되지 않게 명쾌하게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사건의 발단

지난달 15일 오전 6시 10분경, 삼척항 멀리서 1.8t짜리 북한 목선이 부두로 진입했다. 10여 분 뒤 부두에 정박한 배가 주민에게 발견된 시각 은 오전 6시 50분경으로 부두 주변을 30분 동안 활보하면서 지나가는 낚 시꾼에게 휴대전화도 빌리고 북한에서 왔다고 소개까지 했다. 군은 발견 당시 북한 주민 2명은 목선 안에, 나머지 2명은 부두에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나타난 건 배를 정박한 지 20여 분이 지나서였다. 군 발표 등에 따 르면 이 배는 9일 함경북도를 출항해 10일 북측에서 다른 어선들과 위장 조업을 했다. NLL(북방한계선)을 넘은 것은 12일 오후 9시쯤. 어선은 만 하루 이상 표류하다 13일 육지 방향으로 최단거리 항해를 시작해 14 일 오후 9시쯤 삼척항 동쪽에서 엔진을 끄고 15일 일출까지 대기했다. 합참은 지난달 15~16일 양일간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 조사 뒤 진행 된 지난달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군의 경계 태세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목선의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 장관은 ‘북한소형 목선 상황 관련 대국민 사과 성명’을 통해 “지난 15일에 발생한 북한 소형 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드린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

정경두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방부에서 북한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한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와 관련자 문책을 약속했다. 군은 사건 직후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닷새 만에 국방부 장관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경 계작전 실패를 시인한 것이다. 정 장관은 ‘북한 소형 목선 상황 관련 대국민 사과 성명’을 통해 “지난 15 일에 발생한 북한 소형 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할 것”이라며 “군은 이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보완하고 기 강을 재확립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다”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 보고나 은폐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시 한 번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강한 군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리면서 깊은 사과 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의혹과 파문 확산

군 당국은 사건 발생 이틀 째인 지난달 17일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경위 를 설명하면서 북한 어선이 NLL을 남하할 당시 군의 경계태세에는 아무 런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당국의 설명과 달리 북한 어선 이 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할 때까지 군이나 해경의 아무런 제지를 받 지 않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어선도 산책을 나온 민간인에 의해 최초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의 해상 경계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지난 2012년 강원도 고성 GOP ‘노크 귀순’이나 2015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날이 밝길 기다렸던 북한 병사 ‘대기 귀순’과 판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진입 당시 해양경찰이 이를 신고 받고 목선의 기관 고장과 수리, 삼척항 입항 과정 등을 청와대와 총리실, 정부 부처와 군 당국에 즉시 보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난달 18일 사건이 처음 알려진 당시부터 일기 시작한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군 당국의 ‘말바꾸기’논란에 더해, ‘해경 발표를 미처 알지 못했다’는 국방부의 해명 또한 거짓이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파문이 확산되었다.

지난달 15일 오전 6시 50분, 삼척항 방파제에 북한 어선이 왔다는 신고에 삼척 파출소 경찰들이 목선을 타고 온 북한 주민들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19분이 지난 7시 9분에 첫 보고서를 청와대, 국정원, 합참 등에 북한 어선이 자체 동력으로 삼척항에 입항했다고 보고 했다. 하지만 군은 지난달 17일 첫 발표에서 어선 발견 지점을 ‘삼척항 인근’이라고만 했고, 표류라고 명시해, 자체 동력으로 배가 움직인 것도 숨겨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식재료는 있는데 취사도구는 없어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북한 어선에는 쌀 29㎏과 함께 양배추(6.1㎏)·감자(4.1㎏)·고추·당면 등 음식 재료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멸치 조림, 고추·깻잎 장아찌, 소금과 된장도 10.3㎏ 가량 실려 있었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함경북도에서 조업을 위해 9일 자정에 출항했다. 그런데 취사도구는 없었다고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정원이 최초 보고에서는 조리도구가 있다고 했는데, 막상 삼척항에 갔을 때는 취사도구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취사도구 없이 바다에서 일주일 이상 운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더욱이 조업을 하다 기관 고장으로 닷새를 표류하다 엔진을 고쳐 삼척항으로 들어왔다는 북한 어민의 말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쌀도 있고 양배추도 있고 먹을 게 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생쌀을 먹지 않았겠느냐”라고 했다.

빈 어창, 연료에 대한 의문

정보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함북 경성군 집단포구에서 25~26척과 함께 선단을 이뤄 9일 0시에 출항했고, 10일 오후 어장에 도착해 이틀동안 어로 활동을 했다고 합동정보조사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2일 오전 9시쯤 갑자기 남하를 시작했다. 삼척항 입항 당시 목선의 어창은 비어있었고, 배에는 녹색 기름통이 2개 가량이 실려 있었다. 목선은 직선 거리만 500㎞가량인 경성(함경북도)~삼척 구간을 항해해 왔다.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의 28마력 소형 목선이 삼척항까지 항해하려면 최소 1000L의 기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많은 기름을 어디에 싣고 왔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또 연료는 1000L를 쓰고도 더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에서는 북한 선원들이 바다에서 잡은 오징어를 큰 배에 곧바로 팔고 그 돈으로 기름을 넣었다고 설명했다”며 “바다 위에서 오징어를 잡아 돈을 받고, 생필품을 사고 파는 물물교환이 성행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북한 목선이 오징어 잡이를 했다고 보고했지만, 어창은 비어있었다. 국회 정보위 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국정원에서는 이 배가 오징어를 잡았다고 하는데, 삼척 지역 주민들은 ‘오징어를 잡으면 그 과정에서 먹물 등이 튀어나와 굉장히 더러운데 배 안이 너무 깨끗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25~26척이 선단을 이룰 때 냉동선, 운반선 등 각자 역할분담이 있는데, 이 배는 ‘조업선’의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이 공개한 GPS 지도를 보면, 이 배는 어장에서만 4~5번 옮겨 다녔고, 울릉도 인근을 거쳐 삼척으로 내려왔다”며 “문제는 GPS 기록이 없고, (어로 지역에서 울릉도까지) 기록이 없다”고 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울릉도 근처에서 며칠간 표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보고서를 보면 ‘북한 어선의 기관 고장은 없었다’고 적혔다. 정보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엔진을 끄고 있었던 것 같다”며 “기관이 고장났다고 한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모르지만 첫 진술은 그랬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GPS를 켰을때 경로가 확인되는 지역은 빨간색으로 표시되는데, 앞서 밝힌 두 부분은 확인이 안 된 것으로 나와 국정원에서 포렌식 복구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북한선박 입항 은폐조작 진상조사단 (왼쪽부터) 김성찬·이철규 의원, 나경원 원내대표, 김영우 진상조사단 위원장 등이 지난달 24일 오전 강원 삼척시 정라동 동해해양경찰서 삼척파출소에서 해경이 공개한 지난 15일 북한 선박 입항 당시의 CCTV 화면을 보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칼주름 인민복에 말끔한 모습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북한 선원 4명은 20~50대로 구성됐다. 20대로 추정되는 가장 젊은 선원은 인민복을 입었고, 30대로 추정되는 선장은 전투복 상·하의를 입었다. 50대로 추정되는 기관장은 웃옷을 전투복으로 입었고 40대로 추정되는 선원은 일반복을 입었다. 이 가운데 귀순한 두 사람은 선장과 인민복을 입은 20대 남성 등 2명이다. 50대 기관장과 40대 추정 선원은 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귀순한 20대 남성은 다림질로 칼주름이 잡힌 인민복을 입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작은 목선을 타고 며칠 간 수백㎞를 항해한 사람치곤 지나치게 말끔해 ‘군인설’, ‘간첩설’도 돌았다. 특히 이 인민복을 입은 남성이 삼척항에서 목선을 112에 신고한 주민에게 “서울에 이모가 있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국방부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국방부 발표와는 달리 북한 목선이 레이더에 50분간 선명하게 잡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정 조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문제는 어선에 의해서 경비태세가 구멍 뚫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진실에 입각해서 솔직히 소상히 설명되고 은폐·축소 의혹에서 더 이상 논란되지 않게 명쾌하게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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