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55호=최지연 기자)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인천시에서 처음 발생한‘붉은 수돗물이’서울, 경기도 광주, 청북 청주 등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붉은 수돗물’사태로 인해 음용수 불신이 전국으로확산되며, 국민들의 수돗물 불신감이 팽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인천 최초 ‘붉은 수돗물’ 발생
지난 5월 30일 오후 인천시 서구 지역 엄마들의 맘카페 ‘너나들이 검단·검암맘’과 ‘달콤한청라맘스’에서 수돗물이 붉게 변했다거나 수돗물에 이물질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마시고 사용하는 수돗물이 붉게 오염되 나오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어 즉시 지역 구의회 의원에게 사태 파악을 해달라고요청했다.
이에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꿔주는 ‘수계 전환’ 때문에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방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금방 수질이 회복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주방과 화장실에 설치된 필터가 검은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는 ‘붉은 수돗물’ 현상은 지속되었고 심지어 수돗물에서 알갱이 형태의 이물질이 나오는 가정이 많았다. 지속적인 민원에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소리만 반복했다. 이에 엄마들은 피해자료를 모으기 시작하여 인천시와 서구등에 민원을 넣고 언론사에 제보하기 시작했다.
이어 중구 영종도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천시교육청에서도 지역 학교 수십 곳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것을 확인하고 급식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사태 발생 6일이 지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인천시가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천시 초기 대응 미흡… 박남춘 시장 공식 사과 발표
지난 6월 16일 주민 5천여명이 인천시 서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17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붉은 수돗물 사태 초기대응 미흡에 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적수 사태 초기 수질검사 기준치에만 근거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주민들께 설명을 드려 불신을 자초했다”면서 “응급 대처 중심으로 초기 대응이 이뤄졌고, 사태 원인분석과 대책에 대해서도 많은 오판과 부족함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또한박 시장은 이달 말까지 수질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18일에는 이번 사태가 인천시의 총체적 대응 부실 때문에 발생해 장기화 했다는 환경부 발표까지 나왔다. 환경부를 포함한 정부 합동조사반은 당일 ‘붉은 수돗물’ 사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천시의 초동대응과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계 전환 과정에서 압력을 가해 물이 역방향으로 흐르도록 할 때는 이물질이 발생하는지를 보면서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야 하지만, 급하게 밸브를 개방해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문래동까지 확산… 박원순 시장 “서울시로서 치욕적인 일”
앞서 인천시에 이어 서울 문래동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발생했다. 무리한 급수전환이 원인이 된 인천 사태와 달리, 이들 지역의 붉은 수돗물은 오래된 배수관에서 침전물이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서울시 등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붉은 수돗물’이 나온 영등포구 문래동을 긴급 방문해 실태 점검에 나섰다. 지난 21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문래동 아파트를 찾아 철저한 조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현장 방문에서 “아리수를 충분히 여유 있게 공급해 시민들 불편을 최소화 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먹는 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라며 “노후 관로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문래동4∼6가 일대 아파트 1314가구와 인근 초등학교에 대해 예방 차원에서 수돗물을 마시지 말고, 생활용수로만 사용하도록 안내했다.
서울시, 문래동 수돗물 식수사용 제한 유지
‘붉은 수돗물’이 나와 다수의 주민 민원이 발생했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저수조를 청소한 뒤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탁도기준치가 정상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문래동 녹물 발생 아파트단지의 저수조를 비우고 내부청소작업을 진행했으며 이후 다시 수돗물을 채취해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수돗물 탁도가 0.5NTU 이하를 기록했다. NTU는 물이 흐린 정도를 나타내는 탁도 단위를 의미한다.
청소작업과 수질재검사로 일단 붉은 수돗물 현상은 사라졌지만 깨끗한 수질이 지속될 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상수도본부는 이에 따라 문래동 붉은 수돗물 아파트 단지(1042세대)에 대해 수돗물 식수사용중단 조치를 당분간 지속하면서 각 가정의 수돗물을 채취해 수질검사를 추가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서울시는 환경단체·학계 전문가 등과 회의한 결과, 아직 정확히 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수질이 완전히 깨끗한 수준으로 안정화되지 않는 만큼 당분간 식수 사용 제한 권고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문래동 일대 노후 상수도관을 애초 2020년에 교체할 계획이었으나, 적수 사태가 터진 곳은 최대한 빨리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 충북 청주, 대구도 안전하지 않아
최근 인천시와 서울시에서도 잇따라 붉은 수돗물이 나오고 경기 광주시에서는 붉은 수돗물 민원이 제기되는 등 수도권에서 음용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광주 송정동의 한 빌라 단지에서도 적갈색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날 광주시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돼 탁도, 잔류 염소 등 5개 수질 항목을 검사해보니 일단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수자원공사 한강권역본부에서 59개 수질 항목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다음주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북 청주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와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1일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흥덕구 내곡동 등지에서 20일 밤부터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주택가 100여 가구에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업체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과정에 낡은 상수도관의 녹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시는 분석했다. 시는 수로 점검과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구시 또한 녹물 페인트 시멘트 가루 등 이물질이 계속해서 발생하여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대구상수도사업본부 북부사업소와 이 지역 급수공사 대행업체 등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북구 산격·침산·대현동 등 일대 주택에서 녹물 등 이물질이 나와 물을 빼내는 작업을 한 횟수는 110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인천시와 합동대처 발표
한편 환경부는 인천시,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합동으로 ‘정상화 지원반’을 인천시청에서 운영하며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정부와 인천시는 우선 주민 식수 불편과 학교 급식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는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환경부 주관으로 ‘수돗물 안심 지원단’을 구성해 민원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정확한 실태 조사와 수질 분석을 시행해 그 결과를 매일 공개할 예정이다. 또 인천시와 합동으로 수질검사 결과, 복구 진행상황, 생수와 급식 지원상황에 대한 일일 브리핑도 시행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학교에 안전한 급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24일까지 피해 지역학교의 대체급식 공급업체와 식재료 납품업체 등 55곳에 대한 위생 점검을 완료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이번 사고와 같은 비슷한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달 중 식용수 분야 재난예방 및 대응체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사고 원인 조사와 후속 조치 등 모든 과정을 담은 백서를 발간해 배포할 예정이다.
국민 55% “수돗물 앞으로도 안 마실 것”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절반 이상은 현재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지난 6월 20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교통방송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수돗물을 마시고 있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
‘현재 미음용’이 55.0%로 나타났다. ‘현재 음용’은 37.2%에 그쳤다. 향후 음용 여부에 대해서도 ‘향후 미음용’이 53.2%로, ‘향후 음용’39.0%보다 14.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펼쳐질 정부의 대처가 다시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