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과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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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대선
  • 글/편집부
  • 승인 200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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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선에 어떤 영향 미칠까
범여권 정상회담 ‘호재’ 기대, 선거용 드러나면 ‘악재’

지난 8월 8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뉴스가 발표되고 나서 정치권에서는 희비가 교차했다. 범여권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한나라당은 악재를 만난 듯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선 정국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결정 소식은 이랜드, 아프간 사태 등 중요한 계급투쟁 사안들을 일거에 흡수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가 갑작스러운 소식은 물론 아니다. 참여정부 임기 내 실현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 사안이다. 참여정부는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현안에 대한 획기적인 진전을 꾀해, 임기 중 평화번영정책의 성과를 집약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고, 동시에 대선 국면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는 정치카드로 활용한다는 점도 익히 예고된 일이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정부가 말하는 대로 “6.15공동선언 합의 정신을 구현하고 남북 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실질적으로 열어가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고 “9.19성명, 2.13 초기조치 실천 단계 이행 시기에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지형으로 미뤄볼 때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 한반도 평화에 중대한 이정표로 남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평화선언 채택 등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군사조치, 남북경협 등 주요 의제에 대한 소기의 성과를 낳는다면 이후 4자회담을 통한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시나리오가 구체적인 일정에 올라올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이번에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은 대선 레이스가 본 단계에 들어설 9월 이후 정국을 좌지우지하는 메가톤급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범여권 결속 계기되나
그러나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입장은 사뭇 다르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에서는 “급기야 역전의 전기를 마련했다”며 대선 국면에서 승기를 잡은 듯한 목소리가 하부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범여권의 대권주자들은 한결같이 “내가 평화대통령”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테제를 선점함으로써 선거구도를 ‘평화 대 전쟁’으로 양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느끼게 한다.
반면 한나라당의 반응은 시차 그리고 경선캠프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8월 8일 대선 후보들과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오전 긴급회의에선 “대선용 회담“(강재섭 대표)이라고 규정했다. 이튿날엔 정상회담 추진 과정의 뒷거래 의혹 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단장 이주영 의원)을 구성하는 등 정상회담을 정치 쟁점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경선 후보들은 한나라당과 다르게 이원적으로 대응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왕 열리게 된 정상회담”이라는 전제 아래 “북핵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갔다. “6개월 남은 대통령도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정상회담에 대해 ‘소극적 지지’를 표시했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다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원천적 반대를 대선 전략으로 채택하기 어렵다는 한나라당 각 후보 캠프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은 강경한 대응을, 후보들은 유연한 대응을 하는 이원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특히 후보들의 대응은 지난 7월 한나라당이 발표한 ‘한반도 평화비전’이 당 내 반발로 폐기된 상황을 고려했음직하다. 전향적 대북정책이 수용되지 못한 상황에서 ‘대선용 정상회담’으로 몰아치기에는 명분이 약한 면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형태로든 연말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열린우리당과 신당의 통합, 더 나아가 후보단일화 과정, 범여권의 경선 역학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특히 여권 통합의 장애기제로 작용하던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손을 잡을 수 있는 모티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대해 적극적 지지를 표명했다. 강용진 교수는 이어 다만 “범여 후보군 내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선명성 경쟁과 함께 친노 후보군의 적극적인 정치 공세를 통한 정국 주도권 확보가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다. 한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친노그룹 후보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후광을 얻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이들이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있고 후보가 난립해 있다는 점에서 평화 이미지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범여권의 경선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비친노 후보군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 정책을 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에 정국 주도권이 돌아가는 것은 결코 범여권 후보들에겐 마냥 즐거워할 수 있는 일만은 아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평화의제가 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 관심을 뛰어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인기가 낮고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각되는 것은 범여권 후보들에게 불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노골적으로 한나라당 집권 반대 의사를 천명해온 북한이 공개적으로 대선정국에 개입하는 양상이 정상회담에서 노골화될 경우 이에 대한 반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뒷거래 의혹’ 제기
한편, 제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배경에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이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수준에서 논평을 냈지만 10일에는 당내 극우 보수성향의 김용갑 의원이 “퍼주기 개연성”을 거론하며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관련해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대북 지원을 약속해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치고 나선 것. 여기다 이규택 의원도 이날 아침 라디오방송에 출연,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제주답방설’을 주장했다. 잇따라 제기된 의혹에 청와대는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느냐”며 펄쩍 뛰고 있지만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회담을 하고, 10월 말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주도를 답방해 정상회담을 한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민이 염원하고 있는 핵 폐기, 군비·군축 문제 등이 성사될 때에는 어느 정도 대선에 영향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김 위원장의) 제주도 답방이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 주장의 근거와 관련해 “정보기관 고위직을 지낸 인사로부터 3차 답방이 제주도에서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고 있고 그런 전제조건으로 평양을 간 것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열린 국회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200억 달러 지원설’도 터져 나왔다.
김용갑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아무리 포장을 한다고 해도 졸속적, 전략적으로 추진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친북좌파 성향의 노무현 정부가 20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는 주장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번에 뒷거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동안 북한과는 어떠한 경우라고 뒷거래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면서 “현금은 어떨지 모르나 북한의 철도, 육로, 항만 등 사회 간접자본이나 송전문제, 경제특구 등 최소한 200억 달러 정도는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그동안 북한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난다는 둥 공작을 해 왔고, 노무현 정부도 한나라당 집권을 막으려 북풍을 이용하려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정상이 공동으로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한 공작으로 볼 수밖에 없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어떤 근거로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며 “참여정부는 그 동안 대북관계에 있어 투명하게 진행해 왔을 뿐 아니라 어느 경우에도 뒷거래는 없었다는 점을 거듭 말씀 드린다. 어떤 약속도 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장관의 해명에도 김 의원은 “아무리 (뒷거래를) 해도 했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지 않느냐”면서 “노 대통령은 ‘북한에는 아무리 퍼주더라도 남는 장사’라고도 했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은 엄청난 퍼주기라고 본다”고 거듭 주장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로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 자리에서 “(북한이)달라는 대로 줘도 남는 장사다”라며 대대적 대북지원의사를 시사했다. 그는 ‘북핵 2.13 합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난번 북한이 마지막에 중유 내라고 요구했을 때 한국이 몽땅 뒤집어쓴다는 우려가 많았고 그럴 것이라고 예단하는 비판적 기사들을 썼는데 다행히 균등분할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에) 자꾸만 퍼준다고 비난을 많이 듣는데 미국이 전쟁 후에 여러 정책도 펴고, 투자도 하고 했는데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마셜플랜”이라고 소개하고 “전쟁 뒤 미국이 막대한 원조로 유럽 경제를 살렸기 때문에 그 이득을 가장 많이 본 나라가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투자’라고 표현했고, 부담이 되더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한을 잘 달래서 가야한다” “이번에는 잔뜩 기대하고 있다”고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청와대 “우려스럽다” 당혹한 표정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청와대는 “심각하다” “우려스럽다”라며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시기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한나라당에 대해 “그만하자” “동행하자”라며 동참을 권유까지 했지만 8월 10일 제기된 200억 달러 지원설 등에는 “시작도 하기전에...”라며 상기된 모습을 보인 것.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시작하면서 “과도한 기대도 지나친 비관도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 정파를 넘어서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개최 의미에 무게를 힘껏 실었다. 그러면서 천 대변인은 “정치적 손익계산을 앞세운 이야기가 많다. 정치하는 분들이 손익계산을 앞세우면서 회담의 전망에 대해서 신중치 못하거나 과도한 주문을 통해 부담을 크게 지우는 경우가 있다”며 “정치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하는 것이지 너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손익계산으로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천 대변인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나라를 위한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의혹제기 등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1차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는 전제하에서 2차 정상회담을 접근하는 시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남북관계발전이라는 엄청난 성과가 있었고, 그 결과로 개성공단이 탄생했다”며 “대한민국을 운영하고 운명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다른 정상을 만나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심하고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이벤트성’ ‘쇼’라는 식의 비난도 차단하려 애썼다.
김정일 위원장의 제주답방설과 200억 달러 지원설의 진위여부에 대해 천 대변인은 “그 분(이규택 의원)이 어떤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의아스럽다”며 “그런 정도는 괜찮은데 김용갑 의원은 200억 달러를 북측에 제공했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런 것은 심각하다”고 받아쳤다. 그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일축한 뒤 “한나라당 의원 몇 분이 책임 없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데 이런 부분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한나라당과 언론에서 일부 제기되고 있는 뒷거래 의혹이 있는데 아무 근거도 없이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 기본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 대변인은 “참여정부에는 정말 걸맞지 않는 비판”이라며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는 국회가 비준에 관한 동의권을 행사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남북 간 약속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고 ‘사전에 임의로 거래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은 법을 잘 모르거나 이런 법이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공격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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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수해복구에 71억 원 지원
정부가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을 위해 71억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해) 우선 라면 생수 등 식량과 취사도구, 생활용품, 약품 등 71억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원을 추진할 것이며 한완상 한적 총재를 직접 만나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헨리에타 포어 처장대리는 최근 대규모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10만 달러 규모 미국 정부 차원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승인했다고 주한 미국대사관 측이 이날 밝혔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도 한 달간 총 50만 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긴급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북한 측에 제안했으며 현재 북한 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WFP의 아시아사무국 폴 리슬리 대변인은 “북한의 수해로 조리하거나 저장할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긴급 식량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식량 4,000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 일단 지원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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