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경쟁
상태바
차기 대선 경쟁
  • 글/김정숙 기자
  • 승인 2007.09.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시민 “나는 우승야망 가진 페이스 메이커” 대선 출마 선언
“열린우리당은 실패한 정당” 경선 출마 뒤 후보 단일화 비쳐

범여권이 신당통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권에 대한 강력 의지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14일 유 전 장관은 “마라톤 경기를 보면 페이스 메이커가 우승 후보를 끌고 가다 체력이 남아서 계속 달려 우승하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 세상은 그런 것이고 인생도 그런 것이다”며 “저를 우승의 야망을 가진 페이스메이커로 봐 달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경선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내가 다른 후보를 위해 (출마를) 접는 경우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이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지지자들이 내게 준다고 약속해야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모임 행사 때 경선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비전과 정책이 아닌, 인격과 전력을 공격하지 말 것과 당 대선후보로 선출되거나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상대후보나 상대당의 정책을 받아들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말 것을 출마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은 이미 철거대상으로 확정됐고 실패한 정당이다. 내부의 한 정파가 당을 리노베이션(혁신)해서 재개조해 쓸 수는 있지만 원래 그러려고 만든 정당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 실패 이유를 “당의 구성원들이 함께 꾸는 꿈이 없었기 때문에 좌절했다. 정책담론의 부재에서 오는 실패”라면서 “신당은 우리당 보다 구성도 복잡하고 스펙트럼도 넓어졌지만 후보 경선과정을 통해 당의 정책과 비전을 정함으로써 당에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친노 후보로 여기 서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회장인 ‘주식회사 참여정부’에 젊은 이사로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제발전을 위해 내 회사를 창업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점에 대해 노 대통령도 전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어 저녁 대전 평송 청소년수련원 강연에서 “신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후보로 선출되는 사람에게 당 운영권과 공천권을 주자는 제안을 다른 후보들이 받아줄 때까지 계속 하겠다”면서 “신당 후보 중 여론조사 지지율 5위인 제가 하는 제안을 1, 2위 후보들이 안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 대선후보가 되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위해 임기를 8개월 단축하는 공약을 하겠다”면서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꾼 뒤 유엔사가 필요 없어지고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하는 상황과 관련한 외교안보 정책을 상당히 공 들여 가다듬고 있으며 국민에게 과감히 밝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유시민
한편 유 전 장관은 자신의 공격적인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려는 노력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기자간담회 시종일관 미소 띤 얼굴을 유지했으며 자신에 대한 범여권 내의 비판에 대해서도 “인격적 비난에 대해서는 무대응이 대응방침”이라며 피해갔다. 그는 “인격적 비난은 사실적 근거보다 주관적 인상과 개별인상을 근거로 한 것이라 반박할 방법도 없다”며 “지난 전당대회 이후 저의 인격에 대한 공격에 대해 공공의 영역에서 대응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그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이나 민주당의 독자경선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제 집안일 못해서 망하는 판에 다른 당에 대해 논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피해가는 한편 “한나라당은 덜 살벌하게, 달콤 살벌하게 했으면 하고 민주당은 국민에게 도움 되는 멋진 경선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격려사'를 내놨다.



이해찬-유시민 경쟁체제 돌입
이에 따라 정치적 사제관계였던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범여권의 경선을 앞두고 완연한 경쟁관계로 돌아섰다. 이 전 총리의 의원 보좌관 출신인 유 전 장관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공공연히 이 전 총리를 꼽을 만큼 ‘정치적 제자’임을 자처해왔지만 대선경선 출마를 피력함에 따라 이 전 총리가 불가피하게 ‘넘어야할 산’이 돼 버린 것이다. 특히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은 공히 참여정부의 계승자임을 공언하고 친노세력을 지지기반으로 지녔다는 공통점 때문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상된다. 친노 지분을 둘러싼 파이 나눠먹기 경쟁이 가시화되기라도 하듯 두 주자간 차별화 양상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관계설정, 대통합 방식 등을 놓고 일정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 전 총리는 “남북정상회담에 필요한 의제를 준비해 노 대통령에게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참여정부의 실세총리 출신으로서 노 대통령과의 긴밀도를 강조한다면, 유 전 장관은 “‘주식회사 참여정부’에 젊은 이사로 있었지만 앞으로는 내 회사를 창업하겠다”며 약간의 거리를 두려는 인상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려온 유 전 장관이 ‘노대통령 대리인’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범여권 주자들의 집중공세를 받고 있는 손 전 지사에 대해서도 이 전 총리는 ‘한나라당의 몸통’이라고 까지 말하면서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유 전 장관은 “범여권에 들어오니까 범여권이 아니라고 공격하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범여 주자들의 손 전 지사 비판을 문제 삼고 있다. 또 이 전 총리는 “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신당이 계승해야 한다”며 창당과정에서 우리당의 정체성 반영을 강조하는 반면, 유 전 장관은 흡수합당 형태라도 감수하되 “후보로 선출되는 사람에게 당 운영권과 공천권을 주자”는 ‘원 샷 대통합론’을 강조하면서 경선과정에서 우리당 창당정신의 유효성을 다퉈보자는 입장이다.
유 전 장관측은 이 전 총리와의 구도를 ‘협력적 경쟁관계’라고 표현했다. 한 측근은 “두 분의 정책노선이 큰 틀에서 비슷한 면이 많고 수시로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관계지만 각각 후보로 나온다는 측면에서는 경쟁관계”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된 것처럼 이 전 총리의 단순한 지원군이 아니라 대선 승리를 목표로 한 명실상부한 주자로서 서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전 총리측은 유 전 장관과는 협력관계라는 대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이 좀처럼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신흥 주자인 유 전 장관의 파괴력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러나 이미지나 경륜 등을 따져볼 때 이 전 총리의 본선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보고 결국 유 전 장관이 이 전 총리를 지지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예비경선 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만 본경선에 들어가면 초기에 후보단일화를 통한 극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이 전 총리에게 몰아주는 게 순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측은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중요하다”고 언급, 후보단일화를 하더라도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몰아주는 형태여야 하고 누가 그 대상이 될지는 경선전을 치러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범여 대선주자 홍수
유 전 장관을 포함해 범여권은 후보군이 20여 명에 달할 만큼 대선주자 ‘홍수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신당은 이날 민주당 소속 추미애 전 의원을 영입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추 전 의원이 민주신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동참하시도록 권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이 독자 경선으로 치닫는 것은 아쉽다”면서 “민주당도 국민의 그런 염원을 직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추 전 의원측은 “추 전 의원은 대통합의 정신이 올바로 구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신당 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추 전 의원이 조만간 신당행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여의도에 선거 사무실을 개설하고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문 사장은 다음 달 초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30,40대 전문가 및 지역 활동가들과 워크숍을 갖는 등 대선행보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
범여권 단일후보 여론조사 1위는 손학규
범여권 단일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19.4%)가 여전히 1위를 지켰다. 2위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7.5%)과 3위 이해찬 전 국무총리(6.2%), 4위 조순형 의원(5.6%)은 오차 범위(±3.1%P)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이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4.1%, 한명숙 전 국무총리 4%, 유시민 의원 3.4%, 김혁규 의원 1.1%, 천정배 의원 0.9%, 김두관 우리당 최고위원 0.3%,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0.2% 순이었다. ‘없다·무응답’ 답변도 47.3%나 됐다. 유권자들이 마땅한 범 여권 후보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부동층은 한국일보ㆍ미디어 리서치의 4월 조사에선 35.4%, 7월 조사에선 40.9% 등으로 증가 추세다.
7월 21일 실시한 같은 조사에선 손 전 지사가 22.7%, 정 전 의장은 10.6%, 이 전 총리 6.2%, 한 전 총리 5.8%, 강 전 장관 5%, 유 의원 4.3%, 문 사장 1.6% 등이었다. 이 전 총리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주자 지지도가 조금씩 떨어져 부동 층으로 옮겨 간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남성(23.6%)과 30대(28.3%),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22.4%), 대졸 이상 학력층(24.3%)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나라당 지지층(20.5%)도 손 전 지사를 많이 꼽았다. 정 전 의장의 주요 지지층은 20대(10%), 학생(11.2%), 광주ㆍ전남ㆍ전북 지역(16.5%)이고, 이 전 총리는 20대(8.6%), 학생(11.2%), 강원ㆍ제주(14.3%), 조 의원은 남성(8.4%), 50대(10.5%), 강원ㆍ제주(9.5%) 민주당 지지층(13.8%) 등이었다.
한편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경선까지 계속 지지할 것인지’를 물은 결과 민주신당 지지층의 41.2%가 ‘지지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답했다. ‘확실히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6.6%, ‘가급적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5.8%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57.3%에 달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