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기억해야 할 역사에는 언제나 나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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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기억해야 할 역사에는 언제나 나무가 있었다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9.06.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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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나는 흥미진진한 역사, 건축, 과학, 문학, 예술 이야기 ‘나무의 시간’
저자 김민식 | 출판사 브.레드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레바논 국기에는 삼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말 성경에 나오는 백향목이 바로 이 삼나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뽕나무 아래서 비극을 끝냈다.

비틀스 ‘노르웨이의 숲’은 숲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쓰던 소나무 가구, 리무진과 쿠페, 카브리올레는 본래 마차를 부르던 말이다.

홍송은 잣나무, 찬기파랑가에도 잣나무가 나온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소나무야, 소나무야’는 ‘전나무야’로 불러야 맞다. 토종 보리수는 부처님의 ‘보리수’와 다른 나무다.

릴케는 프랑스의 가로수 아래서 시를 쓰고, 슈베르트는 라임나무 아래서 위로를 받았다.

셰익스피어 집의 새 주인은 셰익스피어가 직접 심었다는 뽕나무의 가지를 꺾어 가는 여행객들에게 지쳐 아예 나무를 잘라버린 것이다. 1750년경, 얼추 셰익스피어 사후 150년이 지나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 재목을 인근 가구 제조업자가 구매하여 지금도 유명한 ‘셰익스피어 뽕나무 가구’로 남았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나무에 대한 상식들이다. 40년간 400만km, 지구 100바퀴를 돌며 쌓은 나무 인문학 ‘나무의 시간’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나무 보헤미안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한다.

저자는 ‘나무의 시간’을 통해 인류의 문명과 문화는 나무를 떼 놓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무를 소재로 톨스토이의 소설과 고흐의 그림, 박경리 선생이 글을 쓰던 느티나무 좌탁 앞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60주년 기념 마차 속에서 권리장전을 끌어내는 이야기꾼이자 호크니의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을 보며 호크니의 고향이 요크셔이며, 그 고장은 바닷바람이 거세서 방풍림을 심었다는 사실을 찾아내는 지식탐험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사과나무로 가구를 만든 메타포와 안도 다다오가 나무를 심는 이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놓인 테이블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저자는 한국의 목재 산업이 활황을 띠던 1970년대 말부터 40년 간 캐나다, 북미부터 이집트, 이스라엘, 파푸아뉴기니 등 나무를 위해 55개국을 다녔다. 비행기 여정만 400만 km, 지구 100바퀴에 이르는 이 기나긴 시간을 통해 그는 자연과 사람과 삶을 만났다.

벤쿠버 북단에서 알래스카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숲에 난 벌채꾼의 임도, 우리나라가 한 등 끄기 운동을 하던 시절 대낮처럼 밝았던 중동의 크리스마스 전야, 극동에서 온 젊은이의 얇디 얇은 베니어 합판을 사주던 테네시 제재소의 영감님의 선한 눈빛과 알바 알토의 스케치를 복사해주던 엘리사 알토의 미소를 그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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