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바탕으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세계적 인재 양성의 산파 역할
지난 7월 2일 협성고가 제50회 청룡기 전국고교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국적으로 ‘협성’이란 이름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협성고등학교는 학교법인 협성교육재단(이하 협성재단) 중 하나의 학교로서 재단에 소속된 학교로는 협성중학교, 경복중학교, 경상여자중학교, 경일여자중학교, 소선여자중학교, 금호중, 공업고등학교, 경북여자정보고등학교, 대구제일고등학교, 경북예술고등학교, 경일여자고등학교, 협성고등학교가 있다. 이번에 전국대회에서 축구로 우승한 협성고등학교는 대구지역에서 시합 때마다 늘 1,2등을 거머쥐었으나 번번이 전국 대회에서만큼은 고배를 마셨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6.25전쟁 이후 국토 복구 사업 못지않게 중요했던 과제는 민족창대의 백년대계인 청소년 선도를 위한 교육 사업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일념과 평생 동지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8대, 14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신진욱 전 이사장에 의해 설립된 협성재단은 1950년까지 협성상고의 단설교만으로 운영해오다 60년 서라벌예술고의 운영, 61년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경북여자상업고등학교 외에 경복여중의 설립, 64년 대구서중을 인수하면서 교육기관으로서 입지를 굳혀 갔다. 또한 중등학교 진학 희망자 수가 늘어나는 것과 발맞춰 경일여중과 경북예고를 설립했고 잇달아 경상여중, 경상여상, 금호중,고 설립, 소선여중 설립 그리고 80년에 경일여고 등이 설립돼 반석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대명동 왕좌터에서 시작된 협성재단은 현재 12개 중,고를 유지하면서 교직원 천여 명과 재학생 2만5천여 명, 배출된 졸업생 30만 명 이상 등의 산 역사를 보여줬으며 ‘전국 제일의 교육의 요람’으로서 자리매김 했다. 특히 협성고와 경일여고는 대학 진학률 최고를 보이고 있으며, 재단에서 운영하는 상업학교의 취업률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도대체 ‘협성’은 다른 학교와 무엇이 어떻게 달랐는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자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자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협성교육재단 신철원 이사장의 말이다. 고교 평준화라고는 하지만 지역마다 ‘좋은 학군’은 따로 있어 교육열이나 학생의 성적 등은 조금씩 편차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니 ‘우리 학교는 공부를 잘한다느니 못한다느니’ 하는 것은 자랑거리가 못 된다는 뜻이다. 또 단순히 성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도 잘못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아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요. 1등이었던 학생이 10등으로 졸업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겉으로는 여전히 공부 잘하는 학생이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죠. 또 학생의 성장을 성적으로만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성격이나 인성, 재능의 발휘 등 총체적인 관점으로 봐야 해요. 해서 학교는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전국 여고 중 서울대 합격률 1위인 경일여고의 재단 이사장 말치고는 파격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 남구 봉덕동에 위치한 경일 여고의 신입생은 강남의 8학군에 해당하는 수성구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성적 상위권 학생 비율이 30%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수성구 학생들만큼 공부 잘하는 학생은 30%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졸업할 때는 전국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어 배출했다는 것이다.
12개의 학교는 12개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협성재단은 6개의 중학교와 6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각 학교에 맞는 색깔을 갖자는 것이 신 이사장의 모토다. 실업계 고등학교의 특성화 노력 등 학교들이 상호 차별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각 학교가 위치한 지역 특성과 학교 전통에 맞게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경영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2개 학교가 있으니 12가지의 색깔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라는 신 이사장의 말처럼 협성은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집중해서 육성하는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다. “약점을 보완하다 보면 모든 학교가 다 비슷비슷해져버려요.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는 특색 없는 학교 보다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육성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붕어빵’ 사회구성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재를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학교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부분으로 협성 재단은 교사들에게도 자신이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학교에서 교육하라고 말하곤 한다. 그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능률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방침을 반영하는 학교 특색 사업의 하나가 소선여중에서 실시하고 있는 1박2일의 영어캠프이다. 강당에서 원어민 교사의 지도 아래 장터를 만들어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재밌고 신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또 교과서 속 영어가 아닌 실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직접 구사해 봄으로써 자신의 영어실력을 평가해보고, 영어학습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구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미군부대 안에 있는 미국인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하는 캠프를 계획하고 있다.
경북예고의 경우 해외에 경북예고 분교 설립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예술적 감각을 국제적으로 키워주기 위해 기존 해외교류활동을 해오던 것에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또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 씨를 명예교장 및 관현악단 지휘자로 위촉하여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학생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협성재단은 공교육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서비스를 사립학교에서부터 제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과학 올림피아드 준비반’을 설치해 겨울 방학 때 각 담당과목 선생님의 인솔 하에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학생들의 재능을 살리기 위한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동포 청소년 간의 교류를 통해 국제 사회에 이바지 할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아리랑21’을 창립해 학생들의 현장 교류 활동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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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21 신철원 단장 (학교법인 협성교육재단 이사장) 인터뷰
아리랑21은 한글을 매개로 하는 국제청소년 교류단체다. 세계 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 청소년 간의 교류를 통해 국제사회에 이바지할 인재를 육성하고, 한글 교육을 강화해 한글문화의 우수성을 온 누리에 알리고, 공동체적 유대를 돈독히 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조직되었다. 2004년 12월 28일 한국의 협성교육재단과 중국의 룡정고급중학교의 자매결연 체결을 시작으로 2006년 5월 일본의 학교법인 금강학원과 자매결연을 맺음으로써 아시아 3개국 교류를 확립했으며, 현재 미주와 구주, 아프리카 등 세계 각 나라의 우리 동포 청소년들과의 교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리랑21의 주요 활동은 ‘아리랑21 한글글짓기 대회’, 해외 동포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통일 골든벨, 한중일 3국을 순회하며 매년 개최하는 ‘아리랑21대회’ 등이 있으며, 특히 신입회원들에게 노인요양원을 비롯 국내외 자원봉사활동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21세기 세계의 주역이 될 우리 동포 청소년들 간의 네트워크 창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으로 우리 교육주체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해 나가야 할 사안이다. 이제 우리 협성재단이 작으나마 주춧돌을 놓았고 여러 분야에서 함께 성채를 쌓는 일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