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도약을 꿈꾸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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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도약을 꿈꾸는 기업
  • 글_이현지 기자
  • 승인 2007.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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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 파라고? 우린 업종 바꿔 성공 노린다
CEO취미에 따라, 기업 이미지 제고위해 사업 다각화 시도하는 기업 늘어
산업이 성숙됨에 따라 해당 산업이 속한 기업들도 성장 정체에 직면하게 된다. 성장 정체를 겪는 기업은 새로운 성장원을 창출하여 성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중 90%는 실패로 끝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신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경험한 기업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취미나 평소 관심사, 이미지 제고 등에 따라 주력 업종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부업’을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업종과 상관관계 없이 외식업으로 진출하는 기업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건너편에 자리 잡은 유명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 대만 브랜드인 딘타이펑을 들여온 기업은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미디어월과 한솔창업투자다.
미디어월이나 한솔창업투자 모두 식당과는 관계없는 회사였지만 유명 레스토랑을 들여오기로 의기투합해 100억 원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딘타이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에도 상하이에서 이름난 딤섬집을 도입한 ‘난시앙’이 있다. 중국 딤섬 전문 레스토랑인 난시앙 주인은 더 의외다. 엔진세척제 등을 주로 만드는 불스원이 주인공. 불스원은 자동차 용품 전문점으로 이수영 동양제철화학 회장의 차남 이우정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우정 대표가 외식사업에 관심이 많아 난시앙 청담점과 광화문점 외에도 다양한 외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스파게티 전문점인 삐에뜨로, 중국차 전문점 천재향,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비알레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불스원처럼 제조업을 비롯한 일반 기업들이 기존 업종과 별 상관관계가 없는 외식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진출 배경은 다양하다. 외식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아 사업다각화를 하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또한 고급 레스토랑을 열어 회사 이미지를 높이려는 기업도 있다. 식품업체들은 식자재 유통과 시너지효과를 높이겠다는 차원에서 식당을 열기도 한다. 현금 장사라는 점도 매력적인 점. 특히 회사 오너의 개인적 관심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상장 기업인 경인전자의 계열사인 경인정밀이 투자한 곳이 바로 미국 스무디킹을 들여온 스무디즈코리아다. 김효조 경인전자 회장의 장남인 김성완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김성완 대표는 “기존 전자부품사업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다 유학생활 때 개인적으로 무척 즐겼던 스무디가 웰빙 바람을 타고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라 판단했다”고 외식업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삼양그룹도 지난해 패밀리레스토랑 세븐스프링스를 인수하면서 외식사업 확장에 불을 당겼다. 코오롱은 일본 외식업체와 함께 외식전문기업인 스위트밀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유제품 기업인 남양유업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 3개점(신사점·압구정동 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 본점 등)을 경영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회사 오너인 홍원식 회장의 3형제 중 막내인 홍명식 씨는 ‘사까나야’라는 회전초밥집을 경영하고 있다.


“CEO들… 취미 살려 부업 한답니다”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취미나 평소 관심사 등에 따라 주력 업종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부업’을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완구 제작 전문기업으로 유명한 손오공의 최신규(51) 대표는 게임 배급·제작업체인 소노브이를 설립했다. 최 대표는 나이가 쉰 이지만 아직도 만화책과 TV 개그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또 틈나는 대로 동네 놀이터와 문구점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살핀다. 어린이와 젊은 세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내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서다. 실제 경험과 관찰은 그의 제품 개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다. 발광 셔틀콕도 그가 아내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어두운 밤에도 쉽게 셔틀콕을 식별하면서 배드민턴을 칠 수는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제품만 1,000여 가지, 따낸 특허만 300여 개에 달한다.
최 대표는 게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5년 손오공은 코믹 스포츠 액션 게임 ‘컴온베이비’를 내놓고 온라인게임 사업에 진출했으며, 2006년 11월에는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PRPG)인 ‘샤이아’를 내놓았다. 이 회사 게임 사업은 완구사업에 비해 그동안 주목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샤이아가 중국 시장에서 오픈 베타 서비스 첫날 30분 만에 30만 명이 동시 접속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어 게임사업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애견용품 전문 온·오프라인 쇼핑몰 ‘모나미펫’은 볼펜으로 유명한 문구회사 모나미의 계열사다. 모나미 송하경 대표의 뜻에 따라 2000년 설립됐다. 송 대표는 경기도 안산에 훈련견을 육성하는 ‘모나미랜드’를 조성하는 등 대표적인 애견(愛犬) CEO로 꼽힌다. 모나미펫은 2001년 동물병원 사업인 닥터펫과 합쳐지면서 자회사로 독립했으며, 2004년 다양한 애견용품을 취급하는 모나미 G&P(Gift&Pet)로 확대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닥터펫은 일반 동물병원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고도의 수술을 시행하는 종합병원이다. 동물병원으로는 최초로 뇌, 척추, 관절 등의 질병 진단을 위한 MRI 장비도 갖추고 있다. 서울 강남에 납골당까지 갖춘 애완견 장례식장이나 여름 휴가철에 개를 맡겨두는 ‘애견호텔’이 성황을 이루는 등 ‘지나친 애완견 사랑’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애완견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본다”며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다보면 고기를 먹일 수도, 아프면 치료받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의 바람은 현재의 개인적인 애견문화가 보다 사회적인 형태로 변화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주말을 이용해 경기도 안성의 훈련소를 오픈하고 일반인들도 자신의 개를 데려 와서 서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전한다. 한편, 개 도네이션을 활성화해 버려지는 개들을 입양시키는 등의 운동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를 이어온 장수기업도 새 사업에 도전장
행남자기는 작고한 김창훈 창업주가 1942년 전남 목포에서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자기 가운데에서도 식기 제작만을 고집해 온 기업이다. 김 창업주의 아들인 김준형 명예회장을 거쳐 현재는 손자인 김용주(66·사진)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이렇듯 식기 제작 외길을 걸어 온 행남자기가 새 제품에 도전장을 던졌다. 욕실용품 브랜드 ‘쿤(KOOHN)’을 내놓으며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게 된 것. 김 회장은 “외길을 고집하는 것만이 자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남자기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회사를 기능에 아름다움이 가미된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 ‘생활예술용품’ 기업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욕실용품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이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국내 최초로 ‘본차이나’로 욕실 용품을 만들게 되면 아름다움의 영역이 ‘식탁 위’에서 ‘욕실’까지 넓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남자기가 새 사업을 벌이는 것은 한국 자기 제조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 때문이다. 중국산 저가품과 유럽산 고가품 사이에서 국내 자기업체들은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브랜드 파워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기는 유럽 자기와 품질 차이는 없고 브랜드 파워에서만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국 제품과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국내외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디자이너스 컬렉션’을 선보였다”며 “곧 해외 유명 디자이너인 한스 한센 과 리케 야콥센의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이 출시된다”고 밝혔다.
한편, 59년간 대를 이어 타월만 전문적으로 생산해 온 송월타올은 2년여 간의 신사업 개발 준비 작업을 거쳐 최근 우산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병대(48) 대표는 사업다각화를 고민한 끝에 기업 판촉물 시장에서 우산이 타월과 함께 각광 받고 있는 점에 착안, 우산 제조·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성장 정체를 겪는 기업은 새로운 성장원을 창출하여 성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기업들이 신규 사업으로 제 2의 도약을 꿈꾸며 조심스럽게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만만의 준비를 끝내고 소비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에 귀추가 주목된다.


새 사업 진출은 도박 노하우 알아야 성공”
핵심사업 투자·인재 발굴 등 6가지 원칙 제시
미 경제지 포천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40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기업은 더 짧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상장기업의 평균 연령은 23.8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흥망성쇠의 사이클이 짧다는 것을 떠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의 전략수립과 이를 성공시켜 핵심 사업으로 이끄는 해법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핵심 사업이 성숙하는 단계에 돌입하면 경영자들은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특히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하지만 최근 발간된 「성장과 도박」의 저자들(앤드류 캠벨 외)은 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 시도의 90%는 실패로 끝난다는 사실로 책을 시작한다.
오랫동안 기업 컨설팅을 해 온 저자들은 신규 사업 진출에 성공한다는 의미는 도박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경영과 관련된 많은 책들은 세상을 기회가 풍부한 곳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실상은 풍요보다는 결핍이 가득한 세계다.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시장 규모가 커야 하고, 스스로 경쟁자보다 나은 우위를 확보해야 하며, 경영자가 시장과 우위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등 너무 많은 변화 요인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인텔·맥도널드 등 일부 핵심 사업이 위기에 처한 바 있는 기업들을 컨설팅하면서 얻은 결과로 신규 사업 진출에 성공할 수 있는 해법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홈런을 치기 위해선 수 없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는 기존 경영의 상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사례를 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되레 새로운 성장 산업에 좀 더 신중하게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에 대한 압력, 낙관론, 벤처 캐피털의 사례를 지나치게 신뢰해 경영자들은 투자해야 할 신규 사업을 선택할 때 신중함과 엄격함을 잃게 되기 쉽다는 것.
저자들은 기업들이 신규 사업이나 사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을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기업이 엄격한 심사도구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교통 신호등 형태의 새로운 심사도구를 제시했다. 신규 사업의 가치우위 여부, 전체 수익의 크기, 리더십과 파트너십의 강력함, 기존 사업이 신규 사업에 끼치는 영향을 적·녹·황으로 표시하고, 적색이 하나라도 나타나면 신규 사업을 중지하도록 설득한다.
책은 또 신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핵심 사업에 투자하라 ▲(자사 역량을 생각지 않고) 매력적인 시장에만 현혹되지 말고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놓치지 마라 ▲자사의 우위성을 찾고 숫자게임에 치우치지 마라 ▲자사의 역량에 겸허하라 ▲인재 발굴에 역량을 쏟아라 ▲현실적인 야망을 가져라 등이다.
신규 사업을 선택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사내벤처 구축 단위조직 설립 등 신규 사업 탐색을 체계화하는 노하우가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인내를 갖고 읽은 사람들을 위해 저자들은 맨 마지막에 신규 사업의 성공을 확보할 수 있는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부록으로 기업의 성장과 관련된 책을 골라 저자들의 조언을 정리하고 논평을 함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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