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예체능 평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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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예체능 평가 개선
  • 글_이현지 기자
  • 승인 200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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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내신평가, 3등급 절대평가+서술식표기로
교사들 ‘수업파행 불 보듯 뻔해’…교육부 ‘오히려 수업참여 높아질 것’
오는 2009학년도부터 중·고등학교 체육·예술 교과의 등급이 현행 5등급과 9등급 표기에서 우수, 보통, 미흡의 3등급과 서술식 표기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6월 13일 “그동안 체육·예술 교과의 서열식 기록방식은 교과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 같은 내용의 ‘체육·예술 교육 내실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행 사용되고 있는 등급표기는 폐지되고 중·고등학교의 체육·예술교과 등급은 절대평가로 3등급으로만 표기된다.

중학교의 경우 학생부에서 석차가 제외되며, 고등학교는 원점수, 평균(표준편차)이 모두 표기되지 않는다. 대신 서술식 평가에는 특정 분야의 실기와 능력이 뛰어난 학생, 특이사항 등에 대한 교사의 평가가 기록 된다.
교육부 이종서 차관은 이와 관련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를 예방해 전인교육 위주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며 “학생들의 학습 부담감이 감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오는 2011년까지 매년 시도교육청에 200억 원, 총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체육·예술 교육 학습환경 개선 5개년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 계획에 따라 예술 교육 전담부서 설치와 전공 전문직 배치, 질 높은 교과용 도서 개발, 예술영재학교 설립, 초등학교 교과전담제 확대 등의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월 28일 교육과정 개정 고시를 통해 고등학교의 선택 과목에서 체육과 예술 교과군을 분리한 바 있다.


예체능 교육의 ‘내실화’냐, ‘붕괴’냐, 교사들 반발 우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9학년도 중ㆍ고교 신입생부터 예체능 교과 평가기록 방식을 변경하는 안을 확정, 발표하자 해당 교사와 교수들이 수업파행, 교과붕괴 등을 우려해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평가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예체능을 내신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교과 붕괴를 뜻한다”며 “지금도 예체능 수업을 제대로 하기 힘든데 평가방법까지 바뀌면 수업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교육부는 이날 2011년까지 예체능 교육에 1천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실화 방안을 함께 발표했지만 입시위주일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확정한 평가방식 개선안은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예체능 교과의 석차·원점수 표기를 삭제하고 수우미양가(중학교) 및 9등급(고등학교) 평가를 모두 3단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다. 예체능 교과 특성상 학생들의 실력을 점수로 측정해 서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평가방식을 바꿔 심신단련, 정서함양 등 교과 본질에 맞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예체능계 교수와 교사들은 “평가방식을 바꾸면 교과 내실화가 아니라 교과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음미체교육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일부 교수들은 지난 6월 13일 교육부가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예체능 내실화 방안 브리핑에 참석,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다 공무원들의 저지로 브리핑실에서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동대책위 공동대표인 이홍수 한국교원대 교수는 “사실상 예체능 평가를 하나마나한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개선안이 강행되면 국영수 편중으로 공교육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류태호 교수(체육교육학)는 “교육부는 개선안 연구작업에 교과 전문가는 한 사람도 참여시키지 않은 채 비공개로 연구를 진행하고 공청회도 열지 않는 등 현장 의견을 무시했다”며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2003년부터 이미 수차례 논의됐던 문제”라며 “교사·학생 대상 여론조사, 전문가 토론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쳤으며 앞으로 행정예고를 통해 또다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선학교 교사들 “현장 모르는 교육부 정책 답답”
일선학교 교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예체능 수업 파행’ 문제다. 예체능 평가방식 변경은 사실상 내신제외 조치로 해석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입시위주인 우리교육현실 속에서 예체능 수업을 제대로 듣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교육부와 일선학교 교사들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종서 교육부 차관은 “평가방식이 바뀌면 오히려 학생들의 예체능 수업 참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업이 정말 재미있게만 진행된다면 학생들이 평가부담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이번 개선안 마련과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학생의 80.3%, 고등학생의 64.7%가 ‘예체능 평가방식이 바뀌거나 내신반영 비중이 줄더라도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의 ‘이상’이자 ‘희망사항’일 뿐 실제 학교현장 분위기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게 교사들의 견해다. 또한 학생들은 사실상 예체능 교과를 휴식과 오락의 교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체능 수업을 아무리 재미있게 진행한다 해도 당장 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예체능 수업을 거부하고 나서면 학교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 지방의 중학교에서 근무한다는 한 미술교사는 “지금도 창의재량 수업시간에 진로교육, 자아찾기 등 수업 준비를 해가면 아이들이 ‘성적에도 안 들어가는 거 왜하냐’고 묻는다”며“현장을 모르는 교육부 정책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종서 차관은 “입시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예체능 교육은 강화돼야 한다”며 “앞으로 장학지도를 통해 예체능 편법수업, 파행운영 등을 철저히 감시 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학생들 ‘사교육비 부담이 줄게 됐다’며 환영
개선안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동안 미술과 음악 등은 뚜렷한 정답도 없고,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어 아예 턴키방식으로 과제물을 학원에 맡겼다”면서 환영했다. 고2, 중3 두 자녀를 둔 고모 씨는 “고2 우리 아이는 음치로 교수 과외를 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가창시험에서 최하 기본점수를 받아 음악에서 중하위 내신을 기록해 전체 성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앞으로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재능 또는 사교육 여부에 따라 피해를 보는 이런 일은 없을 것 아니냐”고 반색했다. 그는 또 “중3 아이의 체육선생님은 시간마다 재미있는 활동을 준비해 학생이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내신 부담이나 학생 간 경쟁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는 인성교육을 예체능 과목의 본질에 맞게 시행할 수 있는 기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학부모 이모 씨는 “미술과목에서 집에서 작품을 해오라고 할 때 대부분 학부모나 과외·학원 강사가 해줬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던 만큼 제도 변화로 잘못된 평가와 사교육비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학부모단체는 통과(Pass), 실패(Fail) 두 단계에서 세 단계 평가로 예체능 평가방식 개혁이 뒷걸음질 쳤다고 평가할 정도다. 강소연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회장은 “기대했던 ‘패스 오아(or) 페일’ 방식은 아니지만 현 수행평가, 암기식 예체능평가를 보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라 본다”면서 “생활이 안정되면서 예술과 체육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진 만큼 흥미를 유발하고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예체능교과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사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체능 교과 평가 방식 개선안에 대한 교육계의 반응이 이처럼 현저하게 대비되는 가운데, 평가방식을 놓고 교육계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토플대란 그 후…‘족집게 과외+해외 원정 시험’ 패키지 불티
토플 대란사태로 국내에서 토플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들이 최근 들어 해외로 출국해 원정시험을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토플 족집게 과외와 현지 시험을 하나로 묶은 수백만원짜리 해외연수상품도 등장했다.

▲ 해외서 수업까지 들으며 토플을 본다?-국내의 유명 교육 전문 회사인 A사는 6월부터 캐나다의 한 대학과 제휴를 맺고 현지에서 토플 수업을 들은 뒤 시험까지 치고 돌아오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한달 과정에 6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 하지만 회사 측은 밀려드는 신청전화로 정신이 없다고 말할 정도. 또 유학알선 전문회사인 B사도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토플 족집게 수업과 시험을 볼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당초 100명 정도를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신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마련했다. 짧게는 4주부터 길게는 8주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선 8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업체들은 여권이나 항공권부터 숙박, 교육과정, 심지어 토플 시험 접수까지 대행해주고 있다.
▲ 현지 수업을 통해 단기간에 고득점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처럼 토플 원정시험이 고개를 드는 것은 영어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토플시험을 보려는 사람은 많은데 시험 인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 특히 토플 시험 방식이 인터넷 기반의 IBT토플로 지난 해 바뀌면서 응시인원이 대폭 줄었다. IBT로 바뀌기 전 한 달 평균 1만 명에서 1만 3천 명 정도가 토플 시험을 볼 수 있었지만 제도변경 이후 그 숫자가 7천 명 대로 줄어들었다. 6천 명 정도 되는 인원이 토플 시험을 보지 못하게 된 셈이다. 토플 원정시험이 늘게 된 데에는 현지 수업을 통해 단기간에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업체의 홍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수백만 원에 이르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당장 토플 점수가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해서라도 토플 시험을 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 ETS 대책은 ‘말’뿐?-상황이 이런데도 토플시험을 주관하는 미국의 ETS사의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ETS의 폴 램지 부사장은 한국의 토플대란이 발생했던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해 “그동안 한국 수험생들이 겪은 어려움에 사과한다”며 한국 내 인터넷 토플 시험 서버를 증설하고 시험장을 대폭 늘리겠다는 등의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시행된 대책은 한국어 안내 홈페이지 개설과 ETS 한국지사 설립, 그리고 신뢰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필고사 방식의 PBT시험 확대 뿐. 이중 PBT시험 방식의 재도입은 수험생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쓰기와 말하기가 포함된 IBT방식보다 PBT방식의 시험이 훨씬 쉽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PBT 방식의 시험성적을 미국의 대학들이 인정해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IBT시험을 본 응시자가 PBT 응시자에 비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TS의 명확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수험생들이 토플 응시를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나는 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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