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도편수 외길인생, 전 재산 털어 후진양성 위한 박물관 건립
어떤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종사하며 그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이들을 흔히 명장(名匠)이라 부른다. 이들이 세인(世人)들에게 명장으로 평가받기까지는 숱한 고통과 각고의 인내가 필요하다. 전통 예술과 관련된 산업구조의 취약함으로 이들은 생계유지나 후진양성의 어려움이 겪고서도 투철한 사명감으로 한국 전통예술의 맥을 잇는 중요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이자 한국고건축박물관의 설립자인 전흥수 관장 역시 지난 50여 년간을 도편수라는 외길을 고집하여 마침내 한국을 대표하는 ‘대목장’의 반열에 오름과 동시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설립하는 등 한국 고건축의 맥을 이어가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 고건축의 살아있는 역사
1938년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에서 출생한 전흥수 관장은 가난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고 고건축에 입문하였다. 그 후 5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전 관장의 일에 대한 집념과 철학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당시 전 관장은 선조들의 예와 기를 재현해내야 한다는 커다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수덕사 대웅전을 보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고건축 미학을 차근차근 실현해 냈다. 1955년 편수 故김중희 선생의 문하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고건축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한 전 관장은 입문 10년 간 묵묵히 수양하고 그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1961년부터 전국의 본격적인 고건축 공사를 시행하기 시작한 전 관장은 창덕궁, 동대문, 평창 월정사, 보은 법주사, 예산 수덕사, 공주 마곡사, 운문사 대웅전, 조계사 일주문, 제주 관덕정 등 문화재와 주요 사찰 등의 공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보수 및 중수해냄으로써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대순진리회 서울 중곡도장, 여주 본부도장, 포천 수도장, 속초금강산 수련도장 및 대전 엑스포 종각, 해주정씨(산청) 제실, 도봉산 망월사 대웅전, 한국고건축박물관 본관 및 팔각정 건축, 안국동 별궁 해체이전공사 등 그의 손길이 닿은 평수만 무려 4만여 평에 이를 정도로 한국의 웬만한 유명 고건축물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한국 고건축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전 관장은 정부로부터 중요 무형문화재 제74호(대목장) 보유자 지정을 받았으며 1986년 문화체육부 장관상, 1999년 김대중 대통령 감사장과 제1회 허균 상을 수상했으며, MBC가 주관한 1999년 좋은 한국인 대상, 제1회 문화 유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왕 하는 일이면 무조건 성공시켜 그 분야 최고가 되어야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게 벌써 50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아쉽다. 특히, 한옥(고건축)은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역사의 흔적으로서 반드시 계승·발전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 관장은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명예회장직을 맡으며 일반인들의 문화재 사랑 정신을 고양시키고 있으며, 우리 전통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전수해 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기능인 양성을 위한 각종 교육사업과 연구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한편, 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전용택 사택(홍성)신축공사, 수덕사 정혜사 요사채(예산) 신축공사, 금성관 동익헌(나주)복원공사, 나주향교 보수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 건립으로 평생의 대업 이뤄
전 관장이 이룬 최고의 업적은 단연 한국고건축박물관의 설립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기능을 전승·발전시키지 못하고 당대에 사라지는 현실과 역사적으로 아픈 교훈을 항상 마음 아프게 생각해 오던 중 고건축 분야만이라도 그 기능과 기법을 전승·발전시키고자 한국고건축박물관의 설립을 추진했다. 그리하여 1996년에 사재 130억 원을 들여 고향인 충남 예산에 한국고건축박물관 건립의 첫 삽을 뜨게 되었다. 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대업을 이루기 위해 50년간 전통문화 보전과 계승을 위해 땀 흘리며 모은 재산을 헌납한 것이다. 7,000여 평의 부지 곳곳에 우리 전통 고건축의 아름다움과 전 관장의 혼신의 숨결이 느껴지는 박물관은 제1전시관, 제2전시관, 사진전시실, 연구동, 팔각정 등 10여 채의 전통건축물로 구성되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내부에는 국보 혹은 보물로 지정된 목조건축물을 1/10, 1/20로 축소 제작한 모형 200여점이 실제 똑같은 건축 재료와 방식을 사용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에는 한국 고건축의 계승·발전을 위한 전 관장의 의지가 반영되어 고건축물에 사용되는 자재와 목수들의 연장 등 전통건축용어와 자세한 설명으로 한국건축의 역사를 열람할 수 있게 하여 기능인들의 전수교육관으로 활용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문화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현재 갈수록 사라져 가는 한국 전통건축양식과 이를 계승하려는 새로운 인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고건축박물관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한국 역사의 한 장이자, 후세에 이를 전하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천년을 생각하는 건축물’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은 편하게만 하려는 생각으로 이러한 사명감이 부족한 듯해 아쉽다. 이러한 건축 철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여생을 후진 양성을 위해 바치고 싶다. 숨이 붙어 있는 한 고건축의 발전과 인재양성만을 생각할 것이다”라고 밝히는 전 관장의 말에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열정과 자신감이 담겨있었다. 부디 그의 깊은 의지가 빛을 발해 한국의 전통 건축방식이 세계에서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이 땅에 전 세계가 부러워 할 위대한 작품이 서게 될 날을 그려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전흥수 대목장 프로필
1938년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 출생1983년 문화재수리기능 목공 제608호1990년~1999년 (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회장1993년~1998년 문화재기능인작품전 4회 개최1998년 한국고건축박물관 건립주2000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보유2004년~ 국립 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백제문화권 개발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고건축박물관 관장(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명예회장
수상내역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상(92.10) 대전세계박람회(EXPO93)조직위원회 위원장상(93.7)문화체육부장관상(96.3) 김대중대통령 감사장(98.2)제1회 허균문화상(98.7) 자랑스런충남인상(98.12)예산군민의상(99.10) MBC99좋은한국인 대상(99.11)충청남도문화상(00.11) 문화재청장상(00.12)행정자치부장관상(02.3) 제1회 대한민국문화유산상(대통령)(04.12) 등